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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說삼국지13회(2) – 유비는 서주를 얻고, 조조는 연주를 되찾다
도공조가 서주를 세번 양도하고 조맹덕이 여포와 크게 싸우다.
조조가 황망히 달아나는 순간, 정남쪽에서 한 무리 군사가 당도하니 바로 하후돈이 군을 이끌고 구원하러 와서 여포를 가로막고 크게 싸운다. 싸움을 황혼 무렵까지 계속하다가 큰 비가 쏟아지자 각자 군을 이끌고 분산 分散한다. 조조가 진지로 돌아와 전위를 크게 포상하고 영군도위 領軍都尉로 삼는다.
여포가 영채에 이르러 진궁과 상의하니 그가 말한다.
" 복양성 안에 부호 富戶 전씨 田氏라고 있는데 가동 家僮(종)이 천백 千百에 이를 정도로 일군 一郡의 거실 巨室(거대 가문)입니다. 은밀히 사람을 조조 진지로 보내 서찰에 '여 온후 溫侯가 잔폭 殘暴하고 어질지 못하여 민심이 크게 원망하므로 이제 여양 黎陽으로 병력을 이동하려 합니다. 고순 高順 혼자 성 안에 있으니 한밤에 진병 進兵하시면 제가 내응하겠습니다'라고 쓰십시오. 조조가 온다면 입성하도록 꾀어 네 곳의 성문에 방화하고 밖에는 복병을 두십시오. 조조가 비록 경천위지 經天緯地(천하를 다스림)의 재주를 가졌다고 한들 이 지경이 되고서야 어찌 탈출할 수 있겠습니까?"
여포가 계책을 따라 은밀히 전씨에게 사람을 조조 진지로 보내라 한다. 조조가 방금 패하여 주저躊躇하고 있는데 문득 전 씨가 사람을 보내왔다고 한다. 그가 바친 밀서는 이렇다.
'여포가 이미 여양으로 가서 성중이 공허합니다. 만백성이 공께서 어서 오시기만 바라며 오시면 마땅히 내응하겠습니다. 성 위에 백기를 꽂고 크게 '의 義' 자를 써서 암호로 삼겠습니다.'
조조가 기뻐한다.
"하늘이 내게 복양을 주시는구나!"
찾아온 사자를 크게 포상하고 병사를 수습하여 일으킨다. 유엽 劉曄 말한다.
"여포가 무모하나 진궁은 꾀가 많습니다. 무슨 속임수가 있지 않을까 두려우니 대비해야 합니다. 명공께서 가시겠다면 삼군을 3대로 나눠 2대는 성 밖에서 접응하고 1대만 입성해야 합니다."
조조가 따라서 군을 3대로 갈라 성 아래로 간다. 조조가 먼저 가서 살펴보니 성 위에 두루 기번 旗旛(각종 깃발)을 꽂았는데 서문 西門 위에 '의 義' 자가 적힌 백기 하나 꽂혔으니 내심 기뻐한다. 이날 정오에 성문이 열린 곳에서 두 장수가 군을 이끌고 출전한다. 전군 前軍은 후성이요 후군 後軍은 고순이다. 조조가 즉시 전위를 출마 出馬시켜 후성에게 달려들게 한다. 후성이 대적하지 못하고 말을 돌려 성 안으로 달아난다. 전위가 쫓아 조교 弔橋(적교 吊橋의 틀린 말) 가장자리에 이르니 고순도 막아내지 못하고 모두 성 안으로 퇴각한다. 황급한 가운데 어느 군인이 틈을 타서 군진을 넘어와 조조를 만나 밀서를 바치는데 대략 이렇다.
"오늘밤 초경 初更 무렵 성 위에서 징을 울리거든 바로 진병 進兵하십시오. 제가 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조조가 하후돈은 좌군을 이끌고 조홍은 우군을 이끌게 하고 자신은 하후연, 이전, 악진, 전위 네 장수와 함께 군사를 인솔하여 입성한다. 이전이 말한다.
"주공께서 성 밖에 계시고 저희가 먼저 입성하겠습니다. "
"내가 몸소 앞장서지 않고서야 누가 기꺼이 앞으로 가겠소!"
선두에서 병사를 이끌고 들어간다.
