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 개런드라이플 파트 2에서는 M1903 라이플, 보통 스프링필드 라이플이라 부르는 물건 위주로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다. 뜬금없는 스프링필드 라이플이냐...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영화 라이언일병 구하기를 비롯한 2차대전물에서 빠질 수 없는 총기로 맹활약한 물건이고, M1개런드에 쓰이는 .30-06탄이 가장 먼저 채용된 총이라는 점에서 스쳐지나갈 수는 없을 듯 하다. 또한 1차대전 당시 뒤늦게 참전한 미군의 주력화기였다는 점에서 2차대전의 상징과 같은 개런드 라이플과 함께 비중있게 다뤄 보고자 한다.
<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스나이퍼인 잭슨이 사용하던 M1903A4와 업햄이 사용하는 M1 개런드 라이플
1914년 오스트리아의 왕위 계승자 프란시스 페르디난트와 그의 부인 소피의 암살사건으로 유럽전역이 세계대전의 비극에 휩싸여 있을 당시,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전쟁을 여유있게 지켜보며 유럽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사이에 대서양이라는 광대한 바다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었다. 연합군을 지지했던 미국인들은 영국에 대해 특히 우호적이었고, 동맹군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독일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미국이 원조를 해야 한다거나 '유렵인들의 전쟁'에 참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미국은 전쟁 초기부터 독일의 만행, 특히 벨기에에서 무고한 시민들을 상대로 저지른 그들의 악랄한 행위를 익히 알고 있었다. 1915년에 독일은 매우 치명적인 해상무기인 잠수한 유보트(U-boat)로 모든 연합군 선박들을 침몰시킨다는 이른 바 '무제한 잠수함 작전'을 선포하며 국제사회에 이빨을 드러냈는데, 이들이 노리는 연합군의 선박들 중에는 당시 민간인 승객들뿐 아니라 전쟁물자를 실어나르는데 이용했던 일반 여객선도 포함되어 있었다.
1차대전당시 독일 U보트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
1915년 5월 7일 대서양에서 영국 여객선 루지타니아 호가 독일 잠수함에 침몰되어 198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터져버린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128명이 미국인이었다는 것.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강력히 항의하면서 피해보상과 임의로 자행되는 잠수함 어뢰질을 중단하라고 촉구한다.
루지타니아호의 침몰
독일 정부는 루지타니아 호가 무기를 운반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격할수 밖에 없었다며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시켰고, 영국은 독일의 주장을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고 적극 부인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몇년후 독일의 주장대로 루지타니아 호에 무기가 실려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서 독일의 어뢰 공격 한방에 그토록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빨리 가라앉았던 것. 어쨌거나, 독일은 미국이 중립선언을 번복하고 연합군과 한패거리가 될까봐 독일 잠수함들에게 경고없이 여객선들을 침몰시키는 짓은 하지 말라고 타이르기에 이른다.
독일의 U-보트
독일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독일의 관계는 날로 틀어졌다. 1917년 2월 잠시 뜸하던 독일 잠수함들이 다시금 어뢰를 내뿜기 시작했고, 2월 3일에는 U.S.S housatonic호가 경고도 없이 어뢰공격을 당해 침몰한다. 게다가 1917년 3월 1일, 치어만 전보(Zimmerman Telegram)사건까지 터지고야 마는데...내용인 즉슨, 멕시코 주재 독일대사 치어만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던 멕시코측과 샤바샤바...독일과 멕시코가 연맹을 맺자는 제안을 했다가 발각된 사건이었다.
"친하게 지내더라고..." / "멍...."
그해 4월 2일 윌슨 대통령은 독일과 동맹군에 맞서 미국이 참전하는 방안을 의회에 제안했다. 결국 18시간에 걸친 논쟁끝에 4월 6일, 미국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란 구실로 1차대전 참전을 결정한다. 미국을 '유럽간의 전쟁'에 참여하도록 한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루지타니아 호의 침몰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난 사건이었다.
치어만 전보 사건후 멕시코 접경지대에 모여든 미국 제3 보병여단 병사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M1903 라이플
M1903라이플에 대한 대략적인 스토리는 지난 파트1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M1903라이플의 등장과 함께 미군 제식 소총탄으로 채용된 .30-06탄은 2차대전당시 대활약한 개런드 라이플에도 사용되었으며 탄피길이를 살짝 줄인 것이 현대의 7.62mm NATO탄이 되었으니 그 역사적 의미는 상당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M1905 대검을 장착한 M1903 라이플(클릭하면 확대)
03 스프링필드 라이플로 더 잘 알려진 이 물건은 독일의 마우저 98라이플을 참고로 제작되었으며 미군 제식 소총중에서 최초로 5연발 클립을 사용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1903년에 미군에 채용된 이후 M1 개런드가 등장한 1936년까지 미군의 제식소총으로 사용되었다. 1차대전당시 미군의 주력 소총으로 대 활약했지만 원체 많은 양이 생산되었기 때문에 2차대전중에는 부족한 M1개런드 라이플과 함께 다수 지급되어 사용되기도 했다. 또한 2차대전 내내 생산이 계속된 물건이기도 하다. 볼트액션식이었기 때문에 개런드 라이플보다 명중률이 우수해서 분대당 1정씩 지급해서 저격총으로도 써먹었다.
