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인지법(取人之法)-인재를 골라 뽑는 방법 ①선각후능(先慤後能) - 먼저 성실한 다음에 능력 있는 자를 구해야 한다.
이상호(소소감리더십연구소 소장) 흔한 말이지만 예로부터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하였다. 인사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사람의 일 즉 사람이 행하는 모든 일이지만, 여기서 강조하는 의미는 사람을 뽑아 쓰는 일 즉 인재 등용을 말한다. 만사(萬事)는 인간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지만, 일반적으로 정치와 행정에서 행하여지는 모든 일을 지칭한다. 만사(萬事)는 형통(亨通)이란 말이 생략된 즉 만사형통(萬事亨通)이 줄여진 것이라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그 의미는 인재 등용을 잘해야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려가게 된다는 의미다. 정치와 행정에서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린다는 것은 정치와 정책이 무리 없이 잘 추진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정(정부)과 백성(국민)의 신뢰 관계가 수립되어 화합과 평화가 오고 나라가 발전한다. 따라서 나라의 모든 일은 인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요즈음도 정부나 지방에서 정권이 바뀌거나 인사철이 되면 국민은 인사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선거에서 국민이 투표하는 행위도 결국 주권자인 국민이 행하는 인사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선거에 큰 관심을 갖는 것도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그가 하는 일뿐 아니라, 인재 등용의 방법과 영역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정치와 정책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나 지방 할 것 없이 새 정권이 들어서거나 인사철이 되면 국민은 자기와 혈연, 학연, 지연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임에도 인사에 깊은 관심을 갖는다. 그 인사에서 집중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등용되는 사람의 인격과 능력에 집중된다. 그래서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리더십을 말하는 선각자들이 하나같이 강조한 것이 인사였다. 일찍이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인의(仁義)의 정치를 강조했던 공자도 인사에 깊은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공자의 행적과 말의 곳곳에서 취인지법(取人之法) 즉 인재를 골라 뽑는 쓰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공자가 강조한 취인지법(取人之法) 중에서 우선 강조한 것이 선각후능(先慤後能) 즉 먼저 성실한 다음에 능력 있는 자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나라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사람을 취하여 쓰는 법을 물었다. 이에 공자가 대답하였다. 모든 일은 책임을 맡은 관리에게 맡기십시오. 너무 민첩하게 말하는 자를 쓰지 마시고, 너무 경솔하게 마구 망언을 하는 자도 쓰지 마시고, 말이 많은 자도 쓰지 마십시오. 너무 민첩한 자는 탐심이 있으며, 마구 망언을 하는 자는 혼란을 일으키며, 말이 많은 자는 황당한 짓을 잘합니다. 그런 까닭에 활은 잘 조정된 후에야 힘이 강하기를 바랄 것이며, 말은 부려본 뒤에 잘 달리기를 바라야 합니다. 선비는 반드시 성실한 후에야 지혜롭고 재능 있는 자를 구해야 합니다. 성실하지 못하면서 재능만 많은 자는 승냥이나 이리와 같으니 가까이해서는 안됩니다.〖哀公問於孔子曰 請問取人之法, 孔子對曰 事任於官 無取捷捷(첩첩) 無取鉗鉗(겸겸) 無取啍啍(톤톤) 捷捷 貪也 鉗鉗 亂也 啍啍 誕也 故弓調以後求勁焉 馬服以後求良焉 士必慤以後求智能者焉 不慤而多能 譬之豺狼(시랑)不可邇)《孔子家語7-4》 위에서 사임어관(事任於官)하라는 것은 모든 일을 관리에게 맡긴다는 것으로 오늘날 리더십 이론으로 말하자면 임파워먼트(empowerment) 즉 권한 위임을 의미한다. 권한 위임이 되면 관리는 자기 소신껏 마음대로 업무를 추진하게 된다. 그러면 그의 창의성과 능력은 물론 가치관과 사심(私心)과 덕성까지 빨리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우선 관리를 등용하면 그에게 모든 일을 맡겨 봐야 한다. 그것은 마치 말은 부려보아야 그 말이 우량 말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것(馬服以後求良焉)과 같다는 것이다. 일을 관리에게 전적으로 맡겼을 때 혹은 맡기려 할 때 세 가지 유형의 관리는 절대 쓰지 말라는 것이다. 첫째 捷捷(첩첩)한 자이다. 捷(첩)은 매우 빠르다는 것으로 捷捷(첩첩)은 매우 달변(達辯)인 자를 말하는데 이는 신중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즉흥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자는 그런 자는 탐심(貪心)이 많은 자라고 하였다. 탐심이 많으면 공(公)보다는 사욕에 치우치기 쉽기 때문이다. 둘째는 鉗鉗(겸겸)한 자이다. 鉗(겸)은 칼 같은 말이다. 칼 같은 말은 지나치게 강한 말이다. 극단에 흐르는 강퍅한 말이다. 너무 자신만만하게 말하거나 누군가를 지나치게 강하게 비난하거나 옹호하는 말이다. 그런 자는 상당한 편견에 빠져 있으며 지나친 자신감과 소신으로 일을 그르치고 타인에게 깊은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鉗鉗(겸겸)은 칼같은 말이 겹쳐 있으니 얼마나 강한 말인가? 그런 말의 상당 부분은 망언에 가깝다. 