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6월 16일 (일요일) : [새재사랑산악회] 131차 산행 ♣ 설악산 (4)
* [산행코스]☞ 한계령-서북능선 갈림길-끝청-중청-대청봉(1,708m)-설악폭포-오색약수
* [오색(五色)으로의 하산]— 쏟아지는 계단 길과 길고 험한 돌밭 길
☆… 오후 04시 07분, 햇덩이가 설핏 서쪽하늘로 기울어졌다. 하산은 예정대로 오색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정상 부근의 떨기나무 지대를 내려오니 여름 특유의 활엽수가 숲의 터널을 이루고 있다. 햇빛은 뜨겁지만 숲 그늘의 산길은 쾌적했다. 오색길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내려오는 코스로는 제일 짧은 거리(5km)이지만 그 경사면 워낙 가파르기 때문에 발목이나 무릎의 관절에 매우 큰 부담을 준다. 최근 국립공원 정비 사업의 하나로 가파른 곳곳에는 철제 사다리와 나무 계단을 가설해 놓았고 약간 완만한 곳은 자연석 돌로 계단 길을 정비해 놓았는데, 산을 내려오는 천 근 몸무게가 고통스럽게 실리고, 특히 하체 관절이 좋지 않은 분들에게는 이 하산 길이 여간 고통스럽지 않다. 사실 건강한 사람에게도 급전직하(急轉直下)의 무지막지한 이 내림길은 참으로 험난하다. 그것도 장장 5km의 내리막길이다. 그래서 우리 고향말로 아주 ‘숭악한’ 산길이다. 사실 이름에 ‘악(嶽 혹은 岳)’자가 들어가는 산은 돌과 바위가 많은 험산이다. 글자를 풀어 봐도 ‘악(嶽)은 ’지옥(地獄)같은 산(山)‘이 아닌가. 그러나 사람에게는 험산이지만 그 경관은 아름다운 명산이다. 남한의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이 설악산(雪嶽山)을 비롯하여, 사다리병창의 험로를 끼고 있는 영서지방의 최고봉인 원주의 치악산(雉嶽山), 경기도의 최고봉인 가평의 화악산(和岳山)과 경기도의 금강산이라고 일컬어지는 가평 운악산(雲岳山), 그리고 한양(서울) 남천(南天)에 불같이 솟아있는 근골(筋骨)의 관악산(冠岳山)이 다 그 이름값을 하는 산들이다. 갈래로 말하면 이런 산을 골산(骨山)이라고 한다. 내려오는 곳곳에 고통스런 표정으로 겨우겨우 발을 내딛으며 내려오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힘들고 매우 고통스런 표정이다.
☆… 선두그룹 화영 대장은 앞서 내려가고 그 뒤의 많은 대원들은 거리를 두고 가파르게 고도를 낮추며 아래로 아래로 내리꽂았다. 어차피 시간차가 많이 날 수밖에 없는 산길이었다. 후미에서는 오늘 처음 우리 산행에 참여한 중년의 산우가 상당히 고통스러워했다. 민 대장이 그분의 배낭을 받아 메고 뒤를 수습하여 하산하고 있었다.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筋肉)이 아프고 무릎 관절에도 은근한 통증이 스며왔다. 그렇게 한 시간 이상을 내려오니 비로소 물소리가 들린다. 오색으로 흐르는 계곡이다. 하산 길의 중간지점. 쇠다리가 놓여 있는 계곡에서 몇몇 대원들이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잠시 더운 발을 식혔다. 후미를 수습하여 내려오는 지평 대장이 당도하여 하산을 재촉한다. 이미 주차장에 도착한 선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 산행은 계속되었다. 조금 내려오니 왼쪽의 깊은 계곡에는,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반석 위에서 한 줄기 폭포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설악 폭포’, 숲 속에 감추어진 비경이다. 그 물소리가 청랑하고 시원하다. 우리가 걷는 산길은 수림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뜨거웠다. 목이 마르고 다리가 아프다. 플라스틱 물통의 미지근한 물마저 바닥이 났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니, 갈증은 더욱 심해졌다. 산비알을 돌고 돌아 등성이 하나를 넘어 오색 마을이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쉼터)에 이르렀다. 잠시의 휴식도 생략한 채 그대로 하산 길을 재촉했다. 마지막까지 산의 경사면은 인정사정없이 가팔랐다. 노자(老子)가 자연을 두고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 했던가.
* [안전한 하산]— 고락을 함께 한 동지들!
☆… 설악의 매정한 성깔을 몸으로 느끼며 ‘오색 등산로 입구’ 매표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30분이었다. 대청을 출발한 지 2시간 남짓 걸렸다. 결국 시간이 없어 설악산 오색계곡에서는 그 좋은 ‘물맛’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러나 온몸으로 받은 청정하고 신선한 청산의 바람결이 더운 가슴을 식히고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온몸이 아프도록 절절하게 아름다운 산행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오늘 또 하나의 산이 되었다.’ 장엄 독백의 버전으로 말하면 ‘이제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 산의 정상에서는 호연지기(浩然之氣)로 가슴이 펴지고, 산을 내려와서는 모든 것을 이룬데 대한 기분으로 기고만장(氣高萬丈)이다.
