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잔 마시자.
정력이 아주 좋은 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집에 들면 손님이 있거나 말거나 가리지 않고 아내를 골방으로 데려가 일국하는 재미로 살았다. 이에 아내가 민망할 때가 많아 꾀를 내니
“여보, 당신이 하자해서 하는 재미가 나도 너무너무 좋소. 그런데 손님 있을 때는 민망하니 신호를 정합시다.”
“당신 수단이 보통이 아니오. 그럼, 어떻게 신호를 주고받을까?”
“당신이 ‘한잔 마시자.’ 이렇게 하면 제가 골방으로 가지요. 어떼요?””
“참 기차게 좋은 착상이요. 그리되면 남들은 내가 술 한 잔 먹는지 말겠네. 참으로 묘책이로다. 묘책이여.”
남편은 아내의 방덩이를 두드려 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이들 부부에게는 한 잔 마시자. 하면 ‘일국 치르자.’는 신호로 통용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인이 왔는데 사위는 인사를 마치고는 급히 ‘한잔 마시자.’ 라고 말하고 방으로 들어가니 딸이 따라가더니 얼마 후, 나오는데 장인이 보니 사위와 딸이 얼굴색이 좋아 보였다.
“늙은이는 밖에 두고 너희들만 먹었구나. 얼굴이 홍당무가 되도록...”
장인은 집으로 돌아와 이 사실을 자기 아내에게 말하니
“딸이란 남만도 못한 것이요. 다시는 사위집에 가지 마시오. 나쁜 계집애...”
“사위도 그렇고, 딸도 그렇고, 내가 그리도 좋아하는 술을 저희들만 마시고...”
늙은이가 딸에게 다녀온 뒤로 적잖이 상심하기로 부인은 해괴하다는 의심을 가지고 딸을 찾아가 조용히 물었다.
“얘야, 아버지가 너희 집에 갔더니, 너희 끼리 술을 먹으면서 주지 않더라고 노발대발이다. 얼마나 노했는지 나도 발걸음을 끊으라 하신다. 웬일로 생긴 일이냐?”
“엄마. 아버지가 노하시고도 남았을 거요. 사실은 술을 먹은 게 아니요. 여차여차해서 그렇게 되었소.”
“후후후후...썩을 것들... 글쎄다. 아버지 제치고 너희들만 술을 먹었겠냐.”
어머니는 그날 밤 남편에게 딸 이야기를 전하니 노인은 크게 웃으며
“거 참, 묘한 방법도 있었네. 우리도 당장 한잔 먹고 일국 합시다.”
제 9 화
습호를 잘 지키시오
산길을 가던 나그네가 해가 떨어져 날이 저물자 크게 근심하였다.
‘이 산골짜기를 돌아가면 인가가 있겠지.’
사위가 깜깜해 지니 귀신이 나타나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러던 차에 불빛이
‘이젠 살았다. 저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고 가자.’
나그네는 앞뒤 가리지 않고 오두막집 사립문을 두들이며
“이보시오. 지나가는 나그넵니다. 하룻밤 재워주시오. 무서워서 갈 수가 없소.”
“내 집은 단칸방이우. 미안하나 객이 잘 곳이 없다우.”
“산이 험하고 산짐승이 설치고, 난 무서움을 많이 타서 간이 오그라드는데 어쩌면 좋소? 날씨마저 추운데 이리 박대하면 나는 죽겠소.”
“허어 이런 사람이 다 있누. 들어 오시우. 사람이 살고 봐야지.”
하여 나그네는 노인의 방으로 들어와 저녁을 먹고 자리에 누워보니 아래목에 노인 부부가 눕고, 며느리, 딸, 나그네가 나란히 누워 자게 되니, 그는 송구한 마음으로
“영감님, 단칸방에서 실례가 많습니다. 자녀는 몇이 두었습니까?”
“뭐가 궁금하여 그리 묻소. 지금 이 식구에 아들이 타관에 가 있다우.”
“그렇습니까? 아들과 딸이라. 아주 다복하게 생각됩니다.”
“어허, 이 사람이 뭘 안다고... 심심산골에서 맹감 따 먹고 사는 신세를 두고...”
