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5 요코하마(横浜) 조선초급학교_ 아오키(青木) 소학교와의 교류
(글 황리애)
- 2017년 2월 12일 요코하마초급 창립70주년기념공연, 두 학교 아이들이 함께 오른 무대 -
26년간 키워 온 우정
교환수업, 조선과 일본의 문화 체험, 스포츠, 음악 등
요코하마조선초급학교는 인근에 있는 요코하마시립 아오키소학교(青木小学校)와 다양한 분야에서 25년 이상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두 학교를 잇는 계기가 되었던 것은 아이들간의 다툼이었다. 당시 요코하마초급 교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교류의 발자취를 돌아보자.
무슨 수를 써야 되지 않을지…
‘쟤가 먼저 째려 보았어’ ‘돌을 던졌어’ ‘욕을 하잖아’
1990년대 초반 같은 학구내에 있는 요코하마 조선초급학교와 요코하마시립 아오키소학교 아동들 사이에 자주 다툼이 일어났다. 요코하마초급학교로 향하는 언덕길 중간에 두 학교 아동들이 마주 지나는 장소가 있었던 것이다. 원래는 사사로운 말다툼이었을 싸움이 점점 교원들의 귀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어느 시절이나 개구쟁이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 때도 딱 그런 아이들이 있었지요.”
당시 요코하마초급에서 교원을 했던 김학용(金学用, 현재 쯔루미조선초급학교 부속유치원 원장)은 말한다.
그동안 특정 아동들 사이에서 싸움이 끊이질 않았고, 어느 날 요코하마초급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오키소학교에서 온 전화였죠. 그쪽도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던 모양입니다. 아이들의 싸움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되지 않겠냐는 일로 우선은 교원들끼리 서로에 대해 잘 알기 위해 두 학교를 오가며 교류를 시작했어요.” (김학용선생님)
매일 얼굴을 마주 대하니 인사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사이가 나아지면 좋겠다, 그렇게 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러 번 의논을 거듭했다.
그리하여 91년, 아이들끼리 교류의 첫걸음은 양쪽 학교를 방문하는 형태로 실현되었다.
처음 해보는 시도였는데 싸우는 일도 없이 아이들은 서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요코하마초급의 아이들은 아오키소학교 아동들에게서 “언제 조선에서 왔어?”라고 질문을 받아 당혹스러워 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이때 김선생님은 “앞으로 친해지면 좋겠다, 우리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가르쳐 주면 어떨까?”하고 조언해 주었다고 한다.
같은 해 교류를 기념해서 요코하마초급에는 <아오키(青木)>라는 이름의 상록수가, 아오키소학교에는 조선의 꽃인 <진달래>가 심어졌다.
- 96년 '이국의 피는 꽃'이라는 곡을 합창했을 당시 두 학교의 아이들 -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그 후로 매년 교류가 이어졌고, 내용도 다양화 되었다. 학교 전체 교류는 물론이고 음악, 축구 등 클럽끼리의 교류, 그리고 처음에는 고학년뿐이었던 교류가 전학년으로 넓혀져 학년별로도 커리큘럼을 만들어 서로의 학교를 오가게 되었다. 연초에는 요코하마초급학교와 아오키소학교 교원들이 모여 연간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커리큘럼은 다음과 같다.
1학년 : 교환수업 <일본의 옛 놀이>
2학년 : 합동 수영 수업
3학년 : 구내 음악회에 합동 출연, 합동 소풍
4학년 : 스포츠 교류
5학년 : 구기대회
6학년 : 합동 과외수업으로 국회 견학
그 외에 상대 학교의 공개수업에도 참여하는 등 아이들은 일 년 동안 여러 차례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연말에는 다시 교원들이 모여 1년을 총괄해 보고 소박한 뒤풀이도 가진다. 무엇보다 교원들끼리 서로의 학교 아이들에 대해 알고, 신뢰관계를 쌓으며 노력한다는 자세는 교류가 시작되었던 때와 변함이 없다.
‘일본 학교와 교류하고 있는 조선학교는 일본 전국에도 여럿 있지만, 이렇게 밀도 있는 내용으로 오랫동안 지속하고 있는 학교는 보기 드물지요’라며 자부하는 요코하마초급학교의 양계봉(梁桂鳳)교장.