시간이 초경 初更 쯤이지만 달빛은 아직 비추지 않는다. 서문 위에서 법라 法螺(소라 껍데기로 만든 악기) 소리, 딱딱이 소리, 함성 일고 문 위에 화파 火把(횃불) 어지러이 비추는데 성문이 크게 열리자마자 조교 弔橋(적교)가 내려진다. 조조가 앞다퉈 말을 몰고 들어간다. 서주 관아로 바로 가니 길에 아무도 안 보인다. 조조가 이게 계략인 걸 깨닫고 황망히 말을 세워 되돌리며 "퇴병 退兵하라!" 크게 외친다. 관아 안에서 호포 한발 울리더니 4문에서 열화 烈火(맹렬한 불길)가 굉천 轟天(하늘을 울림)하고 징소리, 북소리 일제히 울리고 함성이 강번해비 江翻海沸[(강이 뒤집어지고 바다가 용솟음침) 같다.
동쪽 거리에서 장요가 돌아나오고 서쪽 거리에서 장패가 돌아나와 협공한다. 조조가 북문으로 달아나지만 길 옆에서 학맹과 조성이 돌아나와 다시 한바탕 무찌른다. 조조가 급히 남문으로 달아나니 고순과 후성이 막아선다. 전위 典韋가 눈을 부릅뜨고 어금니를 악물고 충살 衝殺하니 고순과 후성이 거꾸로 성 밖으로 달아난다.
전위가 조교까지 쇄도하여 고개 돌리니 조조가 보이지 않는다. 몸을 돌려 다시 성 안으로 급히 들어가다가 문 아래에서 이전과 마주친다.
"주공께서 어딨소?" 전위가 물으니 "나도 찾았으나 못 봤소" 라고 이전이 답하자 전위 말한다.
"성 밖에서 어서 군을 구하시오. 내가 들어가서 주공을 찾아보겠소."
전위가 성 안으로 뛰어들어 조조를 찾지만 안 보인다. 다시 성 밖으로 나와 해자 근처에서 악진과 마주친다.
"주공께서 어딨소?" 악진이 묻자 전위 말한다.
"내가 두번이나 오가며 찾았으나 보이지 않소."
악진 말한다.
"어서 함께 들어가 주공을 구합시다!"
두 사람이 문 앞으로 가니 성 위에서 불덩이와 돌덩이 (원문에 '火砲滾下 화포가 거세게 내리친다'라 돼 있지만 삼국시대는 화포 즉 총포류가 없을 때이므로 불덩이와 돌쇠뇌 '砲'에서 쏘는 돌덩이로 번역)가 거세게 떨어지므로 악진이 말을 타고 들어갈 수 없는데 전위가 연기를 무릅쓰고 불길을 뚫고 돌입하여 도처 到處(가는 곳)마다 찾는다.
한편 전위가 급히 나가는 걸 조조가 봤지만 사하四下(사방)에서 인마 人馬가 가로막자 남문으로 나가지 못하고 북문으로 몸을 돌리는데 불빛 속에서 여포가 극을 들고 말 달려 온다. 조조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채찍을 가해 말을 몰아 여포 곁을 지난다. 여포가 말을 몰고 따라와 극으로 조조의 투구를 툭 치며 "조조는 어딨냐?" 물으니 조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저 앞에 누런 말을 탄 놈입니다."
여포가 듣고 조조를 놔두고 말을 몰아 앞으로 추격한다. 조조가 말 머리를 돌려 동문으로 달아나다가 마침내 전위를 만난다. 전위가 조조를 옹호 擁護(부축하여 보호)하며 거세게 혈로 血路를 뚫어 성문 가에 이르니 화염 火燄이 극성하고 성 아래로 시초 柴草(불붙이는 풀)가 쏟아져 온통 불바다다. 전위가 극을 휘둘러 길을 열고 나는듯이 말 달려 연기를 무릅쓰고 불을 뚫으며 앞장선다. 조조가 뒤따라 나온다. 성문 가까이 이르니 성문 위에서 불붙은 대들보 하나가 무너져 내려 조조가 탄 말의 뒷다리 사타구니에 맞아 말이 엎어진다. 조조가 손으로 대들보를 밀어 빠져나오지만 손이고 팔이고 수염이고 머리카락이고 모조리 소상 燒傷(화상)을 입었다.
