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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사랑방이야기41 관상이 바뀌다 방짜기술 좋기로 소문난 박첨지네 놋점에
서너해 동안 기술을 익히는데… 어느날 점심밥상을 가지러 박첨지네 집에 가니
“덕보야, 우물로 오너라” 일이 밀려 집에도 못 가고 놋점에 딸린 방에서 자고난 주인 방첨지가 아침 일찍 일어나 공방을 둘러보는데 웬 비렁뱅이 아이가 화덕 옆에서 자고난 거적을 치우고 빗자루로 자리를 깨끗이 쓸고 있었다. “허락도 없이 월담을 해서 들어와 잤지만, 소제를 하는 걸 보니 경우는 바르구나.” 그날부터 비렁뱅이 덕보는 놋점 가게방에서 자고 낮이면 풀무질을 하며 거지신세를 벗어났다. 방첨지네 놋점은 안성에서도 알짜가게다. 방첨지가 녹여내는 놋쇠의 질이 가장 좋고 방짜기술이 그를 따를 장인이 없다. 하여 비싸지만 한양 세도가집 혼수목록에 빠지면 비단이 한짐이라도 체면이 깎인다. 놋쇠를 만들기 위해 용로에 합금을 할 때 구리와 주석의 비율은 방첨지 혼자만 알고 있고 또 하나 뭣인가 넣는 것도 비밀이다. 종업원이 열댓명 되지만 방짜 두드리는 기술도 마지막 마무리는 방첨지가 손수 한다. 면하고 초벌 방짜 기술자가 되었지만 점심때만 되면 바소쿠리 지게를 지고 반마장쯤 떨어진 방첨지네 집에 가서 점심밥상을 지고 오는 건 여전하다. 조실부모하고 어릴 때 거지로 연명 했지만 방첨지 덕택에 본바탕이 드러나 얼굴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어깨는 떡 벌어지고 키는 팔척에 가까워졌다. 어느 여름날, 용로에서 합금작업을 하다 점심때가 가까워져 바소쿠리를 지고 집으로 달려가니 땀이 비오듯 한다. “덕보야, 우물로 오너라.” 부엌에서 나온 방첨지 마누라가 바가지를 들고 앞장선다. 부엌에서 점심 장만 하느라 땀을 흘린 방첨지 마누라도 치마가 달라붙어 엉덩이 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덕보는 생전 처음 보는 주인마누라의 몸매를 보고 하초가 뻐근해졌다. 젊은 나이에 재취로 들어와 아직 서른 두셋밖에 안된 방첨지 마누라도 벗은 덕보의 등에 우물물을 퍼부으며 열두어살 때의 아이 등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고운 손바닥으로 등을 문지르다가 앞가슴도 문지르자 홑바지를 뚫을새라 덕보의 양물이 치솟아오른 걸 보고 방첨지 마누라는 훅 달아올랐다. 우물옆 토란밭에서 치마를 깔고 둘은 용광로 속으로 들어갔다. 바지를 추스르며 거꾸로 돌아서 고개를 숙이고 “마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자 “아닐세, 자네가 내게 적선을 한게야.” 가는데 담벼락 그늘에 앉아 있던 관상쟁이가 발딱 일어나 길을 막았다. “자네, 나 좀 보세. 관상이 변했어.” 깜짝 놀라 관상쟁이 영감님을 밀쳐내고 놋점으로 왔지만 덕보는 앞이 캄캄하다. “영감쟁이가 내가 나쁜 짓을 한 걸 알아챘구나. 그 짓을 하면 관상이 변하는가?…” 온갖 생각을 하다가 우선 영감의 입막음이 급선무라 수박 한 덩어리를 사들고 관상쟁이에게 갔다. “도사님, 더운데 수박이나….” “고개를 들어보게.” 덕보가 푹 숙였던 고개를 들자 빤히 보던 관상쟁이가 “자네는 곧 횡재수를 받아 팔자가 바뀔게야.” 것이 아니란 걸 눈치챈 덕보는 한숨 놓고 나서 “주인 위해 뼈 빠지게 일해 주고 그믐달에 세경 몇푼 받는 놈이 무슨 수로 팔자를 고칩니까요?” “자네는 주인 위해 일하지만, 주인은 자네 위해 일하네.” 잠은 안 오고 관상쟁이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 “주인은 자네 위해 일하네, 주인은 자네 위해 일하네….” 이튿날부터 발목을 삐었다는 핑계를 대고 덕보는 점심지게를 지지 않았다. 늦여름, 방첨지는 장질부사에 걸려 백약이 무효, 피골이 상접하여 덕보를 불러앉혀놓고 놋쇠합금과 방짜 비밀을 다 가르쳐 주고 이틀 후에 숨을 거두었다. 일년상을 치르고 나서 과부가 된 방첨지 마누라는 덕보를 집으로 불러들여 깍듯이 서방님이라 불렀다 설악산국립공원ㅡ cafeapp 통나무집ㅡ cafeapp 죽어도사랑해ㅡ cafeapp 징기스칸ㅡ =cafeapp 인생연습ㅡ cafeapp 어깨동무ㅡ cafeap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