그렁저렁 이야기하다 밤이 깊어갔다 노인은 보초를 서느라 자꾸 이야기를 걸었다. 보름달은 휘영청 밝은데 나그네는 욕정이 동한다.
‘노인이 잠만 든다면...’
나그네가 마음을 조이는데 노인이 보초를 서다 지쳐 잠이 들어 코를 골았다. 나그네는 슬그머니 딸을 건드려 보았다. 과년한 처녀라 기다렸다는 듯, 척 끌어 당겼다. 나그네는 한바탕 재미를 보는데 며느리가 시누이의 감창소리에 깨어서.
“애기씨, 나도 맛 좀 봅시다.”
시누이를 제치고 나그네를 끌어 당겨 한바탕 운우지락를 즐겼다. 이 꼴을 보고 노인이 체면 때문에 큰소리를 쳐서 이를 막지는 못하고, 제 아내에게
“이보오, 이제 당신 차례요. 저놈이 차례차례로 밀고 들어오니, 제발 당신의 濕戶습호를 두 손으로 꼭 막아 잘 지키시오.”
제 10 화
외눈박이를 죽여야지...
강원도 금강산 아래 어느 주막에서 생긴 일이다. 요즘은 구경을 간다고 하면 제주도가 단골손님으로 주 메뉴로 떠오르지만, 예전에는 금강산 구경이 구경의 진수였다. 하여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는 말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헌데, 금강산 아래 골 주막에 별난 주모가 살았으니 아주 색을 밝혔다.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그 짓을 요구하는데 남편과 암구호를 만들었으니
‘외눈박이를 죽여야지...’
이렇게 말하면 남편이 알아듣고 하던 일을 미루고, 뒷방으로 들어가 그 짓을 한바탕 치르고서야 다시 일을 보았다.
그러니까 외눈박이란 남자에게 달린 양물의 모습이 어찌 보면 외눈박이와 비슷하게 생겼다 하여 그녀가 지어낸 별칭이다.
이 부부는 그렇게 하여 ‘외눈박이를 죽이자’고 말하고 재미를 보아 왔는데 어느 날 밤은 그녀의 남편 놈이 초저녁에
“여보, 잔일은 미뤄두고 이제 외눈박이를 죽이고 하던 일을 다시하면 어떻겠소?”
하고 은밀하게 청하였다. 그러자 그 아내가
“당신은 어찌 그리 둔하오. 웃방 손님이 아직 깊은 잠이 들지 않았소. 삼경이 되면 녹초가 되어 깊은 잠이 들것이요. 그 때 우리 외눈박이를 죽입시다.”
“그럼. 그 때까지 외눈박이가 편히 쉬게 둡시다.”
이 부부의 외눈박이 죽이기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손님은 슬그머니 제 하나뿐인 눈을 검지손가락 등으로 곱게 비비며 중얼거렸다.
‘하필 외눈박이를 죽여서 무슨 잇속이 있어서 그럴까? 내가 죄 지은 일은 없으나 좌우당간 주막집 년놈들이 깊은 밤에 손님 등 쳐먹고 산다는 이야기는 왕왕 있는 일이다. 우선 살고 보는 것이 장땡이라. 이럴 때는 삽십육계 줄행랑이 제일이라....’
웃방 외눈박이 손님은 하나 남은 외눈을 검지손가락 등으로 다시 비비며 저녁밥값도 치르지 않은 채, 깜깜한 밖으로 나와
“날 살려 주시오. 날 좀 살려 줘요. 죄 없는 외눈박이 살려요.”
외치며 겁을 집어 먹고 밤도망을 하였다. 하여 외눈박이는 주인의 암구호에 놀라 밤도망을 쳤으니 저녁밥은 외눈박이 덕에 공짜를 먹은 셈이었다.
제 11 화
이놈도 개가죽을 썼으니...
