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소요리문답40-출20장12절[제63-66문]

[최성헌]

Sola Scriptura Tota Scriptura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40

출애굽기 20장 12절 [제63-66문]

십계명의 네 번째 계명의 내용은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는 것입니다.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도록 하기 위해서 하나님은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지만 일곱째 날만큼은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임을 기억하여 엿새 동안 행하던 일이 안식일로 연장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다시 말해 다른 날들에는 합법적인 세상의 직업들과 오락들일지라도 안식일에는 그 모든 것을 멈추고 그 날을 온종일 거룩하게 안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안식은 세상적이거나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영적인 것입니다. 육신이 쉼으로 안식한다고도 할 수 있으나 우리의 영혼이 하나님 안에서 안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안식일 날 세상적인 일을 모두 멈추고 온종일 거룩하게 안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성경에 보면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여진다는 말씀이 있는데(딤전4:5), 그런 측면에서 하나님을 공적으로 사적으로 예배하는 것을 통해 거룩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게 된다는 것은 사람에 의해 거룩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 거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켜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할 때 출애굽기 20장에서는 창조로, 신명기 5장에서는 구속으로 설명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창조의 역사 속에서 사람이 한 일이 없으며, 구속의 역사 속에서도 사람이 한 일은 없기 때문에, 오로지 하나님 홀로 모든 일을 다 행하셨기 때문에 공적으로 사적으로 예배함을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을 묵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율법의 첫 번째 돌판 부분인 하나님 사랑에 대한 내용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한 분 하나님만을 사랑해야 하는데, 그 내용은 무엇인가? 첫 번째가 하나님 외에 다른 신들을 두지 않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하나님이든 하나님 외에 다른 것이든 절하며 섬길 목적으로 형상을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님께서 정하신바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는 것입니다.

이제 율법의 두 번째 돌판 부분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다섯 번째 계명에서 열 번째 계명까지가 이웃 사랑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마태복음 22장에서 처음 네 계명을 요약할 때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했다면, 나머지 여섯 계명을 요약할 때는 ‘둘째도 그와 같으니’라고 말하면서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둘째도 그와 같다는 것은 첫 번째 돌판의 내용이 중요하지만 그와 같이 두 번째 돌판 부분의 내용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첫 번째 돌판 부분 없이 두 번째 돌판 부분을 생각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 돌판과 두 번째 돌판 부분은 따로 떼어 낼 수 없을 만큼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세상 윤리로 볼 때 하나님은 사랑하지 않지만 부모에 대한 공경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신자이지만 이웃 사랑의 정신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그런 모습이 하나님의 율법에 대해 순종하는 것으로 있는가? 그래서 그것을 하나님이 기뻐하신다고 할 수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 사랑에 근거하여 나타나지 않는 이웃 사랑은 하나님이 받으실만한 것이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믿음으로 하지 않는 모든 것이 곧 죄라고 말씀하기도 하십니다(롬14:23). 그럼 불신자들의 사랑과 선은 무엇인가? 온 세상으로 하여금 하나님이 선을 기뻐하신다는 사실을 알리는 은혜의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본래 인간 본성으로 하자면 결코 사랑할 수 없고 선을 행할 수 없지만, 다시 말해 인간은 전적으로 부패하고 또한 선에 대하여 무능력하기 때문에 그 스스로 그것을 나타낼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 악으로만 치닫지 않도록 역사하심으로 죄가 세상 가운데 관영하지 못하도록 하시고 오히려 사랑과 선을 기뻐하신다는 것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두 번째 돌판 부분의 참된 실천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에게만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도 주의해야 할 것은 율법의 어떤 계명이든 사실 신자라 할지라도 점과 흠 없이 온전하게 실천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율법에 대한 실천을 받으시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스도가 우리의 의가 되시고, 그리스도가 우리의 거룩이 되시는 것처럼, 그리스도 때문에 하나님이 우리의 실천, 우리의 순종을 받으시는 겁니다. 그만큼 그리스도가 우리의 모든 것이 되신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제 두 번째 돌판 부분의 첫 번째 내용인 제5계명을 살피겠습니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은 63문부터 66문까지 제5계명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선 63문은 계명 자체가 무엇인지를 설명합니다.

제63문. 제5계명은 어떤 것입니까?

답. 제5계명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 하신 것입니다(출20:12).

