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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멍석형님 혼자 설악을 넘으시렵니까 "
포효하며 반기는 반달곰. " 오색으로 갈려네...ㅎ
" 노인네가 조심하세요."
".고맙네. 도착하면 전화할께..."
올 때마다 지나야할 일주문 모습 그대로나,
어쩌겠나 오늘도 인증샷 한컷 남길 수밖에...
통일대불 앞마당에 한그루 노송의 끝가지가,
바람에 꺾인 듯, 부처는 노송의 눈물을 볼까 ?
아침안개에 드리워진 거암봉이 과연 선경이로세.
고목을 딛고 햇볕을 더 받으려 기어오르는
산숲에 삶의 숨찬 목소리들이 들리시나요 ?
아직도 여전한 哀愁의 이별장면...
아침 여덟時면 이른 시각이 아닌데 오늘따라,
산객의 발소리없는 비선대 철다리가 외롭다.
"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고 하듯이,
여기 비선대에서는 설악의 어느 곳이든 갈 수 있지요.
어느 저녁날 나는 학승을 만났습니다.
묻기에 " 오세암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각입니다."
" 아, 그런가요. 가다 못가면 산중 구름 이불삼고,
바위를 벼게하여 잠시 눈감아 쉬었다 가지요."
學僧의 시건방진 여유일까, 호기어린 뱃짱일까.
나는 아직도 답을 못내렸습니다...ㅎㅎㅎ
저 귀면암에 아침 아홉시 햇살이 비춰지면,
정말로 창백하게 싸늘한 미소가 섬찟하죠.
심산유곡이 빚어내는 웅장한 하모니...
어찌 이 조그만 디 카 로 담아낼까.
병풍바위아래 하얀 땡볕에 누워있는 바위계곡에
청간벽수 넉넉하면 좋으련만 가뭄든 골이 짠하다.
산목련아, 뉘 일렀기에 산중에 새하얗케 곱더냐.
떠난 님이 오신다더냐 ?
후두둑 지나는 소낙비에 함초롬히 젖은 하얀 꽃...
오련폭포를 내려다 보며 철계단길을 가노라면,
사방 둘러친 비경에 산객들은 넋을 빼앗기지요.
사진속 풍광과 다른 장엄한 암봉에 가슴이 두근거리죠.
이 바위벽을 넘어 1시간여 비알길을 오르면,
무너미 고개를 지나 희운각에 닿지요.
두다리가 사력을 다할만큼 가파르지요.
설악산 제일 높은 곳에 있어 천당폭포로 이름지었죠.
만경대의 웅장한 자태는 언제 보아도 경외롭습니다.
가파른 돌계단 길 1시간 정도 오르면 희운각입니다.
오름길 1 km 소요시간은 대체로 1시간 정도 걸리지요.
무너미고갯길을 내려오는 산객들...
가파른 내리막 길에 모습이 꾀나 지쳐보입니다.
숨소리가 그렇게 들리네요...ㅎㅎㅎ
죽음의 계곡가에 喜雲 최태묵 선생이 지은 대피소다.
1969년 동계훈련중이던 산악인 10명이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대피소를 지어 기증한 분이다.
여기서 부터 가파른 비알길을 한시간여 오르면
소청봉에 닿는데, 상당한 난 코스 지요.
저 신선대 바위벽을 돌아들면,
마등령까지 5시간코스에 공룡능선이 시작됩니다.
이 철계단의 기울기를 보시면,
오름길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것입니다.
공룡능선입니다. 비경이지요.
어떤 미사려구도 필설로는 부족합니다.
산넘고 넘어도 비알 산길이 또 놓여있는 저기를
열번은 갔을 것입니다. 가을 단풍이 끝내주지요.
