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벼르고 별렀던 고등어 훈제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여러가지 향신료나 럽, 소스는 차차 적용해보기로 하고
오늘은 소금물에 염지해서 훈연만 해보기로 했습니다.
마리안스키가 연어를 훈제할 때 쓰는
28℃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몇시간에 걸쳐 천천히 하는 냉훈(cold smoking)은
계절 특성상 가능하지도 않았고
고등어 훈연에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싶기도 해서
고려 대상에서 제외시켰습니다.
이번에는 바비큐의 술탄이라 불리는
Richard W. McPeake 식 열훈으로 바비큐 하기로 결정.
원래는 맥피키도 스모커로 훈연을 하지만
고등어 훈제 테스트에 스모커까지 꺼내려니 아무래도 쫌...
그래서 온도를 스모커 내부온도에 맞추기로 하고
댄쿡 1300으로 바비큐하기로 합니다.
재료:
고등어 2 마리 (각각 500g 내외)
물 2 리터
간수 뺀 천일염 1/2 컵(120ml)
설탕 1/2 컵(120ml)
기장 어시장에서 2 마리 9,000 원 주고 산 생고등어입니다.
한마리는 통마리(480g) 그대로,
한마리는 필레(각각 180g) 로 포를 떠보았습니다.
1 리터의 정수기 물을 포트에 받아 분량의 소금과 설탕을 넣고 완전히 녹을 때 까지 가열합니다.
다 녹았으면 찬물 1리터와 섞어 실온으로 식힌 뒤 고등어와 필레를 담급니다.
고등어 길이만큼 길쭉하고 폭이 좁은 밀폐형 반찬통이면 좋습니다.
필레는 45분, 통마리는 1시간 반 동안 소금물에 담갔다가 건진 뒤
깨끗이 씻고 키친 타월로 물기를 눌러 닦아내고 체에 올려 공기 중에서 건조시킵니다.
이 때 소금물에 담근 시간과 비슷한 시간 동안 건조시켜서 생선 껍질에 얇은 막(pellicle)이 생성되도록 합니다
박막이 형성되지 않은 생선을 바비큐 하면 고열에 단백질이 변성되면서 녹아 체즙과 함께 빠져나가게 됩니다.
그러면 맛이 많이 떨어지게 되지요.
댄쿡 1300을 오랜만에 쓰니 온도 감각이 없습니다.
맥피키의 스모커 내부 온도 93℃ 내외에 맞추기 위해 양쪽으로 7 개씩
웨버의 히트비드 차콜 브리켓을 불붙여 넣었습니다.
쿠킹 그레이트를 올리고...
뚜껑을 덮었더니 5 분만에 180℃까지 올라가 버립니다.
바비큐가 아니라 거의 직화구이에 가까운 온도...너무 높습니다.
그래서 양쪽에 3 개씩을 남기고 그 위에
한시간 동안 물에 담갔다가 건져 물기를 닦아 두었던 사과나무 훈연 청크를 올렸습니다.
뚜껑을 덮고 5분 뒤에 재어 봤더니 온도가 아직도 150℃
열효율이 참으로 엄청난 그릴입니다.
결국 양쪽으로 각각 두 개씩 만 남기고 그 위에 사과나무 청크를 올립니다.
고등어에 박막이 잘 형성되었습니다.
살짝 구부렸더니...박막 땀시 껍질이 쭈글쭈글해졌지요?
댄쿡1300은 공기 조절 구멍과 뚜껑 구조가 웨버 그릴과 달라
한쪽으로 차콜 브리켓을 모으면 반대쪽으로 연기와 열기를 보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양쪽으로 브리켓을 두고 석쇠를 2층으로 배치해 고등어를 올렸습니다.
온도는 맥피키가 주창하는 93℃에 가까운 95℃가 나옵니다.
바비큐가 초정밀 로켓 과학도 아닌데 이 정도 오차 범위야 뭐...괜찮겠지요 ^^
네 개만 남기고 나머지 브리켓은 모래를 덮어 불을 껐습니다.
얘네들은 혹시 중간에 온도가 내려가면 투입될 예비군입니다.
고등어를 올리고 15분이 지나자 온도가 조금씩 떨어져 85℃까지 내려가더니 멈칫 거립니다.
처음 세팅 과정에서 브리켓을 많이 넣었을 때 과열되었던 바비큐 그릴이
양쪽 2개씩의 브리켓 열에 맞게 안정화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양쪽으로 예비군을 하나씩 투입...
그랬더니 훈연 연기가 무럭무럭...온도가 105℃ 까지 오릅니다.
브리켓 위에 올려진 훈연청크를 내려서 옆에 두었더라면
브리켓을 더 넣지 않아도 됐을텐데...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 버려 좀 아쉬웠습니다.
생선 올리고 50 분이 지나자
그릴 내부 온도와 생선 심부 온도가 이 만큼이나 올랐습니다.
밭에가서 3 년 묵은 도라지를 캐는데 너무 깊이 뿌리를 내려
곡괭이로 땅을 온통 뒤집어 캐다 보니 시간이 좀 오래 걸린 탓입니다.
어쨌거나 6 개의 브리켓으로 이 온도를 유지하다니...
웨버 히트 비드 차콜 브리켓도 대단하지만
댄쿡 그릴의 열효율도 장난이 아닙니다.
소금물에 염지하지 않았다면 메마르고 퍼석한 생선구이가 됐겠지만
다행히 소금물로 염지한 덕에 수분함량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맥피키나 로킹 로니 등의 많은 바비큐 책에서는
생선 내부온도가 63 ℃에 이르면 쿠킹을 멈추라고 나옵니다만
웨버 무선 온도계에는 72℃ 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살모넬라 균이 죽는 온도입니다.
이럴 경우 소금물로 염지하지 않으면
고기가 메마르게 쿠킹될 가능성이 큽니다.
고등어가 멋지게 익었습니다.
훈연색과 향을 머금고 황금색으로 변신한 고등어
훈제 연어 필레보다 훨씬 멋지게 익은 고등어 필레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아 화이트 와인 안주로도 그만일 것 같았습니다.
소금과 설탕물에 재워 굽기만 했는데도 맛이 참 좋았습니다.
그러나 쿠킹하는 동안 사과나무 청크로 줄기차게 훈연을 하는 바람에
약간 오버 스모킹된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다음에는 레몬즙을 좀 뿌리거나 딜, 후추 등으로 시즈닝을 해볼 생각입니다.
매콤한 고갈비 소스를 뿌려봐도 괜찮을 것 같고
연어처럼 뮈니에르 소스는 또 어떨지...
고등어 필레는 간이 딱 맞았는데 통마리는 약간 싱거웠습니다.
소금물이 껍질을 침투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나 봅니다.
다음에는 고등어 무게가 480 ~ 500g 정도면 두 시간 정도 염지할 생각입니다.
겉에 박막을 만들어 훈제를 했더니
살도 부스러지지 않고 체즙 누출도 막아 수분 함량을 높일 수 있어 좋았지만
바비큐된 고등어 껍질이 너무 질겨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껍질만 홀랑 벗겨 (아주 잘 벗겨지더군요) 직화로 구웠더니...
그제서야 껍질이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제맛을 내더군요.
정말 별미였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