공자는 그런 자는 혼란을 야기하기에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도 정치인의 망언이 크게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정당 내에서 특정인의 망언은 지지율을 급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여 정당에서는 신속하게 제명 처리하거나 자진 탈당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런 정치인을 두둔하는 정당이 우습고, 그런 정치인이 생명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용하다. 셋째는 啍啍(톤톤)한 자이다. 啍(톤)은 ‘느릿하다’는 뜻도 있지만, 여기서는 제멋대로 말을 많이 하는 자를 일컫는다. 이 또한 啍啍(톤톤)이니 쉴새 없이 말하는 자를 일컫는다. 啍啍(톤톤)한 말에는 망언도 많이 깃들어 있지만, 鉗鉗(겸겸)한 말과는 달리 극단적이거나 강퍅함이 적다. 공자는 그런 자의 말에는 진실이 없고 거짓이 넘친다는 것이다. 사기꾼의 말은 달콤하고 민첩하며, 때로는 긴박감을 주기도 할 정도로 강하고 유창하다. 그러나 그 말속에 진실은 전혀 깃들지 않았다. 공자는 진실이 깃든 자의 말은 신중하고 중후하다고 했다. 공자는 왜 선비의 사람됨을 말로 판단했을까? 철학자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가 ”말은 생각의 집“이라 했듯이 말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의 모든 것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정치인들의 경우 매우 유창한 사람들이 지지를 얻는 경우가 많다. 인터뷰 등등에서 말이 술술 나오는 정치인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의 말이 유창하지만 진실한가? 강하지만 부드럽고 소신에 차 있으며 책임이 깃들어 있고, 근거에 합당한 말인지를 살펴야 할 것이다. 그러나 捷捷(첩첩)한 자 鉗鉗(겸겸)한 자, 啍啍(톤톤)한 자가 그럴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공자는 그런 자들은 성실하지 못한 자들로 마치 豺狼(시랑) 즉 승냥이와 이리 같기에 인재를 구하는 자는 이들을 절대로 가까이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래서 공자는 관리 즉 선비를 등용할 때 선각후능(先慤後能)을 강조한 것이다. 선각후능(先慤後能)은 사필각이후구지능자언(士必慤以後求智能者焉)이 줄여진 말이다. 여기에서 사(士)는 선비를 말하지만, 선비는 실제로 관료로 등용되어 국정을 담당하는 자 즉 인재의 총칭이다. 사실 동양에서의 선비는 원래 통치자에게 등용되어 그들을 도와 나라의 일을 바르게 살피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늘 바른 품성과 정직한 행동과 합리적인 행정을 하여야 백성이 평화로울 수 있었기에 선비는 인격과 학문(지혜와 능력)을 수련한 자들이라야 했다. 전국시대에 이들 상당수는 식객(食客)이 되어 권세가들(일종의 호족들)의 휘하에 들어가 그들을 도우며 나라의 관리로 등용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공자가 말한 사필각이후구지능자언(士必慤以後求智能者焉)에서 사필(士必)은 선비 즉 인재를 등용할 때 반드시 살필 것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그냥 참고 사항이 아니다 당위적인 사항이다. 무엇을 살펴야 할까? 우선은 각(慤)이다. 각(慤)은 그가 얼마나 성실한가의 문제이다. 그러나 ‘바르다, 삼가다, 정성을 다하다, 행동을 조심하다’의 뜻을 지닌 것으로 성(誠)의 ‘정성서럽고 참되다’보다 행동적인 의미가 강하다. 성실하다는 것은 정직하고 부지런하며 책임감이 강하고 인륜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 즉 도덕적 흠결이 없는 것을 일컫는다. 그리고 지능(智能)은 지혜와 능력을 말한다. 지능(智)는 사물(일)의 도리·시비·선악을 잘 판단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능(能)은 오늘날로 말하자면 그 분야의 전문성을 의미한다. 사실 전문성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지혜가 부족하여 그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점에서는 능(能-전문성)보다 우선하는 것이 지(智-지략)이다. 여기서 지(智)는 능(能)을 능답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捷捷(첩첩)한 자 鉗鉗(겸겸)한 자, 啍啍(톤톤)한 자에게는 그런 성실함뿐만 아니라 지능(智能)도 찾아볼 수 없기에 경계하여야 한다고 했다. 지난 대선과 그 이후 인사에서도 대통령과 관리로 등용되는 사람들의 도덕성과 능력을 두고 말이 많았다. 어떤 이는 도덕성보다 능력이라고 하였고 어떤 이는 도덕성을 우선하였다. 그러나 대체로 도덕성보다는 능력 우선 쪽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였다. 과연 그럴까? 그리고 그 능력이라는 것이 과연 지(智)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일까? 도덕성을 결여한 인간이 능력이 뛰어나면 그 능력을 악용할 여지가 많다. 회사에서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가 돈에 팔려 회사 기밀과 특수 기술을 빼돌리는 사례나, 능력이 뛰어난 자가 돈이나 지위의 유혹에 빠져 적국에 정보를 파는 경우도 그렇다. 이완용은 임기응변에 강하고 능력이 뛰어났으나 나라를 팔아먹는 잘못을 저질렀다. 도덕성이 결여된 능력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성능이 뛰어난 자동차와 같으며, 도적의 손에 들어간 뛰어난 명검(名劍)과 같을 수 있다. 공자가 말한 선각후능(先慤後能)은 오늘날 국민이 대통령, 국회의원, 단체장 등 지도자를 뽑는 선거에서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그리고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단체장과 회사를 포함한 모든 리더가 인재를 등용하는데 깊이 새겨야 할 말이라 여겨진다. 사람의 가치 또한 능력보다 그의 성실함에 있다. 오늘날 많은 세상 문제도 도덕성을 외면한 능력 우선에서 오는 것 같다. 만사(萬事)에 선각후능(先慤後能)이면 형통(亨通)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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