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념어와 추상어
관념어와 추상어는 그 의미가 비슷하여 구분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관념어는 생각이나 심리상태를 말하는 정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말로 이해하면 된다. 즉 신념, 자유, 권리, 평화, 책임 같은 말들이다.
관념어의 특징은 의지나 감정 등에 주로 쓰이는 개념이다.
추상어는 구체적인 형태가 없는 대상이나 개념을 규정한 말로 관념어는 추상어 안에 포함된다. 사랑, 슬픔, 시간 같은 개념들이다.
중요한 것은 관념어나 추상어나 모두 손에 잡히거나 볼 수 없는 말들이다. 시조 창작에서 이런 말들은 피하고 구체적인 말로 해야 좋다고 하는데 구체성을 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소리’는 추상적 개념이지만 이를 조금 구체화하려면 앞에 구체적인 말을 덧붙여 보면 된다. 즉, ‘새소리’는 ‘소리’보다 조금 구체적이다. 더 구체적으로 하려면 어떻게 할까? 새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밝히면 된다. ‘꾀꼬리 소리’는 구체적이다.
“공간 가득한 소리와 문자들이 틈새를 채운다.”라는 시구절을 읽은 기억이 난다. 추상어가 가득한 구절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하려면 ‘공간’ 앞에 구체어를 넣어 본다. “애들의 공간은 소리와 문자로 가득하다.” 이를 시적 표현으로 하려면 어느 한 낱말을 의인화한다. “소리와 문자가 애들 공간으로 달려들고”처럼 만들면 된다.
“사랑은 아름답다”라는 관념어를 구체적인 말로 하려면 ‘사랑’이라는 말을 구체적인 예로 표현한다. “그녀의 고운 미소가 내 눈을 차지한다.”
이런 관념어나 추상어를 구체적인 말로 바꾸려면 구체적인 이미지를 주는 말, 오감의 활용, 감정의 구체화, 경험에 따른 상상력 발휘 등을 통하여 만들어 내야 한다.
다음은 일상어를 시어로 만들기이다.
일상어는 말 그대로 일반인들이 쓰는 말이다. 시어는 시인들이 즐겨 쓰는 특수어이다. 그러나 시인의 말이라고 해서 별도로 정해진 특수한 말은 아니다.
일상어를 결합하여 언어의 화학적 반응을 얻어내면 그것이 곧 시어가 된다.
‘짐승 같은 짓거리’할 때 ‘짐승’은 길짐승과 날짐승을 통틀어 하는 말이고, 일반으로 쓰는 말이지만 ‘날짐승’하면 범위가 더 좁혀지고 ‘제비’ 하면 구체적인 시어로 사용이 가능해진다.
일상어가 객관적이며 직접적이라면 시어는 주관적이며 함축적이라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일상어가 옷을 갈아입든지 옆 사람 손을 잡고 나오면 시어가 된다. 이 말은 평범한 일상어라도 시의 맥락과 만나면 시어가 된다는 말이 된다.
쉬운 예로 ‘대형 교통사고가 났다.’하면 어떤 상황을 전달하는 기능에 충실하게 되지만 ‘눈 뜨고 보지 못할 사고 현장’ 하면 느낌이나 감정이 섞인 표현이 된다. 시적 방향성을 갖는 말이 된다. 즉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시어는 이처럼 주변의 언어와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로 화장되는 데 이를 우리는 <낯설게 하기>라 하기도 하고, <은유 또는 상징>과 같이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되기도 한다. 실제 예문을 보며 동원된 일상어 들이 결합하며 어떤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지 살펴본다.
목격4/김광수
부서진 벽돌 조각 증언처럼 널린 비탈
통곡마저 허물어진 참담한 폐허에서
실의로 아픈 일상을 피워내는 봉선화.
초장의 벽돌 조각이 널린 비탈은 일상적 언어이다. 그러나 ‘증언’이라는 또다른 일상어와 결합함으로써 시어로 옷을 갈아 입은 것이 된다. 또 중장에서는 ‘통곡’이라는 추상적 언어가 일상어인 ‘허물어지다’와 만나 언어의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느낌 새로운 감정의 변화를 불러온다. 초장 역시 일상적 언어인 ‘실의’ ‘일상’ ‘피우다’가 서로 결합하여 새로운 느낌을 주는 시어로 재탄생하고 있다.
여기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말마디를 찾아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초장을 “부서진 벽돌 조각 수북히 쌓인 비탈”이라 했다면 이 문장은 그냥 일상어들의 집합일 뿐이다. 그러나 ‘증언’이라는 말 한마디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언어의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시어 역시 공식처럼 정해진 것은 아니다.
각 상황에 맞는 말을 찾아내려는 노력은 고스란히 작가의 몫이다.
첫댓글 새기겠습니다
감사드리오며
잘 기억 하겠습니다.
배람합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