일단 계명 자체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내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 즉 육신의 부모만 공경하면 된다는 말씀인가? 만약 그렇게 생각하게 되면 공경하는 부분에 있어 부모 외에 거론되고 있는 대상이 없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 대해서는 전혀 공경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율법의 해석으로 사도가 교회 앞에 권면할 때 단지 자녀가 부모에 대해 공경해야 한다는 것만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에베소서 5장 마지막 부분에 보면 아내에게 권면하는 내용과 남편에게 권면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6장으로 넘어가면 자녀들에게 권면하는 내용과 함께 부모에게 권면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리고 종과 상전에게 권면하는 내용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율법은 결코 부족함이 없는 완전무결한 규례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율법을 통해 요구하시면 반대되는 것은 금하는 것입니다. 동일하게 자녀에게 말씀하신 바로 있다면 그 안에는 부모에게 말씀하시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좀 더 확대해서 아랫사람에게 말씀하신 내용으로 있다면 거기에는 윗사람에게 말씀하신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십계명의 제5계명은 단지 자녀가 부모에 대한 의무만을 말하기 위한 내용이 아닙니다. 부모라는 명칭을 통해 모든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해야 할 의무가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내용입니다. 뿐만 아니라 당연히 모든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해야 할 의무가 무엇인지도 가르칩니다. 그리고 동료 사이에 해야 할 의무가 무엇인지도 가르칩니다. 즉 제5계명에서 말하는 ‘부모’는 육체의 부모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 그리고 아랫사람 그리고 동료관계가 다 포함되어 있는 말입니다. 윗사람은 나이가 많은 사람만이 아니라 은사가 더 많거나 지위가 더 높은 사람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아랫사람은 나이가 적은 사람만이 아니라 은사가 더 적거나 지위가 더 낮은 사람을 의미합니다. 동료는 나이가 같거나 은사나 지위에 있어 동등하거나 비슷한 사람입니다. 이런 모든 관계 속에서 아랫사람은 윗사람에 대하여 공경함을 나타내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에 대하여 공경을 받을만한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료 관계 속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5계명을 통해 요구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금하시는 바가 무엇인지를 살펴 볼 텐데,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64문과 65문입니다.

제64문. 제5계명에서 요구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답. 제5계명은 윗사람들(엡5:21), 아랫사람들(벧전2:17), 동료들로서(롬12:10) 그들의 여러 자리들과 관계들 안에서 각자에게 속한 명예를 보존하며 의무를 실행할 것을 요구합니다.

제65문. 제5계명에서 금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답. 제5계명은 그들의 여러 자리들과 관계들 안에서 각자에게 속한 명예와 의무를 경시하거나 대적하는 것을 금합니다(마15:4-6, 겔34:2-4, 롬13:8).

먼저 제5계명에서 요구하시는 바에 대하여 살펴보면, 모든 윗사람과 아랫사람, 그리고 동료와의 관계 속에서 각자에게 속한 명예를 보존하고 의무를 실행하라는 것이 5계명의 핵심 된 내용입니다. 이때 우리는 윗사람이라는 명예와 권위를 주신 분이 누구신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백성에게 두 번째 돌판 부분의 첫 내용으로 말씀하시는 것이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것이고, 따라서 하나님의 백성은 그 말씀에 순종해야 할 대상으로 있습니다. 즉 부모 공경에 대한 이 계명은 부모 공경 이전에 하나님께 대한 순종이 앞선다는 것입니다. 또한 부모를 공경하라고 할 때 이 말씀의 일차적인 대상은 자녀들에게 말씀하시는 내용으로 있습니다. 너희가 부모를 통해 생긴 자녀라면 너희 부모에 대하여 공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로서의 명예를 가지도록 하신 분이 누구시냐? 동일하게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므로 자녀는, 그리고 모든 아랫사람은 부모와 모든 윗사람의 명예 혹은 권위가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부모에게, 모든 윗사람에게 명예와 권위를 부여하셨기 때문에 진실한 마음으로 공경해야 합니다. 이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하나님이 우리의 영적 아버지가 되신다고 할 때 하나님은 점과 흠이 없으십니다. 반면에 육신의 부모는 점과 흠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죄가 전혀 없는 분으로서 거룩 자체이시지만, 사람은 중생되었다 할지라도 부패성을 가지고 있는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점과 흠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육신의 부모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부족함이 못마땅할 수 있습니다. 자녀의 마음에 흡족한 마음을 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는 하나님께서 부모로 세우시고 그에게 명예와 권위를 주셨기 때문에 부모의 명예와 권위를 존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부모 공경에 대한 의무만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세우신 권위를 무너뜨리고 그의 말씀에 불순종하는 이중적인 죄를 짓는 것이 되고 맙니다.

