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그리고 살충제
겨우내 기운 없던 화분들께
한련화 씨를 안겨드리고 여자는 출근한다
흙이 된 몸으로
베란다 난간에 목매단 화분들께
커피 찌꺼기를 고시레 받친 후 여자는 출근한다
카페인 묻은 손으로
꽃필 거라 믿지 않으나
살 닿았던 자리마다 봄이 동글동글 올라온다
월요일 아침이다
여자가 화 수 목요일을 지나 베란다로 나온다
둥글게 웃고 있는 줄 알았는데
볕 든 한쪽이 온통 구멍 난 금요일이다
또 너야
너라는 고비
봄에 붙어 살이 오른 초록 애벌레
변주하는 중이다
등진 햇살 끌어안아
물 탄 막걸리 한 잔 부어주고 용서하려 했을 때
취한 척
숨을 씩씩거린다 둥글게 빠져나가며
몹쓸 것
여자 눈매가 다부지다
니가 사나 내가 피나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토요일
향기의 둘레를 피로 물들이면
얼마나 많은 너와 부딪쳐야 할까
빚이 많은 초록
너의 전부이려니
그런 근황으로도 가만가만 봄은 와 주었다
일요일 오후다
시작 노트
화분에 꽃씨를 심고 봄을 기다린 적이 있다. 봄을 맞이하는 일은 자연의 순환을 넘어서 성장을 방해하는 생명체의 도전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중심을 잃었고 균형을 찾는 일은 반복되었다. 최소한의 거리를 지키면 내일은 오늘과 달라질 수 있을까?
진눈깨비와 햇살이 교차하는 겨울 끝자락에 서 있다. 다가오는 봄을 기다리는 일은 또 어떤 의미일까?
김인옥 / 2017년 문학나무로 등단. 재외동포문학상 수상. 시집 ‘햇간장 달이는 시간’. 문학동인 캥거루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