정말 소원이 이뤄질 줄 몰랐어요~
밤마다 무작정 소원을 빌어봤지만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어요.
아빠 수술이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을 때도 이뤄지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난 앞으로 기도도 하지 않고 소원도 빌지 않기로 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 깜짝 놀랄 일이 생겼어요.
기대하지도 않고 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거든요. 그것도 아주 많이요!
얼마전 우리 가족은 까만 곰팡이 투성이의 작은 집에서 벗어나 깨끗한 벽지와 창문, 거실이 있는 넓은 집으로 이사를 왔어요.
가장 기쁜 것은 드디어 나와 우리 언니만의 방이 생겼다는 거예요. 그리고 옷장과 책상, 2층 침대도 생겼어요.
이사 오기 얼마 전 노란 조끼를 입은 아저씨, 아줌마들이 우리 집에 찾아오셨어요.
엄마가 "저 분들은 적십자에서 나온 분들이야"라고 말해주셔서 나는 "적십자가 뭐야?"라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엄마는 "우리 가족을 도와주시는 친절한 분들"이라고 설명해주셨어요.
난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어찌됐건 친절한 분들이라니 안심이 됐어요.
그 아저씨, 아줌마들은 언니랑 나에게 방이 생기면 뭐가 가장 갖고 싶냐고 물었고
나와 언니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2층 침대'라고 대답을 했어요.
우리끼리 서로 텔레파시가 통했다며 실컷 웃었는데 새 집으로 이사와 보니 글쎄...
나와 언니가 갖고 싶어했던 2층 침대가 기다리고 있지 뭐예요~
나와 언니는 꺅꺅 소리를 지르고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했어요.
적십자에서 오셨다는 친절한 분들은 동화 속에 나오는 요정 할머니(?) 같아요.
원하는 걸 이뤄주잖아요~ 아! 아저씨들도 계셨으니까 요정 할아버지인가?
이제 진짜 혼자만의 방을 갖게 된 오빠도 새 집이 썩 마음에 드는 눈치예요.
그리고 언니랑 내가 오빠 방에 들락거리지 않으니까 짜증도 많이 줄었어요.
오빠는 앞으로 자기 방에서 책을 많이 읽고 싶대요.
오빠가 독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언니랑 나도 오빠가 책 읽을 땐 조용히 해야겠어요.
새 집에서의 생활이 즐거운 건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예요.
엄마, 아빠만의 안방에는 커다란 옷장과 거울, 엄마가 출근할 때 예쁘게 화장할 수 있는 화장대가 들어왔어요.
TV에서만 보았던 얇고 큰 텔레비전도 선물 받았어요.
냉장고, 세탁기, 가스렌지, 청소기... 우리 집 안에 있는 가구와 가전제품 모두 새 것으로 바뀌어서
엄마, 아빠는 신혼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대요.
신혼 기분이 어떤건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뭐, 좋은거겠죠?
엄마는 요즘 퇴근하고 집으로 오는 발걸음이 가볍대요.
빨리 퇴근해서 우리들이랑 맛있는 음식도 먹고 집안도 예쁘게 꾸미고 싶대요.
그런데 사실 집안 꾸미는건 대부분 아빠 몫이예요.
아빠는 우리들이 학교에 가고 엄마가 출근하고 나면 작업(?)을 시작하셔요.
학교에 갔다오면 아침에는 없었던 선반이 만들어져 있고 예쁜 커튼이 달려있을 때도 있어요.
창 밖에 모기장도, 잘 안 닫히던 문을 말짱하게 고쳐놓은 것도 모두 아빠가 하신 일이예요.
요즘도 아빤 무얼 만들어볼까 궁리를 하고 계신답니다.
새 집으로 이사오던 첫 날 나는 신이 나서 계속 웃음이 나왔어요.
그런데 엄마, 아빠는 막 울었어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빠도 같이 울었어요.
슬픈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오늘은 기쁘고 좋은 날인데 눈물을 흘리는 엄마랑 아빠, 오빠를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옆에 있던 언니가 조용히 말해줬어요. 정말 기쁘고 좋을 때에도 눈물이 난다구요.
엄마, 아빠도 나만큼이나 새 집이 좋아서, 너무 신나서 눈물이 났나봐요.
표현하는 방법이 조금 다르긴 했지만 우리 가족 모두 새 집이 좋은 건 같은 마음이었어요.
이사하던 날은 울었지만 요즘 우리 집은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어요.
그리고 나는 다시 소원을 빌기로 했어요.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포기할 뻔 했던 내 소원을 이뤄주신 요정 할머니, 할아버지 아니, 적십자 아줌마, 아저씨들 고맙습니다.
이제 우리 가족은 새 집에서 새 희망을 꿈꿀거예요.
우리 가족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