우리는 간혹 부모의 자격에 대해 따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의 인격, 부모의 능력과 같은 것을 따집니다. 그래서 인격이 좀 되고 능력이 좀 되면 존경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존경할 수 없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의 여부와 상관없이 부모라는 이유만으로도 결코 존경심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의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하나님께서 나에게 그런 부모를 주셨다는 것입니다. 내 입장에서는 내 부모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인격적으로도 마음에 들지 않고, 능력적인 면에서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를 세우신 이가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께서 그런 부모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부모라는 명예를 더하셨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부모라는 이유만으로도 존경심을 잃어선 안 됩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만이 아니라 모든 아랫사람이 윗사람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로마서 13장에서는 위에 있는 권세들에 대하여 복종하라고 하십니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름이니 거스르는 자들은 심판을 자취하리라”(롬13:1-2) 모든 권세가 하나님으로부터 나기 때문에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복종하지 않으면 그것은 단지 윗사람에게만 복종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하나님께 복종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복종하고 순종해야 하는가 할 때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복종하고 순종하고 공경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 모든 일을 ‘주 안에서’하라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에베소서 6장 1절에서 5계명과 관련하여 말씀하실 때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고 말씀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주 안에서 공경한다는 것은 주의 뜻과 일치되게 공경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를 기쁘게 해드린다는 이유로 불신자인 부모가 교회를 가는 것을 반대한다면 거기에 순종하는 것을 하나님께서 어떻게 기뻐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사도행전 5장 29절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베드로와 사도들이 대답하여 이르되 사람보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 마땅하니라” 사도행전 4장 19절에도 보면 이렇게 말씀합니다. “베드로와 요한이 대답하여 이르되 하나님 앞에서 너희의 말을 듣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라” 어떤 은사에 있어, 또 어떤 지위에 있어 윗사람으로 있고, 그들이 아랫사람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5계명은 그런 말에 대하여 순종해야 할 것을 명하십니다. 그러나 주 안에서 순종해야지, 주의 말씀을 버리는 것으로 순종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 이웃 사랑의 정신은 하나님 사랑의 정신으로부터 나와야지, 하나님 사랑의 정신과 상관없이 이웃 사랑이 나와서는 안 됩니다.

이상의 내용이 아랫사람의 의무로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윗사람의 의무는 무엇이겠습니까? 에베소서 6장 9절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상전들아 너희도 그들에게 이와 같이 하고 위협을 그치라 이는 그들과 너희의 상전이 하늘에 계시고 그에게는 사람을 외모로 취하는 일이 없는 줄 너희가 앎이라” 비교해서 설명하자면 종들에게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종들아 두려워하고 떨며 성실한 마음으로 육체의 상전에게 순종하기를 그리스도께 하듯 하라 눈가림만 하여 사람을 기쁘게 하는 자처럼 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종들처럼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행하고 기쁜 마음으로 섬기기를 주께 하듯 하고 사람들에게 하듯 하지 말라”(엡6:5-7) 아랫사람의 의무는 무엇인가? 윗사람을 대할 때 그리스도께 하듯, 주께 하듯 하라는 것입니다. 눈가림으로 하듯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하여 성실함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윗사람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아랫사람으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는다고 해서 자기 위에 아무 것도 없는 자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내가 윗사람이라는 이유로 아랫사람을 여기 표현처럼 위협한다는 것은 자신이 가장 최고의 위치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자의 열매라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위협을 그치고 우리 위에 하늘에 계신 분, 즉 하나님이 우리 위에 계시다는 것을 알고 아랫사람을 대하라고 하십니다. 달리 말하면 하나님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시는지를 본받는 자로서 윗사람의 의무를 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윗사람은 위에 계신 하나님이 장차 모든 것에 대하여 심판하시는 줄 알고 두려움으로 아랫사람을 대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윗사람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권위를 가지고 아랫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며 그들이 잘 되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아랫사람을 가르치고 권고하고 훈계하되 때로는 격려하고 칭찬하지만 때로는 책망하고 징계도 해야 합니다. 영적인 부분을 맡은 자들은 아랫사람에게 영적으로 필요한 양식을 공급해줘야 하고, 육적인 부분을 맡은 자들은 아랫사람에게 육적으로 필요한 양식을 공급해줘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내 힘으로 공급해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으로 공급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좀 더 간단히 말하면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은사들, 그것이 신앙이든 어떤 경험이든, 기술이든 그것으로 아랫사람을 유익하도록 섬기며 아낌없이 주고 또 주어야 합니다.

