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01 윗글의 표현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대구와 반복을 통해 통일된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다.
② 설의적 표현을 사용하여 시의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③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장소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④ 산문체의 진술을 통해 화자의 심화된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⑤ 비장한 어조를 사용하여 화자의 반성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02 [보기]는 윗글에 대한 학생의 감상문이다. 시의 내용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이 시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오랫동안 항상 생각하고 기다려 온 화자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진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는 화자인 ‘내’가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사적이고 진솔한 고백을 담고 있기 때문에 독자에게 더욱 큰 공감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이 시의 화자는 ⓒ한없이 기다리는 것이야말로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사랑도 언젠가는 그칠 것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다만 ⓔ계절이 순환하듯 사랑은 영원하리라는 확신을 갖고 그대와의 열애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① ⓐ ② ⓑ ③ ⓒ ④ ⓓ ⑤ ⓔ
03 이 시를 짝사랑의 고백을 담은 연애시로 감상하고자 할 때, ㉠의 의미를 해석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을 사소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그대도 나를 항상 보잘것없게 생각해 왔다.
② 그대를 짝사랑하는 동안 나는 항상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것 같은 시련과 고난의 시간 을 보내 왔다.
③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은 늘 있는 일이라 사소한 듯 하지만 소중한 일인 것처럼 내가 그대를 생각해 온 일도 그와 같다.
④ 짝사랑이기에 그대와 마주 앉을 수는 없었지만 그대의 뒤에 서서 나는 언젠가는 해가 지고 바람이 불리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왔다.
⑤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것조차도 그대에게 필요한 것이 빠지는 일이 없도록 나는 남모르는 수고를 다해 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도움자료
[2014 EBS 인터넷 수능]
(문학A)
황동규,「즐거운 편지」
01 ④ 02 ⑤ 03 ③
해제 ㅣ 황동규의 첫 시집『어떤 개인 날』(1961)에 수록된 이 작품은 황동규 시인이 고등학생이던 시절, 연상의 여성을 사모했던 애틋한 마음을 노래한 연애시로 알려져 있다. 연애시답게 일단 이 시를 통해 화자는 자신의 사랑이 아무리 사소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더라도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뜻을 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시에서 그 사랑이 언젠가는 그칠 것이라 말하는 것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랑은 영원토록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것은 마치 내리고 있는 ‘눈’과 같아서 시간이 경과하면 반드시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순간의 격정적인 사랑보다 우리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다 감싸 안을 수 있는 넓은 ‘기다림’이다. 그 ‘기다림’이란 변함없음, 즉 영속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에 그대의 반응에 관계없이 화자는 ‘그대’를 사랑하는 것이다. 고통스럽지만 눈 내리는 계절을 지나오면서 이루어 낸 기다림의 자세는 아름답고 즐거운 것이라는 화자의 믿음이 담겨 있기에, 짝사랑의 시이지만 그에게는 진정 ‘즐거운 편지’가 되는 것이다.
주제 ㅣ 사랑의 간절함과 영원함에 대한 고백
구성 ㅣ
1연: 오랜 시간 동안 영원할 ‘나’의 사랑
2연: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나’의 기다림의 자세
01 표현상 특징 파악 ④
정답이 정답인 이유
이 시는 산문체의 진술을 통해 ‘그대’에 대한 화자의 심화된 정 서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1연에서는 ‘그대’를 많이 진술하고, 2연에서는 ‘나(내)’를 더 많이 진술하여 ‘그대’에 대한 사랑과 기다림에 대한 화자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시어의 반복이 나타나고 있으나 대구법이라고 보기 어려우 며, 통일된 리듬감을 형성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② 설의적 표현은 찾아보기 어렵다.
③ 계절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언급하고 있으나 이에 따른 장소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⑤ 비장한 어조라기보다는 담담한 고백적 어조에 가까우며 화자의 태도가 반성적인 것은 아니다.
02 작품의 내용 파악 ⑤
시 감상문의 형식을 통해 시의 맥락을 이해하고 있는지 묻는 문제이다. 특히 화자가 상대방에게 말하려는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여 시의 주제를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하는 계절의 순환은 화자가 ‘그대’를 사랑하며 기다리는 자세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다. 즉 계절의 순환이 영원한 것처럼 ‘나’도 ‘그대’를 사랑하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다리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사랑은 영원하리라는 확신’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그대와의 열애를 호소’한다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항상’, ‘한없이’, ‘오랫동안’ 등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나’는 ‘그대’를 생각하고 있으며,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었다고 밝히고 있다.
② 제목 ‘즐거운 편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는 기본적으로 ‘나’가 ‘그대’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이므로, 사적이고 진솔한 고백의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독자가 더욱 공감하게 된다.
③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등을 통 해 알 수 있다.
④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를 통해 화자도 자신의 사랑이 그칠 것을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03 구절의 의미 파악 ③
정답이 정답인 이유
이 시를 짝사랑의 고백을 담은 애틋한 연애시로 감상한다면,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것은 아주 사소하고 흔한 것 같지만 실 은 매우 소중한 일상인 것처럼, 나도 그대를 그렇게 한결같이 생각해 왔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을 사소하게 생각하는 것’은 화자 의 인식이지 그대가 ‘나를 항상 보잘것없게 생각해 왔다.’고생 각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② 자신의 짝사랑을 시련과 고난의 시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은 아니며, 여기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역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 것은 아니다.
④ 화자의 사랑이 짝사랑이기 때문에 그대와 마주 앉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처럼 그대의 뒤에서 바라보는 것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그대의 뒤에 서서 ‘언젠가는 해가 지고 바람이 불리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온 것과는 거리가 멀다.
⑤ 화자가 자신의 기다림의 태도를 사소함에 비유하고 있는 것 이지, 그대에게 ‘필요한 것이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자신의 수고를 자부하는 내용과도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