題 : 歸 去 來 辭 ( 1 )
- 나는 이렇게 삽니다
회칠한 도회지에 반백년 각고풍상
찌들은 쪼막가슴은 차마 못버리고
빛바랜 잠바속에 소중히 감싸안고
시원섭섭 서울떠나 束草로 왔지요
미시령길 울산바위 길마중 서있고
갈매기 끼룩끼룩 노래하며 반기네
뒤엔 백악설산이요 앞은 동해바다
배산임수의 명당일터 내 잘왔도다
뜨끈한 온천물에 지친 몸풀어놓고
청간청풍에 얼룩진 맘도 씻으리라
심심골 산채나물 약수는 보약일터
늙그막에 즐거움 더두어 무엇할까
산닮아 듬직하고 바다처럼 넓직한
둥굴 후덕한 감자바윗골 이웃사촌
처음에는 낯설어 서먹서먹 했지만
이젠 강원도 사투리도 잘한답니다
그후로 봄하고 여름지나 가을오고
눈덮힌 설악산보기 어언 열일곱해
미운정 고운정 내고향과 다름없어
生居明堂 속초에서 살다 가렵니다
동해바다 설악산을 발치끝에 두고
천년숲에 청아한 산새소리 들으며
별총총 밤하늘에 별똥별 헤아리니
산너머 풍진세상 하찮케 보이네요
나는 이제 이렇게 삽니다
동해바다에 솟는 아침해를 보면서
장엄 수려한 천년전설 울산바위를
울마당 한켠에 壽石삼고 산답니다
인생사 생각하기 나름이 아닌가요
바다를 건너오는 봄맞으러도 가고
벌거숭이 땡볕여름 훔쳐보러 가고
갈볕살에 반짝이는 백사장도 가고
미역내음 상큼한 겨울바다도 가고
갈매기의 화려한 자맥질과 춤사위
넘실남실 바람에 실려온 푸른창파
가물가물 물끝자락에 핀 뭉게구름
오리새섬에 부서지는 하얀 물보라
딱히 할일없고 시간많은 늙은이라
허허망망 바다보며 세월 돌아보면
공수래공수거 인생 이만하면 됐지
보통인생이 백점받아 무엇에 쓸까
싱싱 활어횟깜 주막마다 그득한데
늙은 입이라고 어찌 푸대접하나요
향긋한 꽃멍게며 쌉쌀한 해삼한첨
쏘주의 쓴맛을 달디달게 해주지요
어디 술안주에 싱싱회만 있던가요
단골집 아줌마의 푸짐한 입담에다
파도소리 권주가삼고 마시는 술맛
산해진미 수라상도 정말 안부럽죠
나는 또 이렇게 삽니다
설악산이 부르면 열일제치고 가죠
하늘닿은 대청봉도 한해 너댓번씩
솟구친 천봉만산 청간벽계 즐기며
계절없이 쉬엄쉬엄 댕겨 온답니다
춘삼월 새봄엔 산꽃내음 가득하죠
여름엔 옥류골 청솔바람 시원하죠
가을엔 오색진 단풍빛이 별천지죠
겨울엔 만학천봉 仙峰이 은세계죠
참새가 방앗깐두고 그냥 지날까요
백담벽수 양지물가에 山友와 앉아
산정기 향짙은 심심골 더덕안주에
사발탁주 기우리는 안분지족 멍석
비선대 천불동 오련폭포 대청봉도
봉정암길 백담사 수렴동 오세암도
권금성 계조암 울산바위 비룡폭도
철없이 때없이 놀러오라 부릅니다
설악은 날붙들고 더놀다 가라더니
노을진 늙은이 처음부터 걱정인가
뒷산그림자 굽은 등밀며 내려오죠
이렇게 설악산을 벗삼고 지냅니다
이제 설악산자락 샘솟는 온천물에
풍우성상 세월길 숨가쁘게 살아온
어즈버 칠순인생 따듯하게 달래며
밤하늘 별빛헤며 맘편히 살렵니다
나는 이렇게 살렵니다
산전수전 등굽은 황혼길 노인에게
하늘은 산보며 바다보며 살으라고
바닷가 三水一山 속초를 償주셨나
멍청한 녀석 멍석노인 감읍입니다
두다리 성성할 때 요산요수하리라
녹초청강 두묏골 두루두루 다니며
눈비바람 산하보며 詩지어 부르고
사계절 오고가는 세월과 살렵니다
공수래 공수거 인생 욕심내려놓고
허허망망 널푸른 바다처럼 맘열고
백악설산 설악처럼 조용 살렵니다
청간 백담벽수처럼 맑게 살렵니다
0 2. 어드레요 여기와 사실래요 ... 仁中之印
이래 저래도 잠시 머물다 가는 세상에서,
무엇이 그리도 모자르다 속상해 할까.