전위가 말을 돌려와 구하는데 다행히 하후연 夏侯淵도 온다. 두 사람이 함께 조조를 구하여 일으키고 불을 뚫고 나간다. 조조가 하우연의 말을 타고 전위가 크게 길을 열어 달아난다. 혼전 중에 날이 밝아서야 조조가 진지로 돌아왔다. 여러 장수가 절하며 문안 問安하자 조조가 얼굴을 들어 웃는다.
"필부의 계책에 어쩌다 넘어갔소. 반드시 갚겠소!"
"어서 계책을 세워야 합니다." 곽가가 말하자 조조가 말한다.
"이제 장계취계 將計就計(저편의 계략을 이용하여 이편의 계략을 씀)뿐이오. 내가 화상을 입어 화독 火毒이 차올라 5경에 벌써 죽었다고 말을 퍼뜨리시오. 내가 마릉산 馬陵山 속에 복병 伏兵한 뒤 적병이 반 정도 지나기를 기다려 친다면 여포를 잡을 수 있소."
" 정말 좋은 계책입니다."라고 곽가가 말했다. 이에 따라 군사에게 상복을 입혀서 발상 發喪하고 조조가 죽었다고 거짓말한다. 금세 누군가 복양으로 가서 여포에게 조조가 온몸에 화상을 입어 진지로 돌아와 죽었다고 한다. 여포가 군마를 일으켜 마릉산으로 달려간다. 조조 진지에 이르자 북소리 크게 울리고 복병이 사방에서 쏟아져 나온다. 여포가 죽기 살기로 싸워서 탈출하지만 허다한 인마를 잃고 패해 복양으로 돌아간 뒤 굳게 지킬 뿐 출전하지 않는다.
이 해에 황충 蝗蟲(메뚜기)이 갑자기 창궐하여 벼를 모조리 갉아먹는다. 관동 關東 일대에서 곡식 한 곡 斛 (10 말) 값이 5십 전에 달할 만큼 귀해져 인민 人民이 서로 잡아먹을 지경이다. 조조가 군중에 양식이 바닥나 견성 鄄城으로 급히 간다. 여포도 병력을 이끌고 산양 山陽에 주둔하여 양식을 찾는다. 이러므로 두 진영 모두 당분간 군사를 파한다.
한편, 서주의 도겸은 벌써 63 세인데 갑자기 병에 걸려 금방 위중해져 미축과 진등을 불러 의논한다. 미축이 말한다.
" 조병 曹兵이 물러가버린 건 여포가 연주를 습격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흉년이 들어 군사를 파했지만 오는 봄에 반드시 쳐들어올 겁니다. 부군께서 두번이나 유현덕에게 양위하셨지만 당시는 부군께서 아직 강건하실 때이므로 현덕이 받으려하지 않은 겁니다. 이제 병이 위중하니 이런 모습을 보이고 넘겨주시면 현덕이 사양하지 않을 겁니다."
도겸이 크게 기뻐하며 소패로 사람을 보내 현덕을 군무 軍務를 의논할 게 있다고 부른다. 현덕이 관, 장과 더불어 수십 기를 대동하고 서주에 이르니 도겸이 침실로 불러들인다. 현덕이 문안 問安하자 도겸이 말한다.
"현덕 공을 부른 건 다른 일 때문이 아닙니다. 이 늙은이 병이 위독하여 아침저녁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만인이 공께서 한가 漢家의 성지 城池를 가련하게 여겨 서주의 패인 牌印을 받아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주시면 이 늙은이 죽어도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습니다."
"군께 두 아들이 있는데 어찌 물려주지 않으십니까?"
"장남 상 商과 차남응 應은 재주가 모두 감당할 수 없습니다. 늙은이가 죽은 후에 오히려 명공께서 가르쳐주시되 절대로 주의 일은 맡기지 마십시오."
"저 같은 자가 어찌 이런 대임 大任을 맡겠습니까?"
"제가 한 사람을 천거할테니 공을 보좌할 만합니다. 원래 북해 北海 사람으로 성은 손 孫,이름 건 乾,자 공우 公祐입니다. 이 사람은 종사 從事(보좌)로 삼으시오."
도겸이 미축에게 말한다.
"유공은 당세 인걸이시니 잘 모셔야 하오."
