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어느 커피숍의 가을,
두 개의 얼굴, 일본을 보다. 소운/박목철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너무도 다른 극과 극의 다른 두 개의 일본 모습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동양에서 가장 일찍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탈아시아,”를 외치는 일본이지만,
오랜 전통을 버리지 않고 이어가는 또 다른 모습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어떤 면에서는 고루하다
할 만큼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모습을 간직한 나라가 일본이다.
현대화된 도시에 화려한 모습과 더불어 옛 거리와 대를 이어 전통을 이어가는 고색창연한 가게들이
어우러진 나라가 일본이다.
한 세기를 훌쩍 지난 커피숍도 있고, 수백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국숫집도 과자 집도 있다.
지방 곳곳에는 전통주를 자랑하는 양조장들이 고색창연한 자태를 자랑하며 자신만의 술맛을 지켜간다.
화려한 무대의 쇼가 있다면, 훈도시 차림의 군중이 모여서 떠들썩하게 치르는 축제도 있다.
* 이와미 긴잔에 있는 커피점, 백년이 넘은 전통 있는 커피점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예전 일본인은 체구가 무척 작았다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신장이 150cm 정도라고 하니, 그런 우리가 일본인을 왜인이라고
했다면, 일본인의 체구가 얼마나 작았는지 짐작이 간다.
그런 그들이 스모라는 씨름에는 엄청난 체구의 선수들이 등장시키고 열광한다.
자신들은 작아도 태산 같은 체구의 사내들을 통하여 왜소함의 스트레스를 풀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스모 선수가 지나가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덩치가 가히 위협적 수준이었다.
일본의 절이나 신사, 궁성이나 다이묘의 저택을 보면 예상외로 그 규모가 대단한데 놀라게 된다.
일본의 최대 불상도 우리 것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크고, 암튼 큰 것은 엄청나게 크다.
이런 일본이지만 식사시간에 나오는 그릇이나 용기들을 보면 아예 앙증스런 장난감 수준으로 작다.
우리가 어린 시절 여자애들의 소꿉장난에 등장하던 소품보다도 더 작은 것이 많다.
포장 김도 손가락 크기의 김 대 여섯 장 포장이다. 아예 감질나는 크기와 양이다.
* 밥솥이 하도 작아서, 딱 우리 물 컵 정도의 지름이다.
* 밥을 퍼 보았더니 크게 뜨면 두숫갈 정도의 양이다, 사진이라 크게 보인다는 점 감안,
일본인의 임진왜란 당시 군량미 소비를 보면, 조선군의 4분의 1 수준이었다고 한다.
박물관에 옛 밥상을 재현 한것을 보니, 이런 말들이 전혀 과장된 표현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배가 즐겁자고 먹고, 일본인은 눈이 즐겁자고 먹는 게 아닌지,
모처럼 호강시킨다고 잡아준 료칸(일본의 료칸은 비싸다,)의 저녁 식사 시간에 감질나는 형식에
질리고 짜증도 나고, 뛰쳐나와 몰에 가서 초밥 등 먹거리를 사와 배를 채운 적이 있다.
그날은 점심을 라면으로 때우고 종일 걷다 보니 배가 많이 고팠다.
료칸의 코스요리는 고픈 배를 약 올리듯 했다. 혼자이니 대화의 상대도 없고, 한점 집어 먹고 나면
다음 음식이 나올 때까지 무료하게 기다려야 했지만, 나온 것은 달랑 한두 점이 고작,
참다 못해서 들어오다 봐 두었던 옆 건물의 식품부에 가서 초밥을 고르고 있었다.
누가 찾기에 보니, 놀랍게도 식당의 종업원이 찾아와 당황스러운 태도로 식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성의는 고맙지만, 감질나는 형식이 싫어서 고개를 저었다. -다이조부 데스,-
아무튼, 앙증스러운 소품과 맛만 보라고 주는 식사가 짜증 나지만, 절차는 아주 정성스럽고,
나오는 음식도 어떻게 그렇게 조금을? 하고 감탄하게 되는 곳이 일본이다.
* 이렇게 작은 무를 어디서 구했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 코스로 나온 우동의 양, 한 젓가락도 안될 듯,
* 양념을 담은 용기, 손 큰 사람은 잡기도 어렵겠다.
* 우측 앞에 보이는 것이 고구마이다. 새끼 손가락 보다 작다. 종이에 싼 것은 생선구이 한 젓가락 분,
* 그릇은 가히 예술 수준이다. 한점을 담기위해 각기 다른 요란한 그릇들이, 역시 눈으로 먹는 일본 음식이다.
* 우리와 다른점은 튀김을 소금에 찍어 먹는다는 점,
근대와 전통, 거대함과 왜소함,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일본은 매력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본인의 친절은 처음 대하는 사람을 감탄하게 한다.
길을 물으면, 끝까지 따라와서 안내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일본인이 태평양전쟁에서 그토록 잔인한
행동을 한 것을 보면, 이것도 극과 극의 양면성을 지닌 일본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어찌 되었든 우리가 배울 점이 많은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 욕만 할 것이 아니라 열심히 좋은 점은 배우고 익혀야 극일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 역전 상가에 있는 식당에서 시킨 소위 세트, 일본은 역전이나 관광지라고 맛이 없거나 하지 않다. 소바도 세판이나 줬다.
* 사진을 한번에 많이 올리기가 그래서, 큰것을 지향하는 일본은 다루지 못했다.
앞으로 시간을 두고 술집 순례등, 여러 시각에서 다뤄보려 한다. -당신이 일본을 얼마나 안다고?- 물론 수박 겉핱기 식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이 일본의 다가 아니고 극히 일부일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