"내 벗이 몇인고 하니 水石과 松竹이라.
東山에 달오르니 귀 더욱 반갑고야..."
윤선도의 "五友歌 "만 귀거래사일까.
나도 예서 " 반소사음수 곡굉이침지"하고,
노을진 들녘길 귀거래사지어 노래하며
태어난 복만큼만 살다 가렵니다..ㅎㅎㅎ
題 : 千 年 朱 木...
설악 소청오르는 비알길
雲霧휘감아 햇볕드문 곳
눈비 바람 구름짓궂은데
하늘향해 두팔벌린 수행
뭔죄있어 살아 千年빌고
죽어도 千年 눈못감는고
널보자는 山行은 아니나
메말라 처절한 네모습이
등굽은 나닮아 애처럽다
어쩌다 이곳에 뿌리내려
천년고초 피멍든 속살로
風雨星霜 찌들어 살까나
풍진 사바세상 俗物인간
잘나도 百年을 못사는데
못난것이 모진 運命일쎄
그래도 천년세월을 살며
萬壑 雲海千峰 굽어보는
千年朱木 壯하고 壯하다
1 0,大靑峰을 오르며...
소청봉이 바람불러놓고 날반기네...
언듯 스쳐 지나가는 햇살에 환하게 웃는 내설악.
저 7개의 뾰죽바위아래 적멸보궁인 봉정암이 있고,
그 아래로 청봉골과 구곡담 그리고,
백담사까지 이어지는 수렴동계곡이 있지요.
뾰죽바위 우측 아래로는 만경대가 있는 가야계곡과,
그 건너 전설의 오세암이 있고요...
가파른 오름길을 허우단숨 올라온 산객들에게는
중청오르는 이 길도 사실은 버겁게 느낀답니다.
저 앞산봉우리가 대청봉입니다.
매년 산사태로 자꾸 깎아져 흘러내린 답니다.
여기 소청에서 한시간 거립니다.
한계령에서 출발,
서북능선을 타고 다섯시간정도 오르면,
여기 중청봉 이정표와 만나지요.
힘들게 오른 산정에 고운 정성 쌓아올린
손길과 마음마다 빌고 빈 바램이루소서...
오른쪽으로 어렴풋이 난 길이 소청가는 길이고,
좌측이 한계령.귀떼기청봉가는 서북능선길이죠.
題 : 설악의 바람소리...
백두대간 태백준령
첩첩산산 설악은
반도땅 삼천리 금수강산에
유구한 겨레의 등줄기
풍우성상 오천년
아홉골 구비돌아 분삭히며
동해물에 恨씻어 푸른
설악의 바람소리여
하늘아래 뫼이나
만학천봉 굽어보는 대청봉
운해바다 섬峰 흰구름은
선녀의 춤사위련가
적벽부딫친 바람소리
靑山要我 以無語
풍진세상 以廳得心의 지혜
뉘나서서 가르쳐 줄까
적막산사 달빛드니
풍경도 잠들고
월하선봉 온산이 숙연하니
늙은 발걸음 조심한다
1 0, 대청봉을 다녀오며...
저기 산좋아 오르고 물맑아 찾노라,
어찌 늙음이 罪라서 세상의 이 즐거움을 멀리하랴.
