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마음
심영희
세월이 흐르다 보니 할머니라 부르는 손자손녀가 네 명이 있는데, 그들도 어느새 성인이 되었답니다. 올해는 손자손녀에게 변화가 많은 해이기도 합니다.
큰 손녀가 대학졸업을 앞두고 벌써 직장에 취직을 하였고, 외손자는 보충병으로 명을 받고 지금 군부대에서 5주동안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지요. 동갑내기인 작은 손녀는 별 변화없이 대학교 2학년이랍니다. 외손녀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데 주민등록증 발급도 받았고, 요즈음 대학시험에 합격도 했고, 운전면허증도 취득했답니다.
글쎄? 주행시험을 보던날 연습 2일만에 시험을 보는데 좌회전 신호가 들어왔는데 직진을 해서 출발하자마자 탁락이 되었다지 뭡니까. 그래서 할머니인 제가 지난 금요일, 일요일을 주행 연습을 시켜 월요일에 다시 시험을 보려고 하는데 자동차에 이상이 생겼다고 화요일에 시험보러 오라고 했답니다.
마침 제가 월요일에는 시간이 안 되었는데 화요일은 시간이 되어 다시 주행연습을 한 뒤 3시부터 주행시험을 보았는데 다행히 합격해서 할머니 덕분이라고 고마워했습니다.
운전경력 30년이 넘은 할머니가 네이버에서 운전학원 장거리코스 A, B, C, D를 찾아 외우고 손녀에게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C코스만 찍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처음 A코스에서 탈락하고 주행연습 후 B코스를 뽑아 운전면허증을 취득했으니 코스 찍는 것은 운이 따라야 하겠지요.
그뿐인가요. 여고시절 파월장병 아저씨께 위문편지를 쓰듯 손자에게는 모바일 위문편지도 두 번이나 써 보냈답니다. 훈련가고 지난 토요일 처음으로 가족에게 전화하는 날이라고 딸이 부대에서 온 전화번호와 시간대를 알려줬는데 하필이면 외출했다 막 들어오는데 전화벨이 울려 문 닫고 가방 놓고 전화꺼내 받으니 벌써 끊어져 버렸지 뭡니까. 아쉬워 되돌려 전화번호를 누르니 기계음만 들려서 서운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답니다.
오늘은 마음이 더욱 허전합니다. 원주에 사는 손녀가 춘천으로 대학교를 오면서 할머니집에서 자기도 하고 원주에서 올 때면 늘 학교까지 데려다주며 정이들었습니다. 이삼학년은 코로나19사태로 온라인 수업을 하느라 거의 집에서 공부하고 특별이 시험이 있을 때만 춘천에 왔지만 그래도 4년이란 시간을 손녀와 할머니는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이 대학4년 마지막 시험이며, 학교가는 날도 끝이랍니다.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는데 마음이 허전하며 눈물이 났습니다.
학교에 가면서 4년동안 다니면서 힘들었지 하고 물어더니 뭐 별로라고 했습니다. 그나마 모든 게 긍정적이어서 다행이긴 합니다. 졸업 후 내년 3월부터는 인천에 있는 병원에 근무하게 되니 할머니와 점점 멀어지게 되겠지요. 이런게 부모 마음이고 할머니 마음이랍니다.
(2022년 1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