교통이 발달되지 못한 옛날에는 소금장수가 많았다. 미치 실크로드의 소금상인들처럼...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의 경우 소금이 바다가 펄에서 생산되었기에 더욱 등짐을 지고 다니는 소금장수가 많았다. 예나 지금이나 음식의 간은 소금으로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니, 소금장수 이야기는 많을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소금장수가 심심산골 산촌을 소금짐을 지고 걷고 있었다. 그런데 개가죽 병치를 쓰고 몸에는 가죽옷을 입은 자가 지나가기에 그냥 조심히 지나치려하니
“넌 어떤 놈이기에 양반을 보고도 못 본채, 절을 합지 않고 지나치려 하느냐?”
호통을 치는 것이다. 하여 소금장수는
‘미쳐 절을 드리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모든 것이 미식한 탓이옵니다. 용서를 바랍니다.“
그렇게 빌었다. 허나 양반은 오히려 기를 세우고, 호령을 그치지 않았다.
소금장수는 분하고 원통하고 창피해서 어디 비길 데가 없는데 마침 개 한 마리가 양반과 소급장수의 다투고 있는 곳을 지나갔다. 그러자 소금장수가 갑자기 개 앞으로 달려가 넙죽 엎드리고 잘을 하는 것이다.
“기체후 만강하오시니까?”
“너이 이놈 너 거 뭐하는 짓이냐? 개에게 절을 하다니...! 이런 참, 괴씸한 놈이로다. 금수를 가리지 못하다니...!”
“.... ...”
양반이 크게 꾸짖으나 소금장수가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하며 말이 없자 양반은 다시 호령을 하는데
“너는 어찌된 놈이 개를 보고 큰 절을 한단 말이냐? 그 개란 놈이 너의 선조라도 환생한 것이더냐?”
라고 지극히 치욕스런 말을 동원하여 조롱하자, 소금장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때서야 비로소 너털웃음을 크게 웃더니
“서방님이요. 이놈 역시 개가죽을 둘러썼으니, 행여나 양반 댁 도련님이 아니신가 하여 절을 드렸습니다. 서방님이 보시기에는 이것이 개가죽을 쓴 사람이 아니고 금수로 보이십니까? 제 눈에는 서방님이나 저 놈이나 비슷하게 보인 뎁쇼”
제 12 화
말꼬리 같았다면 얼마나 좋겠냐.
경상도 향교 장의를 하는 양반에게 딸 하나가 있었다. 그 딸이 나이 열 두 살인데 영리하고 똑똑하다고 평판이 났다.
어느 소소한 가을밤이었다. 가을밤은 가랑잎 갈리는 소리가 유난히 부부의 정을 더욱 돈독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이들 부부도 소소하게 들려오는 낙엽성과 귀뜨라미 우는 소리에 이 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하였다.
그래서 성급하게 부부가 한판 붙는데 하필 영특한 딸 아희가 아직 잠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모르는 부부는 바야흐로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니 감창소리가 드높았다. 그러자 딸애가 이를 괴이히 여겨
“아빠! 엄마! 뭘해? 아빠. 뭘 하길래, 엄마 다 죽어가요. 엄마가 숨을 제대로 못 쉬네. 아빠, 엄마 살려...”
딸은 오르가니즘에 때문에 좌우 분별을 못하는 엄마를 걱정하여 아버지에게 그리 말했다. 이에 부부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꿍얼거리다가 아비만 가만히 돌아누워 자리를 옮기려 했다. 그런데 때마침 창에서 비친 달빛에 아비의 양물이 딸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이를 신기하게 여긴 딸이 다음날 아침 어머니에게 묻기를
“엄마, 어제 밤에 봤는데 아빠 두 다리 사이에 뭐가 있던 데 무얼까?”
“아빠 다리 사이에 있는 거. 그것 말이다. 아빠 꼬리지.”
엉겁결에 어머니는 시치미를 뚝 따고 그리 말하고 말았다. 딸은 그것이 정말 아버지의 꼬리라고 철통같이 믿었다.
그런 일이 있고 며칠 후의 일이다. 마구간의 말이 욕정이 동해서 양물이 부풀었다. 그것을 본 딸아이가 다급하게 외쳤다.
“엄마! 엄마! 큰 일이 났다. 아빠꼬리가 왜 말 다리에 붙었다. 아빠 꼬리가 이상해 어서와 어떻게 해 봐.”
