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우리 부부가 그리 잦게 하지는 않지만, 큰소리로 서로의 목소리를 내며 부부 싸움을 한 날이다.
물론 살면서 약간씩의 신경전을 벌이기는 한다.
굳이 내가 왜 이런 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뭐가 자랑이라고 이곳에 내놓는지 궁금해 하실 분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속된 말로 "그냥"이다.
그냥 답답하고, 속상해서, 또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서 어디에 말할 곳도 없고 해서 글을 쓰면서 정리하고 싶어서이다.
이 글을 보고 싶지 않으신 분은 패스하시길 바란다.
발단은 내가 어제 저녁식사 시간에 2개의 good 뉴스를 전하는 순간부터이다.
어제 나는 정말 올해 2022년도를 마무리 지으면서 기쁘고 뿌듯한 일을 했기 때문에 가족 모두에게 칭찬 받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는데, 그것이 무산되는, 아니 심하게 질책 받으면서 너무 화가 났다.
남편의 사업실패로 우린 많은 빚을 지고 있고, 긴 8년의 빚 갚는 시간을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선고 받았다.
남편에게 맡겼지만, 1년에 보통 천만원 이상의 고금리 이자의 돈을 빌려서 겨우 현상유지를 하는, 아니 갚아도 갚아도 더 늘어나는 이상한 빚 갚기를 하는 남편이 답답해서 2년전부터 내가 맡았다.
그런데 코로나로 남편의 장기 실직(물론 오전과 오후 2가지 일중에 한가지는 쉬지 않고 일했음)이 2~3개월, 길게는 6개월이상 한 적도 있고, 나 또한 교육이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너무 힘든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엄마를 비롯해 형제 자매, 심지어 아들에게까지 돈을 빌려서 빚만 갚고, 정말 죽지 않을 정도의 음식만 먹으면서 버텨왔다.
그렇게 힘들게 살면서 "내가 무엇을 위해 사나?"하는 회의감에 빠져 지냈다.
그러다가 올해 남편도 점차 일을 꾸준히 하고, 첫째 아들도 일하고, 둘째 아들도 길지는 않지만 2개월 정도 일하고, 나도 아는 지인 분의 초대로 교육이 늘면서 일을 좀 많이 하게 되었다.
남편이 버는 돈으로는 남편의 차량유지비와 빚 갚는데 다 쓰고, 집안에 쓰는 식비와 관리비, 공과금등은 내가 번 돈으로 거의 충당하는 편이었다.
그러다보니 늘 빠듯했고, 내가 못 벌때는 아들이나 형제자매에게 빌려서 겨우 유지했다.
그런 생활속에서 난 그 8년의 시간을 앞당기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 매년 500만원 정도는 저축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올해는 다행스럽게 그 계획대로 되었다.
그 500만원을 엄마와 형제 자매, 아들에게 빌린 돈을 조금이라도 갚을지, 치솟는 집 담보 대출금 이자를 갚을지 며칠을 고민하다가 담보 대출금을 줄여야겠다고 결정하고, 어제 은행에 가서 갚았다.
그 500만원이 내겐 큰 돈이었지만 많은 대출금에는 아주 적은 양이었다.
그렇지만 내겐 너무 기뻤고, 또 500만원속에는 둘째 아들이 2개월간 번 돈중에서 "엄마, 쓰고 싶은데 쓰세요."하고 준 100 만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난 늘 집에서 아빠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둘째가 안쓰럽기도 하고, 이참에 둘째 아들의 기여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말을 꺼낸 것이다.
그런데 남편과 첫째 아들의 마음은 나와는 달랐다.
첫째 아들은 웃으면서 "나한테는 뭐가 기쁜지 모르겠는데..."였는데,
남편 왈.
"얼마전에 건강보험 환급 받은 것도 있는데, 그건 다 어디 다 쓰고? 기껏 얘기 한다는게 또 돈 얘기야?"하면서 쳐다봤다.
그 환급금으로 그동안 못낸 벌금(1년 교통 범칙금도 60여만원)도 내고, 김장도 하고, 자동차세, 환경부담금(차 2대)도 내고 소소하게 못한 무언가를 한 것 같은데, 명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가 그것을 나를 위해 쓴 기억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순간 정말 화가 나고, 억울하기까지 했다.
난 늘 남편이 새벽 2~3시에 나가 일하는 것이 안쓰러워 거의 저녁식사를 왕처럼 대접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매달 식비를 150만원 정도를 쓴다.
잘 먹어야 힘든 일을 할 수 있을것 같아서...
고물가 시대에 대식가이면서 육식이 아니면 식사를 안하는 남편을 위해 식사를 준비할때마다 너무 많은 부담감이 있지만, 그래도 잘 먹어야 건강하다는 생각에 신경을 많이 썼다.
때론 식비에 대한 부담도 컸고, 준비하는 시간(장보는 것, 식사 준비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런데 힘들게 버틸때는 "니가 알아서 해" 하고, 몇년만에 발생한 환급금 몇백만원의 용처에 대해 일일이 어디에 썼냐고 따지는듯한 태도가 내 신경을 극도로 자극했다.
물론 남편 성향에 그것의 용도를 꼬치꼬치 캐묻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걸 안다.
하지만 난 힘들고, 억울했다.
이번달이 지나고, 1월~2월은 비수기인데 그땐 어떻게 모자란 부분을 메우지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우물쭈물하다가는 돈이 손가락사이로 빠져 나가는 모래처럼 없어져버릴꺼라는 걱정에 내린 결단이었는데...
그냥 그거면 되었는데...
"어려운 살림 꾸려 가느라 애쓴다. 그 와중에 알뜰히 모아 빚도 줄이고, 고맙다."
내가 원한건 이거였다.
그러나 남편은 재주가 없다.
누군가를 칭찬하는 법에 대해~~
난 그런 남편한테 지쳐가고 있다.
난 남편의 그동안 심성으로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
그러나 어제 나는 그 말이 듣고 싶었을뿐이다.
내가 하는 이 수많은 행동들이 뻘짓이 아니었음을 그냥 남편에게 듣고 싶었을뿐이다.
글을 쓰다보니 마음이 좀 가라앉는다.
또 우리 남편이 나쁜 사람으로 비춰질까봐 약간의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부분을 너그럽게 봐 주시길 바란다.
어제는 너무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내가 원한것을 분명하게 알았고, 남편에게 그 원하는 바를 전할 것이다.
참 첫번째 뉴스가 길어져서 두번째 good 뉴스는 전하지도 못했는데, 여기에서 전한다.
둘째아들 짧은 회사 생활 퇴사 기념으로 5천원짜리 로또를 샀는데, 10배가 되어서 5만원을 받았다.
와~~4등이라니.
처음이다. 어찌나 기쁜지~~
오늘 정말 길고 지루할수 있는 개인적인 부부싸움에 대해 얘기했다.
넓은 마음으로 포용해 주시길 바라며, 오늘도 잘 살아가시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