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어디일까요?
정경숙
제가 생활하는 곳은 예쁜 아기 천사들과 마음이 예쁜 선생님 천사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곳에 하루는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어렵습니다. 많은 천사들이 생활하다 보니 하늘에 별만큼 수많은 일들이 반짝반짝 빛나며 빛을 냅니다.
어제는 울면서 등원하던 아이가 오늘은 방긋방긋 웃으며 등원하고, 김치를 먹지 않겠다고 하던 아이가 스스로 포크를 이용해 김치를 찍어서 먹기도 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는 아이들의 마음과 행동으로 몸과 맘이 힘들어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가도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언제 그런 맘이 들었나 싶을 정도로 얼굴에 미소가 번지곤 합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미소를 짓게 하는 울 천사들의 일상생활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의 한 해 시작은 1월부터 시작해 12월로 마감을 하지만 우리에 생활은 3월에 시작해 다음 해 2월에 마감합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3월 이곳은 총과 칼이 없는 전쟁터와 같다고 이곳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옛말에 “애 볼래? 밭에 가서 일할래?” 고 물어보면 밭에 가서 일한다고 합니다. 이 말에 공감대가 가장 클 때가 이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는 울 천사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때입니다. 성인도 처음 낯선 곳에 가면 두렵고 낯설기만 해 불편한데 울 천사들은 더 하겠지요? 그러니 그 불편함을 언어로 표현을 하지 못하니 울음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겠지요. 엄마와 떨어지는 순간부터 울음을 보이면 순식간에 이곳은 울음바다가 됩니다. 그러면 우리 선생님들은 울 천사가 좋아하는 것을 이것저것 나열하고 달래고 천사들과 친해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다 동원합니다. 그렇게 달래 울음을 멈추었다가도 다른 천사가 울면 따라서 우는 울 천사들... 우리 선생님들은 매일매일 열심히 천사들과 지내며 내일이면 잘 적응할 거라 믿으며 한 해에 시작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적응한 울 천사들은 엄마 뒤에 숨고 울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언제부터인가 이곳이 좋다고 하원길 집에 가길 거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또한 걷기보다 뛰기를 좋아하는 울 천사들 공동놀이실에 나오면 그 행동은 더 커져 걷는 것은 잊어버린 듯 뛰기 시작하고 빙글빙글 돌기도 하며 열심히 활동합니다.
그러다 다칠까 천천히 걸어볼까 선생님이 이야기해도 듣는 척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흥에 겨워 뛰고 춤을 추다 넘어져 이마에 혹이 나고, 부딪치기도 하지만 번쩍 일어나 까르르 웃으며 무엇이 그리 행복한지 다시 활동하는 천사들을 보면 정말 대견스럽고 기특하며 천사들의 행복한 웃음에 선생님도 저절로 웃음이 나오며 행복해집니다.
이곳에서 최고의 순간은 급식, 간식입니다. 우리의 생활공간은 만 0세 ~ 만 2세까지 우리 나이 1세 ~ 4세까지 식사 도구 사용에 미숙한 천사들과 대소변 갈이기가 아직 되지 않은 천사들이 많습니다. 간식 시간은 좀 덜 하지만 점심식사 시간은 그야말로 선생님들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릅니다. 식사시간 역시 5분 이내에 마치지만 그것도 제대로 식사를 해야만 가능합니다. 식사하다가도 응가 기저귀를 치우고 식사 도구 사용이 미숙한 천사들 도와주고 떨어진 음식을 치우고 식사를 마친 천사들 돌봐주고 어떻게 식사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지만 그 시간에서도 천사들의 반짝이는 모습을 봅니다.
선생님이 수저로 밥을 떠주어야 먹었던 천사가 스스로 식사 도구를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편식하던 음식을 먹고 스스로 대견스러운지 미소를 보이는 모습,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어 식판에 올려놓는 모습, 식판에 제공한 음식을 다 먹고 내밀며 웃음을 보이는 모습, 그렇게 천사들은 선생님들의 인정, 칭찬, 공감을 통해 건강하게 하루하루 성장해 가는 울 천사들의 모습을 봅니다.
아침에 등원할 때 인사를 하지 못한 아이들과 인사를 하기 위해 보육실에 들어가 샛별아 안녕! 잘 자고 왔어요?라고 이야기를 하며 팔을 벌리면 천사들은 하나, 둘씩 모여듭니다. 한 명씩 번갈아 안아주고 “사랑해” 하면 작은 팔로 선생님을 안고 미소를 보입니다. 그 모습에 다시 한번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이곳에 터를 잡고 주인장으로 생활하면서 때론 이 자리를 떠나고 싶을 정도에 무게감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저를 믿고 이곳을 선택해 주신 부모님과 울 천사들 -가끔은 귀여운 악동으로 변하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귀엽고 예쁩니다. 그리고 선생님들.... 모두가 행복하고 신나는 원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감에 하루하루 힘들고 지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 천사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과 해맑은 미소가 있어 보람과 행복을 느낍니다.
이렇게 생활하는 이곳은 어디일까요? 저는 이곳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미래를 꿈꾸는 무한한 공간이라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떤 곳이라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