동료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윗사람, 아랫사람의 관계는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유익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유익을 위해 서로가 배려해야 하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도록 도와야 합니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들은 성경의 여러 부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사무엘 루더포드의 기독교 개요 요리문답에 보면 단답형으로 잘 요약하고 있어 그 부분만 조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한 나라의 권세자들과 그 백성의 의무를 생각해 보자면 한 나라의 권세자들은 종교(신17:19, 출18:21, 사49:23, 겔7:27), 평화(딤전2:2), 공의(민35:31,33, 왕상20:42, 욥29:12,13)를 유지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반면 백성들은 왕과 관원들을 위해 기도하고(딤전2:1), 형벌을 행하거나 형벌의 괴로움을 인내함으로써 주 안에서 그들을 사랑하고 순종하고(엡6:5-7, 벧전2:13,14), 그들에게 자신들의 세금을 지불하고(마15:4,5; 롬13), 선동을 일으키지 않고(잠24:21) [그들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합니다.

다음으로 지상 교회에서의 목사와 양떼의 의무를 생각해 보면, 목사는 하나님의 양떼를 먹이며(벧전5:2), 읽는 것에 착념하며(딤전4:13), 가르치기를 잘하며(딛1:9), 경건해야 합니다(딤전4:7). 반면 양떼는 목사에 대하여 순종하고 사랑하고 존중하며(히13:17, 살전5:13), 그를 위해 기도하며(엡6:19), 그로 그들의 모든 선한 것들의 참여자가 되게 해야 합니다(갈6:6).

한 가정 안에서의 의무에 대해서는, 남편의 경우 그리스도께서 그의 교회에 행하시는 것처럼 그의 아내를 사랑해야 합니다(엡5:28). 아내는 주께 하듯이 남편에게 복종해야 합니다(엡5:22). 부모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가운데 자녀를 양육하고 기르며(욥1:5), 자녀에게 경건의 본이 되며(수24:15, 히3:9), 자녀에게 정당한 이익을 맡겨야 합니다(렘17:11). 자녀는 선한 부모를 순종하고 따르며, 괴로움 가운데 있는 부모를 돕고, 악한 부모의 악한 삶을 보면서 겸손해지고 회개해야 합니다(겔18:14,15).

주인과 종의 관계에 있어서는 주인의 경우 종들을 형제로 여기며(엡6:9), 종들에게 하나님의 길을 가르치며(창18), 종들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 의무입니다(약5:2, 골4:1). 반면 종들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하나님께 하듯이 진심으로 섬겨야 합니다(골3:22, 딛2:4, 창31:4).

이런 내용 외에도 젊은이들의 의무와 노인들의 의무도 가르치는데, 젊은이들은 그들의 젊은 날에 창조자를 기억하며(전12:1), 젊은이의 정욕을 피하며(딛2:6, 딤후2:22), 노인들을 존경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고(레19:32, 욥32:6,7; 막10:17, 창28:8, 왕상2:19, 벧전 5:5), 노인들은 의의 길을 걸으며(잠16:31), 믿음과 사랑과 인내에 있어 온전해지는 것으로 설명합니다(딛2:2).

또한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의무에 대해서도 설명하는데, 부자는 자선과 실천과 모든 선행에 있어서 부요해지며(딤전6:18), 높은 마음을 품지 않거나 불확실한 재물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딤전6:17), 그리고 만일 그가 낮아지게 되면, 하나님께서 그의 재물의 헛됨을 그로 하여금 보도록 하신 것을 기뻐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약1:10). 반면 가난한 자는 부족함에 처하는 것을 배우며(빌4:12), 무엇보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를 찾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마6:33).

그럼 제5계명에 금하시는 바는 무엇인가?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은 그들의 여러 자리들과 관계들 안에서 각자에게 속한 명예와 의무를 경시하거나 대적하는 것을 금한다고 설명하는데(이하 총회 공과 참조), 이런 측면에서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합법적인 권고나 명령을 거스르는 것, 인물됨과 지위를 업신여기거나 시기하는 것, 저주하거나 비방하는 것 등을 금해야 합니다.

윗사람의 경우는 자신의 명예와 평안, 유익, 쾌락을 과도히 추구하는 것, 악한 일을 찬성하거나 권장하는 것, 선한 일을 못하도록 말리거나 낙심시키는 것, 아랫사람의 능력에 적합하지 않은 일을 요구하는 것, 아랫사람을 부당하게 징계하는 것, 자신의 부주의와 태만으로 아랫사람이 시험이나 위험에 빠지게 하는 것 등을 금해야 합니다.

동료관계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거나 시기하는 것, 잘되는 것을 못마땅해 하거나 안 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것,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도록 돕지 않는 것 등을 금해야 합니다.