현덕이 끝까지 추탁 推託 (다른 일을 핑계로 거절)하는데 도겸이 손가락으로 가슴을 가리키며 죽는다. 모든 군사가 애도를 표하고 패인 牌印을 두손 모아 현덕에게 바친다. 현덕이 고사 固辭한다. 이튿날 서주 백성이 부 府 앞에 몰려들어 울고 절한다.
"유 사군께서 이 고을을 다스리지 않으신다면 저희 모두 편안히 살 수가 없습니다."
관, 장 2 공도 거듭 권한다. 현덕이 마침내 서주의 일을 맡겠다고 한다. 손건과 미축에게 보좌를 맡기고 진등을 막관 幕官으로 삼는다. 소패의 군마를 모조리 불러 입성 入城시키고 방 榜을 내어서 백성을 안심시킨다. 한편으로 상사 喪事(장례)를 안배 安排한다. 현덕이 상하 上下 군사들과 함께 상복을 입고 크게 제전 祭奠(제사)을 거행한다. 제전을 마치고 황하 黃河의 들에 묻는다. 도겸의 유표 遺表를 조정에 신주 申奏(상주)한다.
조조가 견성에 있다가 도겸이 죽고 유현덕이 서주목이 된 걸 알고 대로한다.
"내 복수를 아직 못했는데 그놈은 화살 하나 쏘지 않고 앉아서 서주를 먹다니! 내 반드시 유비를 죽이고 도겸의 시체를 육시하여 돌아가신 부친의 원한을 풀겠다!"
즉시 호령을 전하고 기한을 정하여 병사를 일으켜 서주를 치려한다. 순욱이 들어와 간언한다.
" 옛날 고조가 관중을 지키고 광무제가 하내 河內에 웅거함은 모두 근본을 튼튼히 함이니 이로써 천하를 바로잡았습니다. 나아가 적에게 이기기에 족하고 물러나 굳게 지키기에 족하니 비록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마침내 대업을 이루었습니다. 명공께서 본래 연주에서 군사를 일으켰고 하 河、 제 濟 지방은 천하의 요지 要地로서 옛날의 관중, 하내와 같습니다. 이제 서주를 공격할 때 여기에 병사를 많이 두면 공격하는데 부족하고, 적게 두면 여포가 틈을 타서 쳐들어와 연주를 잃습니다. 그러다가 서주도 못 얻으면 명공께서 돌아가실 데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 도겸이 죽었다 해도 유비가 지키고 있습니다. 서주 백성이 유비를 따르니 유비를 도와 결사 항전할 겁니다. 명공께서 연주를 버리고 서주를 취하려는 건 큰 걸 버리고 작은 걸 취하는 것이요 근본을 버리고 말단을 구하는 것이요 안정된 걸 위급한 것으로 바꾸는 겁니다. 깊이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흉년이 들어 양식이 모자라니 군사가 여기 머무는 것도 결국 좋은 계책은 아니오"
"진지를 동쪽으로 옮겨 군사를 먹이십시오. 여남 汝南과 영천 潁川에서 황건 잔당 하의 何儀와 황초 黃劭 등이 주군 州郡을 약탈하여 금백 金帛과 양식이 많습니다. 이들 적도 賊徒는 용이하게 격파할 수 있으니 그 양식을 취하여 삼군 三軍을 양성하면 조정에서도 기뻐하고 백성도 즐거워할테니 하늘을 따르는 일입니다."
조조가 기뻐하며 따르고 하후돈과 조인을 남겨 견성 등을 지키고 스스로 병력을 이끌고 진지를 거둬 여남과 영천으로 간다. 황건적 하의와 황초가 조병의 도착을 알고 무리를 이끌고 나와 양산 羊山에서 모인다. 당시 적병이 수는 많아도 모두 여우나 개 떼 같이 대형을 갖추지 못했다. 조조가 강한 활과 쇠뇌로 사격하여 저지한 뒤 전위를 출마 出馬시킨다. 하의도 부원수를 출전시키지만 3합이 안 돼 전위의 극에 찔려 낙마한다. 조조가 무리를 이끌고 기세를 타고 추격하여 양산을 넘은 뒤 영채를 세운다.