어머니는 딸아이의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를 듣고 웃음을 머금은 채, 말의 양물을 멀리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도 크면 알 것이다. 저건 말의 꼬리지. 아빠 꼬리는 아니다. 아빠 꼬리가 저렇게만 생겼다면, 저렇게 크다면 춤을 추라면 춤이라고 추겠다만 아빠 꼬리는 말꼬리 근처에도 못 간단다.”
제 13 화 5. 29금요일
세 살 어린아인가?
강화도령이 왕으로 등극하여 안동 김씨가 그 세력이 안정되었던 때다. 큰 세력의 집권 중흥기는 비교적 나라가 안정된 것이니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안동고을의 한 양반이 여종을 꾀여서 뒷산으로 갔다. 이들은 서로 의사가 통하여 이제 막 거사를 치르려고 하는데 사단이 났다. 여종의 사내가 홀연히 나타난 것이다. 양반은 이 아슬아슬한 위기의 순간 임기응변으로 여종의 치마로 얼굴을 덮어씌우고 곧장 엎드려 사내를 바라보며 히죽 웃으며
“무슨 볼 일이 있다고 여기를 왔어?”
“아니어라. 온다고 온 것이 그리 됐십니더.”
“그리 됐시면 그리 알고 그냥 내려 가아.”
“예에, 주인님,”
사내는 치마 쓴 여인이 자기 아내라는 의심은 손톱만큼도 하지 않고 입을 헤벌레하게 벌리고 마을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 사랑방을 찾은 사내는
“주인님, 아까 낮에는 소인이 잘 피해 드렸지요? 제가 이만하면 믿을 만 하니꺼.” “믿을 만 허구 말구. 참말로 기특 혀. 계집의 속마음까지 짚어낸 너가 아주 영특 혀. 계집이 그 때 너를 보았으면 얼마나 무안했겠노.”
그렇게 칭찬을 하니 사내는
“주인님, 그러기에 제가 재까닥 그 자리를 피한 거니다.”
사내는 주인에게 칭찬을 듣고 자기도 주인에게 한마디 해주고 제 계집에게 와서
“이봐, 색씨야, 낮에 주인께서 뒷동산에서 어떤 계집의 꽃밭에 물주기를 하는 걸 봤어. 그런데 내가 방해가 될까봐 알고도 모른 척하고 그 자리를 피해 줬어. 그랬더니 주인이 나더러 아주 영특하다고 칭찬이 대단했어.”
사내가 제 자랑을 한바탕 늘어놓자 계집은
“맞았어요. 주인님이 하신 일을 함부로 남에게 발설하면 안돼요. 행여나 발설하게 되면 가차 없이 중벌을 받게 될 걸 요.”
계집이 아주 뒷 탈 날 일까지 걱정하여 당부를 하니
“색씨는... 내가 뭐 세 살 먹은 어린아인가. 어찌 그런 일을 누설하겠어. 그런 건 당부 할 것도 없어.”
제 14 화
늙으니 녹용도 소용없다.
이조 성종조 때 일이다. 노재상이 젊은 첩을 두고 몹시 사랑했다. 그 사랑은 밤마다 잠자리를 강요했으나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늙은이라 밤일이 시원치 않았다.
그는 생각다 못해 인삼녹용을 머리맡에 두고 시도 때도 없이 장복했다. 그러나 몇 달을 먹었으나 효험이 없었다. 그런 강정제로는 회춘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當動之 不動이요, 不動當之 當動이로고... 고얀지고...’
재상은 자신의 양물을 바라보며 크게 한탄했다. 이런 괴심한 놈이 있나.
‘설자리에서는 죽고 죽어야 할 자리에서는 서니...’
그런데 재상의 곁에서 뒤를 봐주는 종놈이 재상이 날마다 빼지 않고 철저하게 먹는 약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저것이 무슨 약이 길래 저리도 꾸준히 먹는단 말인가?’
종놈은 너무나 궁금하여 재상이 출타한 틈을 보아 몰래 약을 훔쳐 먹었다.