☆… 고락(苦樂)을 같이 하면서 더불어 땀을 흘린 산우동지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밝고 아름답다. 묵은 땀을 흘려버리고 청정한 산의 정기(精氣)를 흠뻑 받은 탓이리라. 오색 탐방소 입구에 내려와 후미 대원들이 하산하여 버스가 출발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늦은 사연인즉, 오늘 처음 참가한 남자 산우 한 분이 심한 무릎 통증으로 인하여 내려오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평 민 대장이 가장 후미에서 그분의 배낭을 받아 안고 동행하여 내려왔다. 오늘도 민 대장의 노고가 컸다! 모든 대원이 안전하게 하산을 완료했다.
* [인제 원통의 농가에서의 저녁식사]— 자연산 나물 밥상
☆… 오후 7시 21분, 우리를 태운 <선진항공관광버스>는 오색을 출발하여 44번 국도를 타고 한계령을 넘었다. 한계령을 넘으니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귀경 시간이 매우 늦어짐으로 귀로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가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고, 아침 설악산 오는 길에 미리 저녁식사를 예약해 놓았다. 식당이 아닌 강원도 평범한 농가의 가정집이다. 인제군 북면, 북천의 원통교 건너편에 있다. 이 농가는 현미찹쌀이나 누룽지쌀을 기획 재배하고, 강원도 산간의 산나물이나 머루나 다래 같은 열매을 직접 채취하여 실비로 판매도 하는 집이다. 남위숙 부회장이 친자매처럼 지내는 원통의 정덕희 씨 댁인데, 인간적인 친분으로 오늘 50명의 저녁상을 차린 것이다. 몇 년 전에도 우리 <새재사랑> 가족들이 두어 차례 식사를 한 적이 있는 집이다. 우리가 예정보다 늦게 도착했으므로, 큰 호두나무가 서 있는 마당에 환하게 전등불을 밝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당에 자리를 만들어 길게 상을 이어놓고 갖가지 나물무침과 김치, 그리고 된장찌개 등을 차려 놓고 이곳 특산의 누룽지쌀로 지은 밥을 퍼내어 놓았다. 모든 음식의 재료가 이곳 강원도 자연산이며 조리하는 과정에서 조미료를 넣지 않은 그야말로 건강 식단이라고 할 수 있다. 나물은 나물대로 맛깔스러웠고, 된장찌개는 짜지 않으면서 담백하고 구수하여 옛날 시골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그리고 김치도 넉넉한 양념에 산뜻하게 입맛을 돋우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누룽지쌀로 지은 밥의 고소하고 차진 맛이란! 오늘 체력을 많이 소진한 대원들 모두 넉넉하게 식사를 했다.
* [에필로그]— 신선한 설악의 정기를 안고
☆… 오늘은 오랜 만에 대망의 설악산을 올랐다. 더없이 청명한 날씨 속에 대설악 서북능선의 일부를 종주하여 대청봉에 올랐다. 능선과 암봉을 타면서, 장엄하게 펼쳐진 설악의 진경을 감상하고 그 신선한 정기를 온몸에 흠뻑 받았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한마음으로 동행하는 산악인의 미덕이 함께 했으므로 더욱 정겨운 산행이 되었다. 그리고 귀로에서 받은, 따뜻하고 정성어린 자연산 시골 밥상이 우리를 다시 한번 행복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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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긴 여정이 끝났습니다. 어려운 산행 , 여러 산우님들은
산행 훈장을 하나씩달고 무용담을 자랑하게될것입니다
좋으날씨 좋은 사람 과하는 산행은 늘 즐산입니다.
고문님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마치 제가 함께 다녀온듯합니다..
설악산이 저리도 맑게 보일수 있다니 분명 새재산우님들은 대복을 타고 나셨나봅니다..
저도 꼭 함께 할 생각이었으나 그날이 하필 장인어른의 생신이라 빠질수가 없었지요..
고문님의 장쾌한 한편의 대 서사시~~~감사히 잘 느끼고 갑니다~~~
항상 건승하시길요~~~~
첩첩이 숨겨진 비경을 볼수있음에 정말로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청아한 하늘과 맑음을 잘 열어주지않는다는 설악이 우리에겐 숨겨진 속내를 보여주었습니다 너무도 감사한 하루 ~ 그리고 언제나 후기를 볼수있도록 부연설명이~ 고문님 더욱 멋지십니다
남의글 도용했다 마셔요 ~문경지역 동우회카페로 옮겨봅니다 자랑하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