이튿날 황초가 직접 군을 이끌고 온다. 포진을 마치고 한 장수가 걸어나오는데 머리에 누런 두건을 두르고 몸에 녹오 綠襖(녹색 웃옷/녹색 갖옷)를 걸치고 손에 철봉 鐵棒을 쥐고 크게 외친다.
"내가 절천야차 截天夜叉(하늘도 안 무서운 악귀) 하만 何曼이다! 누가 감히 맞서 싸우겠냐?"
조홍이 고함을 치고 말에서 뛰어내려 칼을 뽑아들고 걸어 나간다. 두 사람이 진 앞에서 마구 싸우는데 4, 5십 합에도 승부가 나지 않는다. 조홍이 거짓으로 패주하니 하만이 쫓아간다. 조홍이 타도배감 拖刀背砍 (칼을 끌고 달아나다 뒤돌아서 벰)의 계책을 써서 몸을 돌려 뛰어올라 하만을 베고 한번더 휘둘러 죽인다. 이전 李典이 기세를 타고 말을 달려 적진으로 돌입한다. 황초가 미처 대비하지 못하여 이전에게 사로잡혀 온다. 조병 曹兵이 적병을 덮쳐 빼앗은 금백 金帛과 양식이 무수하다.
하의 何儀가 세력이 외롭자 수백 기를 이끌고 갈피 葛陂 지방으로 달아난다. 도중에 산 뒤쪽에서 한무리 군사가 나와서 막아선다. 선두의 장사 壯士는 신장 8척, 허리 크기가 열 아름[엄청난 과장]인데 손에 큰 칼을 들고서 갈 길을 막았다. 하의가 창을 겨누어서 나가서 맞서지만 단지 1합에 그 장사가 사로잡아 꿰차고 가버렸다. 나머지 무리도 너무 놀라서 모두 말에서 내려서 포박을 받으니 그 장사가 모두 갈피의 보루 안으로 몰고 간다.
한편, 전위가 하의를 뒤쫓아서 갈피까지 갔는데, 장사가 군을 이끌고 나와서 막아선다.
"너도 황건적이냐?" 라고 전위가 묻자 장사가 답한다.
"황건 수백 기 모두 내가 사로잡아 보루 안에 있다!"
"어째서 갖다 바치지 않냐?"
"네 수중의 보도 寶刀를 넘기면 내 곧 바치마!"
전 위가 크게 노하여서 쌍철극을 겨누어 돌진하여 싸운다. 둘이 진시 辰時[오전 7시에서 9시]부터 오시 午時[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까지 싸워도 승부가 나지 않으므로 각각 잠깐 쉰다. 얼마 안 돼 그 장사가 다시 나와서 싸움을 거니 전위도 나간다. 바로 황혼까지 싸우다가 각자 말이 피곤하여서 멈춘다. 전위 밑의 군사가 급히 조조에게 알리자 조조가 크게 놀라서 황망히 여러 장수를 이끌고 보러간다.
이튿날 그 장사가 다시 나와서 싸움을 건다. 조조가 그 사람을 살펴보니 위풍이 늠름하여서 속으로 기뻐한다. 전위에게 분부하여서 오늘 거짓으로 패하도록 한다. 전위가 명을 받들고 출전하여서 30여 합 싸우고서 패주하여 진으로 돌아온다. 장사가 진문 陣門 안까지 뒤쫓자 궁노 弓弩[활과 쇠뇌] 사격으로 쫓아낸다. 조조가 급히 군을 5리 퇴각하고 몰래 함정을 파고서 구수 鉤手[갈고리를 사용하는 병사]를 매복한다. 이튿날, 다시 전위에게 1백여 기를 이끌고 나가도록 한다.
" 패장 주제에 어찌 다시 오냐!" 장사가 웃으며 말하더니 말을 몰아서 접전한다. 전위가 몇 합 싸우자마자 말을 돌려 달아난다. 장사가 앞만 보고 달리다가 사람과 말이 함께 함정 안으로 떨어지니 구수 鉤手들이 포박하여서 조조에게 끌고온다. 조조가 장막 아래 나와서 군사들을 꾸짖어서 물리치고 친히 포박을 풀어주고서 급히 옷을 벗어 입힌 뒤 그 고향과 성명을 물었다.
장사가 말한다.