그런 일이 있고 며칠 후, 종놈은 밤낮없이 양기가 발동하여 주체할 수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제 집으로 사서 10 여 일 동안 재상댁을 가지 않았다. 그러자 재상은 이상하게 생각되어 다른 종을 일러 데려오게 하고는
“얘야, 네게 무슨 병이라도 생겼냐? 십 여일을 네 놈 얼굴을 보지 못했으니 참으로 이상하고나 자초지종을 말해보아라.”
“예, 대감마님, 소인이 무엇을 속이오리까. 사실은 제가 대감마님의 약을 훔쳐 먹었습니다. 장난삼아 몇 숟갈 먹었더니 양기가 대성하여 참을 수 없어 집으로 달아났습니다. 그리고 이놈의 처와 밤낮으로 십 여 일을 그 짓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양기가 숙어들지 않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놈은 오래지 않아 죽게 될 것 같아 후회막급입니다. 이 놈 죄는 죽어 마땅합지요.”
“하아아, 그렇구나! 늙은이에게는 천하의 명약도 소용이 없나 보구나! 내가 이 약을 몇 달을 먹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젊은 너는 두어 숟갈에 그리 양기가 동하다니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느냐. 이 약은 그대로 두어도 늙은이에게는 소용이 없고 젊은이는 먹으면 탈이나니 잠시도 그대로 두어서는 아니 되겠다. 그 못 쓸것을 당장 분뇨에 버리도록 하여라.”
제 15 화
이 손가락이다.
‘그 손가락이 아니다.’라는 한자어의 非指村비지촌이 있다. 그 이야기다.
누에를 치는 농부가 기와집 곁에 큰 뽕나무위에 올라가 뽕을 땄다. 높은 뽕나무에서 바라보니 아이들이 노는 것이 보였다. 삼밭에 사람이 오고간 흔적이 보였다. 농부는 아이들이 삼밭에서 놀다 갔으려니 그렇게 생각하며 뽕을 땄다.
그런데 한 사내가 뽕나무로 오더니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농부는 뽕을 따다 말고 휘파람 사나이의 거동을 살펴보는 데, 한 아낙이 술과 안주를 들고 기와집에서 나와 삼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사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낙이 있는 삼밭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둘은 한 몸이 되어 한바탕 일을 벌이는데 농부는 침만 꿀꺽 꿀꺽 삼키면서 감상을 하였다. 그런데 일이 끝나자, 아낙이 은근히 사내에게 교태를 부리며
“우리 서로 사랑하는 사이니 솔직해도 돼지요? 나가 당신의 그것을 쭉쭉 빨아 줄텐께, 당신도 나 것을 빨아 줄 수 있겠소?”
“암, 빨 수 있고말고. 잘 빨아 주지.”
“그럼, 나가 당신의 양물을 먼저 빨게요.”
아낙은 그리 말하고 사내의 양물을 몸이 으스러지도록 쭉쭉 소리가 나게 빨아 주었다. 그리고 아낙이 제 음부를 사내에게 맡기고는
“이녁, 잘 빨아줘요. 응 잘 빨아줘...”
“임자. 여자 것은 빨 수가 쉽지 않구만... 허니 손가락을 넣어서 문질러주고 다시 그 손가락을 빨면 어떻겠어...?”
“이녁... 그렇게라도 해줘요. 으응 이잉”
아낙이 좋다고 대답하자 사내는 중지를 음부에 넣고 문지르다가 다시 음핵을 건드려 주더니, 손을 빼내어 검지손가락을 얼른 쭉쭉 빨았다. 음액이 더럽게 생각되어 그리한 것이다. 그러니 아낙이 토라지며
“이녁은 나를 사랑하지 않나 봐. 그 손가락이 아니잖아. 중지손가락을 빨아야지.”
그러나 사내는 한사코 그렇지 않다고 다투니 이를 내려다보던 뽕을 따던 농부가
“사내자식이 비겁하기는...! 보라! 이 손가락이지 어찌 저손가락이냐?”
외치니 사내는 달아나고 뽕따던 농부가 내려와 아낙과 운우지락을 즐기고 아낙이 가져온 술까지 다 먹고 떠나니 그 후부터 이 마을이 비지촌(非指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