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기술학교: 김민지 강민 김별
'일상생활기술학교'란?
일상생활기술학교는 밥 짓기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기술을 아이가 할 수 있게 돕는 활동입니다. 아이들이 해보고 싶은 생활기술을 골라 책이나 인터넷을 보거나 선생님을 섭외하여 배웁니다. 요리하기, 빨래하기, 청소하기, 만들기, 고치기와 같은 아이들의 생활에 필요한 기술이 많습니다. (p.11)
본격적으로 기록을 읽어나가기에 앞서 일상생활기술학교의 정의를 확인해보았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생활을 유지하기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은 무엇일까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법? 영어로 된 책을 술술 읽어나가는 능력? 물론 이러한 기술도 도움이 될 테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혼자서도 살아나갈 수 있는 기술일 겁니다. 배가 고플 때 혼자서 밥을 짓고, 옷이 더러워졌을 때 깨끗하게 빨고, 인형이나 옷이 망가졌을 때 고치는, 그런 기술 말입니다. 일상생활기술학교는 아이들이 이러한 기술을 주체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다양한 삶의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일상생활기술학교의 필요성
일상생활기술학교는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관계가 좋아지고, 건강한 마음을 갖게 도와주는 활동입니다. (p.14)
일상생활기술학교는 아이들이 활동의 주인이니 아이들이 직접 계획하고 진행하고 마무리하도록 돕습니다. (p.15)
일상생활기술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아주 많습니다. 복지관에 오는 어르신, 동네 아주머니, 세탁소 사장님, 혹은 같이 활동하는 친구들, 언니, 오빠들. 이 모든 둘레 사람들이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어줍니다. 선생님을 모시는 과정도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합니다. 직접 가서 여쭙고 배우고 감사인사 합니다. 무엇을 배울지도 아이들이 정합니다. 어떻게 역할을 나누어 진행할지 정하는 것도 아이들의 몫입니다. 일상생활기술학교의 주인은 실무자나 담당자가 아닌 당사자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해낼 수 있도록 옆에서 돕고 어려운 일은 거드는 것이 저희의 몫입니다. 이것이 당사자의 자주성과 지역사회 공생성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상생활기술학교의 목적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일상생활기술학교를 하게 됐습니다. 건강한 마음이란 사려성, 사회성, 안정성, 활동성을 지니며 나를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입니다. (p.21)
이 부분을 읽으면서 김미경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일상생활기술학교의 목적은 아이들이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에요.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넓히고 기존의 관계를 탄탄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입니다.”
배우는 것은 학원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함께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는 좀 더 친해지고, 지나가며 인사할 수 있는 어른을 만나는 일입니다. 둘레사람을 늘려가는 일입니다. 함께 인사하고 감사하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예의를 배우고 배려를 배우고 자신감을 얻을 겁니다. 실수하더라도 칭찬해주고 격려해줘야겠습니다. 고마운 일이 생기면 먼저 감사 인사 해야겠습니다. 어려워한다고 해서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도와 이뤄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이번에 가장 중요하게 마음의 중심에 두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담당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혹은 아이들이 처음 해보는 거라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라 가만히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아이들에게 여러 방법을 설명해주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아이들이 생각하고 선택하도록 돕습니다. 아이들이 잘하는 것으로 준비하게 돕습니다. 그래야 아이들도 재미있게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 활동했던 사례를 보여줘도 좋습니다. (p.40)
처음에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우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감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전부 다 아이들이 하게 해야 한다면 과연 저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답을 얻었습니다. 당사자의 자주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그냥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라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충분한 정보와 선택지를 제공하고 거기에서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도우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공부하고 배워둬야겠지요. 말로만 들으면 어려울 수 있으니 미리 사진이나 영상자료를 준비해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인은 아이들
활동하다 보면 담당자가 놓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 주민들이 챙겨줍니다. 담당자 혼자 진행했다면 못 했을 일들을 당사자가 하니 당사자가 챙깁니다. (p.62)
준비를 하다보면 문득 두렵고 걱정이 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실수하면 어쩌지?’ ‘중요한 일을 잊어버리면 어쩌지?’ 이 부분을 읽고 이런 걱정 한 시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저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이 활동의 주인공은 아이들입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이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먼저 나서서 할 일 챙길 겁니다. 똑똑하고 야무진 친구들일 테니까요. 혹여 저도 아이들도 무언가 잊어버리게 된다면, 그것 또한 생활 속의 자연스러운 일일 겁니다. 잊어버렸던 일을 다시 보완하는 것도 좋은 배울 거리가 될 겁니다. 불안하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습니다.
칭찬하기
역할 담당을 잘해준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담당한 역할을 잘했는데도 몰라주면 섭섭해 하거나 다음부터는 잘 안 할 수 있습니다. 담당자가 참가자들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도 활동을 잘 이끌어 가는 방법입니다. 아이들이 잘한 일을 서로 고맙다고 표현할 수 있도록 거들어주면 좋습니다. 아이들 간의 관계가 살아나게 돕는 일입니다.