나도 이 같이 하며 백년같이 늙으리라...
백두대간 태백준령 설악산자락에
아침해오르는 양양땅에 五色이드래요...
님들아... 내려가시거든 세상일 힘들다 소홀히 말고,
오늘 설악오르 듯이 열심하시게나...
올랐으니 또 내려 가야지요.
인생길이 그런거 아닌가요. 바보일까요...ㅎㅎㅎ
내리막 비알길이 장장 3 시간여 이어져 있지요.
무릎약한 사람은 좀 힘든 코스입니다.
무릎아픈 산객들에게 에어파스를 뿌려주며
2 시간 20 분만에 ...
그러나, 오를 때는 4 시간은 걸리지요.
설악폭포지나 산허리를 돌아드니
내리막 산숲길에 융단같은 산안개를 드리우네.
오색입구에 이르는 마지막 다리를 건너다...
남설악 출입구의 안쪽입니다.
오늘도 설악을 넘었으니, 두다리도 위로할 겸,
산중주막에 들려 하산주 한잔 하리라.
題 : 山 中 日 記 ( 1 )...
첩첩산중에 달빛내리니
만학천봉이 선경일세
청간벽수 百潭맴돌며 쉬어가고
빈산은 적요로운데
오색골 바람만이 한가롭다
내 정녕 달빛에 취했던고
술향기에 취했더냐
온산이 갈바람에 월야선봉이니
나는야 산중주선할까
詩한수 읊으리니 운띄우게
월하독작에 적적터니
술잔속에 달와있네
추야장천 먼길에 출출하오리니
마침 잘왔도다
이 술잔받고 쉬었다 가시게
가만보자 달빛아래 님아
네가 정녕 선녀로다
발그레 갓익은 입술이
오뉴월에 물오른 앵두빛이로다
달탐할까 하니 가까이 앉게
醉月녀석 산너머가고
이제 빈산엔 너와 내 둘뿐이니
이 한밤 오붓히 놀아보자
구엽주로 잔채우고
임자 권주가 한번 듣세
1 0 , 五色골 산중주막에서...
첫댓글 오늘부터 몇 차례에 걸쳐 설악을 넘는 사진을 올리겠습니다.
처음에 넘던 1999년에는 아깝게도 디카도 없었고,
활동하던 산악회에 다른 회원이 촬영하기에 별 생각없이 산을 넘어다니기만 했죠.
지금 생각하면 아까운 추억이네요.
" 삼라만상 역부연 森羅萬像 亦復然 " 이라고, 사람사는 거 다 그런거죠...뭐 ~
그러니요
그렇게 안부를 건내시면서
설악을 정복 하신 멍석이 형님의 밝은 모습이 참 멋지셔요
어쩌면 그렇게도 맛깔나게 대목대목 이해의 글을 넣어주셔서
읽어 내려오는 마음도 설악의 한 바퀴를 돌아 온 기분입니다
마중길이 늦었습니다
멍석 님
우리(달리)집에 함께 살고있는 강아지입니다
며칠전에 한 사십만원 검사비가 들었갔어요
병원에서 오라는 걸음을 지금 좀 가 보려구요
다녀 오겠습니다
땀흘려 산을 오른 산객은,
나름의 성취감과 호연지기도 기르지만,
독자에게 사진만을 올린 산객은,
현장 분위기를 설명해줄 책무가 있어,
작은 작푸일찌라도 끝내 완성했다는 성취감을
즐길 수 있지요. 그래서 정성을 다할 뿐이지요.
@멍석
우리 집 달리 오늘 병원가서
십만원 뚝딱 지출하면서요
동물도 키우다 보면 이젠 가족의 일원으로 지갑도 제법 열게 한답니다
그렇긴 하지만
정말 설악의 지킴이십니다
우직한 설악의 명산을 이렇게 함께 할 수 잇음이
그저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녁 잘 드시구요
낼 뵈어요
멍석 님
저도 이제 하루를 마무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