M1903 분해도(클릭하면 확대)
M1903라이플은 스프링필드 조병창과, 록아일랜드 조병창에서 만들어졌으며 초기형의 경우 열처리 미숙으로 사격중 리시버가 파손되는 경우도 있었으나 곧바로 개선되었다. 1차대전과 2차대전 사이에 M1903은 약간의 변화가 생겼는데 1929년에 미군은 이 개량형 M1903A1을 채택한다. 이 물건은 스톡의 손잡이 부분이 기존의 스트레이트 타입(S스톡 타입)에서 약간 휘어진 세미 피스톨 그립(잉글리쉬 스타일 혹은 커브드 스톡 - C스톡 타입이리고 불린다) 디자인으로 변경되었다.
M1903 초기형(스트레이트 그립)
M1903A1 (세미 피스톨 그립)
M1903A1의 생산량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리고 2차대전이 터질 즈음, 제식으로 반자동 방식인 M1 개런드 라이플이 지급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총이 부족하게 되자 개런드에 비해 저렴하고 제조도 간단한 볼트액션식 라이플을 지급해야만 했다. 레밍턴 암스사에서는 좀더 단순한 M1903의 개량형을 대량생산하기로 결정하고 1942년 M1903A3라는 모델을 만들어낸다. 많은 부품들을 시간 오래 잡아먹는 머시닝 가공 대신 프레스 가공으로 찍어냈고 복잡한 탄젠트 사이트 대신 단순한 다이옵터 타입으로 변경했다. 즉 M1903A3는 염가판 M1903이라 보시면 되겠다.
M1903의 탄젠트식 가늠자와 M1903A3용의 다이옵터 사이트
M1903 라이플을 수리중인 여성 병기관(1944)
참고로 M1903A2라는 모델도 만들어지긴 했는데 강선도 없는 훈련용 모델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패스...M1903A3 모델의 스톡은 스트레이트 타입과 세미 피스톨 타입이 모두 존재하는데, 대부분 후자이다.
2차대전 기간중 레밍턴 암스사에서 만들어진 스트레이트 스톡 타입의 M1903A3
세미피스톨 그립 타입의 M1903A3
몇몇 M1903A3라이플은 기존의 4조 강선 대신 2조 강선으로 바뀐 것도 있고 생산량이 딸리자 스프링필드 조병창 외에도 레밍턴사와 '스미스-코로나'라는 타이프라이터 제조사에서도 생산됐다. 또다른 변형 모델인 M1903A4는 고정식 프론트/리어 사이트를 제거하고 M1903A3에 M73스코프를 장착해서 저격용으로 '급하게' 만들어진 물건으로 레밍턴사에서만 제조한 물건.
M1903A4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잭슨이 사용하던 M1903A4
M1903A4와 2.5배율 M73 스코프. 잭슨이 사용하던 스코프이기도 하다.(클릭하면 확대)
영화상의 한 장면이지만 실물 스코프의 경우도 최근의 밀닷(mildot)과 같은 거리조절용 눈금은 생략되어 있다.
1945년초에는 개량형인 2.2배율 M84 스코프가 장착되었다.
스코프 튜브 사이즈는 동일하므로 링을 교체하지 않고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
급하게 만들어지긴 했지만 신뢰성과 명중률은 대단히 우수했다. M1903 바리에이션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쓰인 물건이 바로 이 버전일 것이다. 전쟁 말기인 1943년에 등장해서 1960년대까지 스나이퍼 라이플로 쓰여졌으니...
마지막으로 M1903의 특이한 바리에이션을 하나 더 소개하겠다. 바로 M1903 마크1이라는 물건인데 1차대전중 미국의 총기 설계자인 페더슨(지난 기사에 소개된 바로 그 친구)이 디자인한 것으로 반자동 방식으로 개조된 물건이다. 많은 수의 스탠다드 M1903 라이플은 페더슨 디바이스(제식 명칭은 US pistol, semi-automatic, .30 caliber, M1918)를 장착해서 반자동 라이플로 개조되었다.
M1903 마크1. 페더슨 디바이스를 장착하기 전.
M1903 마크1 리시버의 우측면. 각인이 좀 특이한거 외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클릭하면 확대)
리시버의 좌측면에는 탄피배출구가 있다.
페더슨 디바이스. 일종의 컨버전 키트라 보시면 되겠다. 이걸 붙여줘야 제대로 된 M1903 마크1이다.
페더슨 디바이스를 제거하고 스탠다드 볼트를 끼워서 .30-06탄을 발사할 수도 있다.
40발이 수납되는 전용 탄창까지 끼워진다.
페더슨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M1903 마크1에는 탄피 길이를 확 줄인 저위력 .30구경(7.62mm) 탄이 무려 40발이나 수납된다. 하지만 총의 덩치에 비해 탄환의 위력이 권총수준으로 약하고, 여기 저기서 트러블이 자꾸 생겨서 1920년대에 들어서며 M1903 마크1 라이플 대부분은 원상태로 복구되었다. 물론 페더슨이란 양반, 반자동 소총에 맺힌 한이라도 있는지 나중에 개런드와 한판 대결을 펼치지만 그때도 또다시 미끄러지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M1903 라이플은 21세기에도 사랑받는 빈티지 라이플이기도 하다.
스프링필드/빈티지 밀리터리 라이플 매치에 사용되는 M1903
2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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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소총의 매력에 점점 끌리는군요~~~~~~
올올올올올올... 철철 넘쳐흐르는 지식에 감탄 하옵나이다...
저 페더슨장비는 사실 노리쇠모양을 한 기관권총에 더 가까운 물건입니다 (재가 알기로는 자동사격되는 물건으로 알고있습니다.) 그냥 평범한 권총탄을 사용하는 물건입니다. 1차대전당시 참호전에서 사용할려고 만든 물건이지만 잦은 노리쇠의 교체로 인한 노리쇠분실(;;;)과 신뢰성때문에 좌절한 물건입니다;; (나름 간지나보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