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그림/정장한
수만 호 화폭 위에
그림을 그려 본다.
봄 부터 여름 지나
가을이 될때 까지
농부는
살아 있는 그림을
온몸으로 그린다.
개미 /정장한
한 방울 물기 있나
땡볕에 열심이다.
내 발 아래 헤매는
가장 낮은 삶이 지만
만물의
으뜸이라는
내 삶 보다 더 낫다.
끝 까지 소원은/ 정장한
야윈 몸 곁에 올까
겁내는 걸 알까 말까
소원을 적으라니
자식들 잘 되는 거
가슴에
남은 한마디
사월줄을 모르네.
풀베기 /정장한
빛 처럼 돌아 가는
투명한 칼날 아래
파란 핏빛 흩 뿌리며
속절 없이 스러지네.
조각난
사체들 위에
향은 어찌 좋은가.
시골 하늘/정장한
허름한 옷이라고
하챦게 생각마라.
흙 속에 뒹군다고
파란 세상 잊었을까.
삼복의
더위보다 더
마음 속은 뜨겁네.
새벽 /정장한
서늘한 바람 불며 깊어진 새벽녘에
창가에 서성이는 달빛에 잠을 깬다.
아침을 맞이 하기엔 아직 멀리 있는데
한잠을 더 청하니 마음이 들로 간다.
빗방울 뿌려질까 가을 걷이 밀렸는데
어둠에 갇힌 몸이라 어찌할 수 없다오.
고향 / 정장한
진달래 할미꽃이 때도 없이 생각 나
피라미 버들숲에 물새가 우는 언덕
문둥이 무섭던 동산 세월 가니 그리워
동구에 접어 들면 모두가 정든 얼굴
어른들 말씀에 기침 소리 낯 익은데
뒷동산 잔디밭에선 혼자 노는 솔바람.
흑백 사진 / 정장한
지붕 끝 사다리에 줄줄이 올라서서
이엉 마름 올려 주던 그 옛날 장정들이
빛바랜 사진속에서 변함없이 웃는다.
눈 오는 긴 겨울밤 초가 지붕 추녀속에
잠 자던 참새들은 어디서 꿈을 꿀까.
아침을 뒤 흔들던 떼 소리 들리는 듯 마는 듯.
태풍/정장한
보이지 않는 것이 살랑이며 다가 올 때
나뭇잎 숨결인가 고맙기만 했었는데
천지를 뒤흔드는 밤 그 까닭을 모르네.
보여야 인정 받는 세상의 모든것에
그렇지 않다는 걸 어이해 모르냐고
한순간 세상 뒤엎고 머나먼 길 떠나네.
요양원에서 / 정장한
그 옛날 푸른 이슬 꽃다운 날이었지.
하늘보다 맑던 모습 어디에 잦아들고
세상의 온갖 연민들 마른 몸에 쌓이나.
사랑을 받기 위해 세상에 왔다는데
그 사랑 벗어놓고 살아온 탓이런가
창으로 보내는 눈빛 아는 사람 없다네.
*저자 약력~
*한국 방송통신대 법학과 졸업.
*월간 체신 현상공모 단편소설 당선.
*한국 방송공사 주최, 월간 체신 현상 공모 동화 당선.
*월간 한국인 현상공모 농 어민 수필 입상.
*월하 시조 백일장, 장원.
*시조문학으로 등단.
*한국문협, 강원문협, 강원시조 회원및 임원.
*한국문인협회 화천지부장 역임.
*(1950년 ~ 2020년 지구에 다녀 감)
*(농부 시인으로 산과 들을 누빔)
*(좋아했던것~ 화천 막걸리,백세주, 소주)
*(특별 관심사~詩와 별과 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