"저는 초국 譙國 초현 譙縣 사람으로 성은 허 許,이름은 저 褚,자는 중강 仲康입니다. 일찍이 도적이 난을 일으키자 종족 수백 인을 모은 뒤 보루를 튼튼히 쌓아서 방어했습니다. 어느날 도적들이 몰려오므로 제가 사람들에게 돌맹이를 준비토록 하고서 제가 앞장서서 돌을 던져 맞히니 명중되지 않는 자 없이 백발백중이라 도적들이 곧 물러갔습니다. 또 어느 날 도적들이 몰려왔는데 보루 안에 양식이 떨어져서 도적과 화친하고나서 농사짓는 소를 쌀과 바꾸었습니다. 쌀을 받고나서 도적들이 소를 몰아서 보루 밖으로 갔는데 소들이 모두 달려서 되돌아오기에 제가 두 손으로 소 두 마리 꼬리를 잡고서 꺼꾸로 백 보를 끌고 갔습니다. 도적들이 크게 놀라서 감히 소를 받을 생각도 안 하고 달아나버렸습니다. 이로부터 여기를 지키는데 아무 일 없었습니다."
"내, 그대의 큰 명성 들은지 오래요. 내게 넘어오지 않겠소?"
"진실로 제 소원입니다."
곧 종족 수백인 모두 불러서 투항시킨다. 조조가 허저를 도위 都尉로 삼고 매우 후하게 포상하고 대접한다. 이어서 하의와 황초를 베어버린다. 여 汝、영 潁 지방이 모두 평정됐다.
조조가 회군하니 조인, 하후돈이 접견한 뒤, 세작 細作[간첩]의 최근 첩보를 말한다. 연주의 설란, 이봉의 군사가 모두 나와서 노략질하느라 성읍이 공허하므로 정예 병사로 치면 북소리 한번으로 함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조가 곧 군을 이끌고 연주로 질러간다. 설란, 이봉이 출기불의 出其不意[손자병법에 나오는 말. 예상치 못한 곳에 나타남]를 당하자 어쩔 수 없이 출성하여 맞서싸운다.
"저 둘을 제가 잡아서 주공께 선물로 바치고 싶습니다." 허저가 말하자 조조가 크게 기뻐서 출전시키니 이봉이 극을 들고 돌진한다. 붙어서 2합만에 허저가 이봉을 베어서 떨군다. 설란이 급히 진으로 달아나는데 조교 弔橋 옆에서 이전이 막아선다. 설란이 감히 성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군을 이끌고 거야 鉅野로 가다가 다시 여건이 나는듯이 말을 달려 뒤쫓아서 활을 쏘아 한 발에 맞히니 설란이 말 아래 떨어지고 그 군사 모두 무너지고 흩어진다.
조조가 연주를 다시 얻자 정욱이 곧 진언하니, 복양으로 진격하여 빼앗으란 것이다. 조조가 허저, 전위를 선봉 삼고, 하후돈, 하후연을 좌군 左軍으로,이전, 악진을 우군 右軍으로 삼고 조조 자신은 중군 中軍을 거느리고 우금, 여건에게 후미를 맡도록 한다. 병력이 복양에 당도하자 여포가 친히 이끌고 나와서 맞서려 하자 진궁이 간언한다.
"출전해선 안 됩니다. 여러 장수가 모이길 기다린 뒤 출전해야 합니다."
"내가 누가 온다고 두렵겠소?"
곧 진궁의 말을 듣지 않고서 병력을 이끌고 출진하더니 극을 빗겨들고 크게 욕한다. 허저가 곧 출격한다. 2십여 합을 싸워도 승부가 나지 않는다.
" 여포를 혼자서 이길 수 없소." 조조가 곧 전위를 보내어서 돕게 하니 두 장수가 협공한다. 왼쪽의 하후돈, 하후연, 오른쪽의 이전, 악진도 일제히 달려와서 장수 여섯이 함께 여포를 공격한다. 여포가 견디지 못하고 말을 돌려서 성으로 돌아간다. 성 위의 전씨 田氏가 여포가 패해서 돌아오는 걸 보고서 급히 조교 弔橋를 걷어올리게 한다.
"문을 열라!" 여포가 크게 외치자 전 씨가 답한다.
"나는 이미 조 장군께 항복했소."