부모님들께 아이들이 잘한 일을 말씀드리면 좋습니다. 담당자는 활동 후 아이들이 잘한 일을 문자로 남겼습니다. (p.70)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칭찬이 사람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도 많이 있습니다. 단기 사회사업은 문제해결중심인 소극적 복지가 아닌 강점중심인 적극적 복지의 토대 위에 진행됩니다. 제가 집중해야 할 것은 아이들의 강점입니다. 쉽게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라도 구체적으로 콕 짚어가며 칭찬해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요. 잘한 일은 높이 세워주고 아이들끼리도 서로 칭찬하도록 도와야겠습니다. 매 활동이 끝날 때마다 잘한 일 하나 하나 기억해두었다가 부모님께 알려드려야겠습니다. 서로 칭찬하니 기분 좋을 것이고, 부모님은 내 아이가 칭찬받았으니 기분 좋을 것이고, 아이들은 집에 가서 부모님께 또 칭찬받으니 기분 좋을 것입니다. 단기 사회사업은 이토록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 일에 참여하게 되어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만약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하지만 담당자는 함부로 아이들의 활동에 끼어들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여러 상황을 헤쳐 나가게 도왔습니다. 실패해 본 경험으로 끝나지 않게 격려하고 지지했습니다.
잘 안 돼도 다시 해보면 된다는 것을 배웠을 겁니다. (p.84)
활동을 하다보면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많을 겁니다. 일회적인 봉사활동을 하더라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많은데, 4주라는 기간 동안 함께하는 일들 속에서는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생기게 될까요. 하지만 그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살면서 실패를 경험하게 될 일은 아주 많습니다. 실패를 견디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면 넘어진 채로 일어서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다시 해보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마냥 두렵고 어려운 세상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칭찬하고 격려하고 지지하는 것을 아끼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함부로 끼어들어 아이들의 자주성을 침해하려 들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묻고 의논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임을 기억할 것
아이들은 가정에서 사랑을 받으며 건강한 아이로 자랍니다. 친구, 동네 사람들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가족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일상생활기술학교는 가족과 긍정적인 관계를 다지는 좋은 명분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배운 기술로 집에서 부모님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p.91)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술을 배우기만 해서는 학원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목적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아이들의 둘레관계를 넓히는 일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과의 관계이겠지요. 제가 이태까지 만나온 다양한 사람들을 살펴보았을 때에 부모님으로부터 아낌없는 칭찬과 인정을 받고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자라온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던 분들에 비하여 자신감도 높았고 주체성도 뚜렷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가족과의 관계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원이자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번 일상생활기술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집에서 자주 칭찬받고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존재만으로 귀하며 작은 일에도 칭찬 받아 마땅한 인격체임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이 외에도 일상생활기술학교 기록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진행해나가면 좋을지 미리 겪으신 분들의 노하우도 얻었습니다. 활동 후의 인터뷰 읽으면서 아이들의 둘레사람이 얼마나 늘었고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간접적이지만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활동 마무리 할 때도 이런 귀한 인터뷰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좀 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해나갈 일들이 기대되고 설렙니다.
읽기 편하도록 제본해주시고 대전에 오실 때 부러 연락해주셔서 좋은 선행연구 할 수 있도록 해주신 김미경 선생님 고맙습니다.
첫댓글 채령,
온라인 게시판에 이렇게 글 쓰는 법은 따로 배웠나요?
방화11 선생님들께서 알려주었나요?
내용을 떠나, 이렇게 정리해 올려주니 읽기 편안합니다.
권대익 선생님께서 게시판에 제목 다는 법, 글 쓰는 법 안내해주셨습니다! 또, 선행연구 과제로 권유해주신 책들 읽어보니 이렇게 나누어져 있으면 읽기 편안했던 거 같아요.
선행연구 하고 글 쓰신 실습생 분들 모두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눠서 올리셔서 저도 글 올릴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배우는 것은 학원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함께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는 좀 더 친해지고, 지나가며 인사할 수 있는 어른을 만나는 일입니다. 둘레사람을 늘려가는 일입니다. 함께 인사하고 감사하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예의를 배우고 배려를 배우고 자신감을 얻을 겁니다."
일상생활기술학교의 핵심을 잘 이해하고 정리했습니다.
맞아요. 배움은 학원에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지요.
돈으로 살 수 없는 더불어 사는 경험, 내가 이루는 성취.
이런 귀한 것을 누리고 얻는 활동, 일상생활기술학교.
아이들 뿐 아니라 채령에게도 그런 시간이 될 겁니다
잘 이해하고 있는건지 많이 고민이 되었는데 이렇게 답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아이들과 함께 잘 누리고 잊을 수 없는 경험 얻어가는 일상생활학교가 됐으면 좋겠어요.
연초에 주민을 만나러 다니다 한 학부모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요즘은 좋은 교육이 많다 못해 넘친다. 방과후교실에서도 학원에서도 문화센터에서도 그렇다. 문화센터는 배우고 나서 따로 모임도 갖는다. 누가 복지관을 가겠느냐, 가난한 사람들이나 가는 곳이 아니냐고 하셨습니다. 무엇을 배우냐 보다 어떻게 배우고 익히느냐가 중요하다 배웠습니다. 이번 일상생활기술학교에서 채령, 성은, 민정 선생님과 함께 그렇게 돕고 싶습니다.
김세진 선생님께서 실패란 없다고 하셨습니다. 모두 바른 실천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하셨어요. 작년 우리가 날던 날 실천하면서 실패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어요. 우여곡절이 많았죠.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지향하는 바와 점점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했어요. 이번 임채령 선생님과 함께하는 실천에서 어떤 우여곡절이 우리를 놀라게 하고 당황하게 만들지 기대됩니다. 그런 과정이 더 공부하게 되고, 성찰하게 되는 기회가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