94년에 시작된 축구대회 <UHO² CUP>도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교류의 하나다.
UHO²는 <우호우호>라고 읽는다. 대회의 명칭을 정할 때 아오키소학교 교원이 했던 질문에서 힌트를 얻었다.
“<友好>를 조선말로 어떻게 읽습니까?”
“우호라고 읽어요.”
“아하! 그러면 ‘우호우호 컵’으로 지으면 어떨까요?”
“재미있네요!”
처음 개최 당시에는 주변에 있는 일본 소학교에도 알려 모두 3팀이 시합을 가졌다. 현재는 여자 아동들도 참가해 모두 5개교 10개 팀이 참가하는 대회가 되었고, 매년 1월에 개최되고 있다.
“사실 49년 <학교폐쇄령> 당시에는 요코하마초급이 아오키소학교의 분교가 되었던 역사도 있어요. 40년 이상 지나서 교류라는 이름으로 다시 이어진 것은 신기한 인연이지요.” (양 교장)
- 조선 전통놀이를 함께하는 두 학교 아동들 -
미래를 향한 가교
현재 두 학교 교류의 상징이 된 것은 합창이다. 매년 열리는 가나가와구 음악회를 비롯해 양쪽 학교의 학예회와 학교행사에는 요코하마초급과 아오키소학교 아동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입을 모아 노래를 부른다.
첫 무대는, 가나가와현에서 민족교육이 시작된 이후 50년째가 되던 96년에 열린 <가나가와 동포음악 무용 구성 시(詩) ‘이국에 피는 꽃’ > 행사다.
이 무대에 양국의 우호를 표현하는 순서도 넣자고 해 요코하마초급과 아오키소학교의 교류에 주목했다. 이 무대를 위해 요코하마초급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최옥희(崔玉姬)선생님이 조선의 민요 아리랑과 일본의 동요 ‘赤とんぼ(고추 잠자리)’를 섞어 만든 합창곡 <아리랑과 아까톰보(赤とんぼ)>만들었고, 두 학교 아이들과 함께 무대에 올렸다.
또 2011년에 열린 <가나가와 조선중고급학교 창립 60주년 기념 민족교육 포럼 ’미래를 향한 가교‘>에서도 공연 요청이 들어왔다. 두 학교의 교류가 20년째를 맞는 해였기 때문에 최선생님은 요코하마초급의 졸업생들과 함께 새로운 노래를 만들었다.
君の手と僕の手を つないでみようよ/ それぞれの小さな夢 話してみようよ/
너와 나의 손을 잡아 보자요 / 서로의 작은 꿈 얘기해 보자요 /
違う君 違う僕 違うって素敵だね / 未来は僕たちのもの 出会いを信じたい/
서로 다른 우리 다르다는 건 멋지잖아 / 미래는 우리들의 것 이 만남을 믿고 싶어 /
つなげよう僕たちが あの空の向こうへ/響き合う歌声が未来への架け橋・・・
이어보자 우리가 저 하늘 너머로 /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는 미래로 향하는 다리...
('미래로 향하는 다리' 1절 가사 번역)
합창은 큰 반향을 얻어 그 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르게 되었다.
최선생님에게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이었던 에피소드가 있다. 작년 아오키소학교 학예회에 요코하마초급의 합창부가 합동출연한 때의 일이다.
이날 무대에서 최선생님이 이 노래를 지휘하고 있었는데, 도중에 관객석에서 있던 아이들이 모두 함께 따라 부르기 시작해 공연장 전체가 대합창이 되었다고 한다.
“매년 행사가 있을 때마다 불러온 노래라 아직 이 노래를 배우지 않은 아이들도 알고 있었던 거죠. 뒤에 있는 객석에서 들려오는 큰 합창소리에 감싸였던 순간, 노래의 힘을 실감했지요.”
서로에 대해 알고, 차이를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고, 함께 살아간다는 교류를 26년간 계속해 온 요코하마초급과 아오키소학교.
과거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등굣길에는 서로에게 ‘안녕~’ 하는 밝은 아침인사가 오가고 있다.
*월간 <이어> 2017년 4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