여포가 크게 욕하고서 군을 이끌고 장막 張邈이 있는 정도 定陶로 달아난다. 진궁이 급히 복양성 동문을 열고서 여포의 노소 老小 [가족]를 보호하여 출성 出城한다. 조조가 복양을 얻고서 전 씨의 옛 죄를 용서한다. 유엽 劉曄이 말한다.
"여포는 바로 맹호 猛虎이니 오늘 곤핍 困乏하다고 작은 틈을 줘선 안 됩니다."
조 조가 유엽 등에게 복양을 지키도록 하고서 스스로 군을 이끌고 정도 定陶로 뒤쫓는다. 이때 여포가 장요, 장초와 함께 모두 성중에 있는데, 고순, 장요, 장패, 후성은 해안 지방을 따라서 곡식을 거두느라 아직 없었다. 조조가 정도에 이르러서 여러 날 계속 싸움이 없으므로 군을 이끌고 4십리를 물러나서 진지를 구축한다. 마침 제군 濟郡의 보리가 익었으므로 조조가 영을 내려서 보리를 베어서 먹게 한다. 세작이 이걸 여포에게 보고하니 여포가 군을 이끌고 뒤쫓는다. 조조 진지 가까이 가니 왼쪽에 수목이 무성한 게 복병이 있을까 두려워서 돌아간다.
여포가 돌아간 걸 조조가 알고서 여러 장수에게 말한다.
" 여포가 숲속에 복병이 있을까만 두려워하니 숲속에 정기 旌旗[각종 깃발]를 많이 꽂아서 의심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오. 진지 서쪽 일대에 긴 둑이 말라서 물이 없으니 정병을 모조리 매복시킬 만하오. 내일 여포가 반드시 와서 숲에 불 지를테니 둑에 숨은 군사가 그 뒤를 자르면, 여포를 잡을 수 있소."
이에 따라 고수 鼓手[북치는 사람] 5십 인만 진중에 남겨서 북을 두드리게 한다. 또한 마을에서 남녀들을 끌고와서 진중에서 함성을 지르게 한다. 많은 정병이 둑 속에 매복한다.
한편, 여포가 돌아와서 진궁에게 알려주니 진궁이 말한다.
"조조는 속임수가 많으니 가볍게 맞설 수 없습니다."
"내, 화공을 써서 복병을 깰 수 있소."
진궁과 고순은 머물러서 성을 지키게 한다. 이튿날 여포가 대군을 이끌고 와서 멀리서 보니 수풀 중에 깃발이 있으므로 병사를 몰아서 크게 진격하여 4면으로 방화하지만 결국 아무도 안 보인다. 진지 안으로 돌입하려 하자, 북소리 크게 울린다. 스스로 의혹이 일어서 가라앉지 않는데 갑자기 진지 뒤에서 한 무리 군마가 출현하니 여포가 말을 몰아서 추격한다. 호포 소리 들리더니 둑 속에서 복병이 모조리 튀어나온다. 하후돈, 하후연, 허저, 전위, 이전, 악진이 말을 몰아서 쇄도한다. 여포가 감당할 수 없다고 헤아리고서 황망히 달아난다. 뒤따르던 성렴이 악진의 화살 1발에 사살된다. 여포 군사 3분의 1을 잃는다. 패한 군졸이 진궁에게 돌아가서 알리니 진궁이 말한다.
"성이 비어서 지키기 어려우니 급히 떠나야 한다."
곧 고순과 함께 여포의 가족을 보호하여 정도 定陶를 버리고 달아난다. 조조가 승리를 거둔 병력을 거느리고 성 안으로 쇄도하니 파죽지세 破竹之勢다. 장초 張超는 자분 自焚 [분신자살]하고 장막 張邈은 원술에게 간다. 산동 山東이 몽땅 조조 차지가 된다. 백성을 안심시키고 성을 수리한 건 말할 필요 없겠다.
한편 여포가 달아나다가 여러 장수가 모두 돌아오는 걸 만난다. 진궁 역시 찾아왔다.
"우리 병력이 비록 적지만, 아직 조조를 격파할 수 있소."
여포가 말하고 다시 군을 이끌고 온다.
싸우다보면 이기고 지는 건 늘 있는 일,
갑옷을 걷고 [급히 행군한다는 뜻] 다시 오니 아직 모르겠구나!
여포가 이길지 질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