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23.07.01 토요일
목적지 : Laugavegur (Hrafntinnusker - Álftavatn) 12Km
날 씨 : 흐림
왼쪽 위로 보이는 Stöðull이나 Ice cave 를 다녀오고픈 마음이었다.
진회색의 구름이 잔뜩 깔려있어 생각할 겨를도 없었지만 사람이란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아마 날씨가 좋았어도 모두 함께한다면 몰라도 온갖 핑계거리를 만들었을 것이다.
어젠 바람이 거세제 않아 편안한 아침을 맞이했다.
지난 해엔 도착해 모두 모여 저녁을 먹으려다 화산재를 몰고 온 바람 때문에 서너명씩 텐트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어애 할 정도였다.
돌담이 쳐진 이유는 분명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이기 때문에 안나씨같은 사람이 돌맹이를 하나 둘 모으다 보니 담이 만들어진 것이리라.
아침 9시, 출발을 앞두고 단체 사진
이 또한 달라진 점이다.
어제는 비가 내려 포기했지만 오늘부로 매일 아침 아침 점화겸 단체 사진을 찍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약속은 지켜졌다.
어제처럼 거대하진 않지만 출발은 눈 길로 부터 시작된다.
살라해도 살 수 없는 척박한 땅인데 왜 정이 가는 것일까.
화려한 아름다움도 기암괴석으로 감탄을 연발하지도 않는데 내 눈에는 왜 이리도 아름답게 비추일까.
산장 관리하며 살라해도 좋을 것 같다.
오가는 트래커들과의 만나고 헤어지며 쏟아지는 온갖 이야기들
"쿵따리 사바라" 신나는 음악 속에 떠난 자리 반짝반짝 윤기가 나도록 닦고
잔잔한 음악 걸어 놓고 햇살 비추는 마당에 앉아 커피 한 잔 홀짝이고..
살어리 살어리랐다.
청산에 살어리랐다.
오늘 걸을 거리는 12Km 우리 말로는 7.5Mile
그리 길지 않은 거리에 한껏 여유를 부려도 남고 남는게 시간인 하루다.
어제와 오늘을 합쳐 하루에 걷는 하이커들이 많은데 우린 제대로 즐기기 위해 이틀을 잡았다.
덕분에 하루치의 식량의 무게를 더해야했지만 더한 무게만큼의 값어치는 충분하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하늘은 잔뜩 흐려있다.
어려운 시간 내고 힘들여 걷는 만큼 하늘이 열려 아름다운 세상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데 내 마음 같지않다.
7월 15일
높은 습도에 비오듯 땀을 흘리며 가까운 해리만 일대를 돌았다.
마침 우끼 뽕끼님의 집들이가 예정되어 있어 간단하게 걸으면서도 시원한 아니 아침 저녁으로는 다운 자켓을 입어야 할 정도로 추웠던 아이슬랜드가 얼마나 생각났는지 모른다.
미치도록 힘들었지만 흘린 땀을 계곡에 담그고 돌아서니 한편으로는 개운하기도 했지만 앨범을 올리며 바라 본 한 장 한 장의 사진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한 쪽엔 뜨거운 간혈천이 뿜어져 나오고 한쪽엔 하얀 눈밭이 펼쳐진 진 풍경이 마음까지 시원하게 뚫어주는 것 같다.
왜 이제서야 찾아왔을까
하며 두 번 째 찾은 아이슬랜드
하물며 또 다시 걷고싶은 마음은 발톱에 빨간 피멍이 들었음에도 다시 찾아가고싶은 마음 뿐이다.
외부와의 연락이 닿지않는 우리들만의 오지에서의 7박 8일은 핸트폰없이 단 하루도 못살 것 같은 시간을 송두리째 허물어 주었다.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이 편해지고 자유를 얻은 것 같다는 말이 많았다.
실제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부자들이 찾는 여행은 오지라고 한다.
인터넷은 물론 전기와 수도도 없는 무인도가 인기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바깥 세상이 궁금하고 힘들지만 내려 놓는 세상이 얼마나 풍요로운가를 여실히 증명해 준다.
4주 후면 10일 동안 몽블랑 둘레길을 걷는다.
꼭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면 다시 한 번 단절된 세상을 경험해 보면 어떨까 싶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리 쉽게 호락호락할까
자신부터 검색하며 인터넷이 되니 안되니 찾고 있으니.
이번 아이슬랜드에서 경험해 본 산우님들은 알 것이다.
처음에는 불안에 떨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편안해진다는 것을.
골짜기마다 하얀 눈이 선을 만들며 특유의 몸짓을 하고 있다.
날이 맑았으면 좋았으련만 오늘 같은 날도 좋은 것은 좋은 산우님들과 함께 걸으며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어디를 막론하고 같이하면 좋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기에 선명하지 않아도 오늘같이 아련한 그림도 좋은 것이다.
단 한 번도 아우성없이 모두가 잘해 주었다.
멍~~~~~~~
헤~~~~~~~~~
이런 세상이.. 하면서 감탄도 마지 않았다.
정말 그 어느 곳 보다 더 특별한 시간으로 남았다.
찾아갈 알프스의 아름다움에 비할바가 아니지만 기억속에는 더 쿰틀거리며 잦아들 것 같다.
마치 우리 삶과 같은 그런..
눈 길은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반복하며 한동안 이어진다.
산장을 출발하여 약 3마일을 걸으면 왼편으로 Símonarsker산이 나오면서 눈길이 잦아지며 화산재가 무성한 곳으로 접어 든다.