에베소서 5장 22절 그리고 6장 5절과 7절에 보면 주께 하듯 하라, 그리스도에게 하듯 하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5장의 경우는 아내들에게 말씀하실 때, 6장의 경우는 종들에게 말씀하실 때 주께 하듯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단지 아내에게만, 종에게만 적용되는 내용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주께 하듯 하라는 말씀은 일차적으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어떤 자세로 행해야 하는가를 보여줍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창조하신 창조주시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구속하신바 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하나님께 대하는 것처럼 그렇게 윗사람에게 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랫사람의 의무가 아니라 모든 윗사람도 주님께 하듯 주님의 마음으로 아랫사람을 대해야 합니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66문은 덧붙여 사려할 것에 대하여 묻습니다.

제66문. 제5계명에 덧붙여 사려할 것들은 무엇입니까?

답. 제5계명에 덧붙여 사려할 것은 본 계명을 지키는 모든 자에게 (하나님의 영광과 그들 자신의 선을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한) 장수와 번영을 약속한 것입니다(신5:16, 엡6:2-3).

즉 네 부모를 공경하면 네 하나님께서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는 약속입니다. 이런 약속은 십계명의 두 번째 계명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하나님께서 약속의 내용을 첨부하시는 것은 이런 약속을 보면서 우리로 하여금 더욱 순종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바울은 에베소서 6장에서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엡6:1-2)라고 말함으로 2계명의 약속은 약속이라고 말할 수 없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할 수 있습니다. 제2계명에 첨부된 천대까지 은혜를 베푸시리라는 하나님의 약속은 그 계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 그러한 정신으로 다른 모든 계명을 지키는 자들에 해당한다면, 장수하리라는 제5계명의 약속은 5계명을 지키는 자들에게 특별히 적용되는 말씀입니다(토마스 빈센트의 소요리문답 해설). 이런 약속은 5계명을 통해서만 주어진 계명이란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약속에 대한 설명으로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은 모든 자에게 장수와 번영을 약속하지만, 전제가 따릅니다. 하나님의 영광과 그들 자신의 선을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한에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부모를 공경하는 모든 자가 다 장수하는가? 누구도 예외 없이 부모를 공경하는 모든 이들이 장수하는가? 이 땅에서 번영하는가?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역으로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오래 사는 사람도 우리는 보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주의 말씀을 따라 부모를 공경하지만 장수가 아니라 단명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이 약속은 쓸모없는 게 아닌가? 그러나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을 통해 잘 정리해 주고 있는 것처럼 약속하신 바를 이루시는 하나님이시지만, 그것이 하나님께 영광이 되고 우리에게는 선과 유익이 되는 한에 그렇게 하십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오로지 하나님 몫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부모 공경과 관련된 내용은 아니지만 히스기야의 생명연장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가 기도함으로 15년 생명이 연장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을 따라 생각해 보자면 본래부터 15년 더 살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병들었을 때 기도함을 통해 하나님께서 그의 생명을 연장하신 것처럼 알리심으로 그에게 은혜를 베푸셨던 겁니다. 그러나 15년 생명 연장 받고 난 뒤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성경은 히스기야가 교만해졌다고 알립니다. 무엇보다 히스기야의 교만은 바벨론 사신들이 찾아왔을 때 분명히 드러나게 되는데, 바로 그들에게 왕궁과 그 나라에 속한 모든 것을 다 보여주며 그것이 마치 자신의 능력인 것처럼 자랑했습니다.

여러분, 히스기야의 생을 보면 15년 연장 받지 않고 병으로 인해 죽었다면 더 나은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히스기야는 어떤 인물입니까? 다윗을 따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몇 안 되는 왕들 가운데 대표적인 왕입니다. 그런 그도 교만하였다고 성경은 증거 합니다. 우리는 어떻겠습니까? 우리의 본성으로 하자면 오래 사는 것보다는 단명 하는 것이 죄를 덜 짓는 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있는 한에서는 죄와 싸우고 하나님의 뜻을 실천해가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살피고 있는 것처럼 부모를 공경해야 하고, 아랫사람으로서 윗사람을 또한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을 그리고 같은 동료로서 주께 하듯 사랑의 계명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런 자들에게 장수의 약속을 하신다고 할 때 장수한다고 해서 다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영광과 그들 자신의 선을 이바지 할 수 있는 한에서 그 약속을 실제로 이루십니다.

다만 약속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는 우리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말씀하시는 바가 우리로 하여금 약속 있는 이 첫 번째 계명을 더욱 잘 준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만큼은 분명하기 때문에 우리는 제5계명을 통해 이웃 사랑을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실천하되 이것이 하나님의 명령으로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하나님께서 세우신 질서와 권위를 인정하면서 거기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 안에서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실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