Símonarsker에 오르면 거대한 빙하를 만날 수 있는데 물론 닿지않고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왕복 1.2마일로 짧지도 길지도 않지만 온통 회색빛 하늘에 올라가야 제대로 볼 수 없어 가자는 소리도 못하고 지나쳐야 했다.
Laugavegur 을 걸으며 만나는 트레일들이 제법 많은데 모두 들리기엔 시간의 한계에 부담이니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고 한 두 곳 정도 다녀오면 투자한 보람이 있을 것이다.
조금은 힘들지 않을까.
낯선 이국 땅에서 난생 처음으로 하는 7박 8일의 백팩에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했지만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주몽이도 많은 산행을 같이 했지만 게임하느라 부족한 용량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진을 찍었으니 많은 생각과 느낌이 있었으리라.
여행과 멀리있는 산은 한 번 가면 대체로 두 번 가기 힘들다.
그런데도 우끼 뽕기님이 서슴치 않고 두번째를 택했다.
처음 느낌이 너무 좋아서 그리고 뭔가 다른 그 무엇에 흘려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자신이야 좋으면 한 번 이고 두번이고 횟수에 관계치 않으니 제쳐두고 두번째 찾은 인물이 또 있었으니 우드님이다.
물론 산보다는 주부 해방 만세를 부르며 집을 나서는 행복이 더 좋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연신 오기를 잘했다고 했으니 좋아도 많이 좋아한 것 같아 뿌듯하다.
우드님이 좋다면 나도 좋은 것이다.
들었죠?
다음엔 롤 케익 2개요.
햇살에 구름이 반쯤 걸려 신비 가득했던 지난 해
이번에 제대로 한 번 찍어봐야지 하며 기대했던 곳인데 구름에 덮혀 아쉬움에 쩝쩝거리며 지나쳐야 했다.
빙하 녹은 물에 커피 한 잔의 기억도 오늘은 지나쳐야 했다.
말이 흐리면 많은 것이 스쳐지나고 마음이 나도 모르게 바빠지나 보다.
이쯤에서 Álftavatn 호수의 자태가 죽이는 그림을 만들어주는 곳인데..
어제와 오늘은 정말이지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곳이다.
그림으로 말하면 첫째날과 둘째날이고
여운으로 말하자면 세째날
깊은 한 숨과 함께 아쉬움에 취하는 날은 네째날이다.
뒤늦게 가고싶다며 신청한 후 휴가가 나오지 않자 그만둔다며 협박까지 하며 허락을 받아낸 애마님
걷는 내내 히히덕 거리며 "최고" "최고"를 연발했다.
자주 나오지 않지만 같이하면 열정적이고 협조적이며 고기도 잘 사주는 만화방 누나다.
한 때는 발 달달 떨며 끔 쪼깨 깨물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준휘님과 그의 사랑 성민이
아이들 키우느라 자주 시간을 내지는 못하지만 산을 좋아하고 헌신적인 모습에 많은 산우님들에게 이쁨을 받는 차세대 산타다.
졸졸이님이 수요 대장 자리도 불안에 떨면서 산타 운영권을 노리고 있지만 준휘가 있는 한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장님 말에 의하면
"산타 세자 준휘" 라 칭하고 있다.
이 구간이 아이슬랜드 홍보 책자의 표지 모델로 등장하는 곳이다.
햇살이 비추면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역시 오늘은..
나 역시 지난 주저 앉아 넋 놓고 바라보았던 기억이 있다.
참고로 지금 바라보는 능선의 건너편에서 봐야 더 일품이다.
우비가 오늘따라 모양 빠질 줄은 몰랐다.
빠져도 검나게 빠져보인다.
헉..
그렇게 좋던 길이 비로 인해 범벅이 되었다.
질퍽거리는 것은 물론 미끄럽고 발목 이상 빠져 통과하는데 애를 먹었다.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여 그림이 나오려나 했는데 아직은..
그런데 그 구간을 넘자 하늘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다시 거슬러 올라가기도 힘든데.. 마음은 다시 가고 있지만 몸은 진창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Alftavatn 호수가 보이는 뷰포인트에 섰다.
후다닥 뛰어가서 한 장이 아니라 뒤에 오던 부자님이 마침 열린 하늘 아래 한 장.
이 산 이름이 뭔고.
Kaldaklofsfjöll
빙하 가까이 갈 수 있는 봉우리다.
"쉬어가자"
지난 해 엉덩이가 달라붙었던 바로 그 자리에서 배낭을 내려 놓았다.
차렷!
우향우!
보기 좋은 3가족이 나란히
무려 120파운드 이상을 메고온 먹고 죽자 가족.
음식이 50파운드였다나 어쨌다나.
모처럼 개인 날씨에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신발은 엉망진창이 되었는데도 헤맑다.
세상 어디에 가도 살아갈 수 잇는 1호 인물 헬로님.
처음 보는 사람도 "헬로~" 한 마디에 10년 된 사람처럼 친해지는 매력을 가졌다.
산타의 귀요미 성민이와 주몽이
불쑥불쑥 자라다오.
나는 안주고 먹길래 흐리게 처리함
많은 시간을 내려 놓았다가 일어선다.
걸을 때 마다 새록새록 생각나는 시간들 위에 다시 선다.
푸르름이 반기고
익숙한 길이 반기고
앞서걸으며 뒤 따라 걸으며 반기고
걷는 발자욱마다 행복이 찍힌다.
드러난 진정한 Laugavegur 모습
상당한 경사와 자갈길이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한다.
덕분에 더디게 걸으며 바라보이는 풍광에 미소한다.
"정말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요. 너무 아름다워요"
"애마님도 아름다워요. US 테니스 대회에 올해도 작년처럼 꼭 그랑뿌리 받아서 맛난 것 많이 준비해 놓고 초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