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을 마치고 선배부부와 함께 지하철역 투어에 나선다. 타슈켄트의 지하철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지하철과 함께 중앙아시아에 있는 둘뿐인 지하철이자, 중앙아시아 최초의 지하철로 구 소련권에서 모스크바, 상트페트르부르크에 이어 노선 수가 많은 지하철이다. 타슈켄트는 중앙아시아 최대의 도시이자 소련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로서 역내 중심지로 기능하던 중요한 도시였으나 1966년 대지진이 타슈켄트를 직격해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었으며, 소련은 이 기회를 역으로 활용해 타슈켄트를 소련의 입맛에 맞는 현대 도시로 만들고자 그 일환으로 지진 2년 뒤에 지하철이 계획되었고 1972년에 착공해 1977년에 개통해 당시 소련에서 모스크바, 레닌그라드, 키예프, 트빌리시, 바쿠, 하리코프 다음으로 건설된 지하철이다. 1984년에 우즈베키스탄선을, 독립 후 2001년에 유누서버드선을 개통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하철엔 화려한 장식들이 가득하며 역마다 독특한 특색을 지니고 있다. 에스컬레이터의 속도도 빠른 편이고 대다수의 역은 섬식 승강장이다. 10월 혁명역, 레닌광장역 등 과거 소련식 이름을 가진 지하철역도 꽤 있었으나 독립 후 싹 다 변경했다. 2026년 기준으로 4개의 노선, 총 연장 70.4km를 운행하고 있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Amir Temur Hiyoboni 지하철역으로 가 승차권을 사려고 하니 매표소는 없고 키오스크 단말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단말기 안내 글을 읽을 수 없어 망설이자 역무원이 다가와 도와준다. 대부분의 역에는 중앙에 무인발권기가 있고, 좌우로 입구와 출구가 있다. 우즈베키스탄 돈 2,000숨을 무인발권기에 넣으면 전화번호를 입력하게 돼 있는데 승무원이 본인의 전화번호를 입력하자 감열지에 인쇄된 QR코드형 승차권이 나오는데, 게이트의 QR코드 인식기에 스캔하고 역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요금은 거리에 상관없이 2,000숨이고 노선 간 환승도 자유롭다. 모든 환승역의 경우 역과 역 사이에 환승통로가 있어 바로 지하철을 갈아탈 수 있고, 하차의 경우에는 그냥 문을 열고 나오면 된다. 우리나라와 달리 환승 체계가 존재하지 않아 연계 교통과의 환승은 요금을 새로 지불해야 한다. 지하철역에 들어갈 땐 테러 위협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중국 지하철역처럼 가방 검사를 하는데 큰 가방의 경우에만 대강 검사한다. 차내에선 우즈벡어 안내방송만 나오며 차내에 전광판마저 없어 우리는 핸드폰에 Tashukent Matro Map을 다운받아 Matro Map을 보면서 지하철역에 도착할 때마다 밖을 내다보며 역명을 확인해야 한다.
타슈켄트 지하철역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승강장 인테리어다. 구 소련의 영향을 받아 러시아 지하철역처럼 역 마다 승강장의 테마가 다르다. 타슈켄트 지하철은 아주 오래된 구형 열차부터 최신형 열차까지 다양하게 운행되고 있는데, 1호선, 2호선 마다 모양이 같은 게 아니라 같은 호선에서도 매번 들어오는 차량이 다르다.
지하철 표를 사 들어간 Amir Temur Xiyoboni역은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Amir Temur의 이름을 딴 역으로 지하철 승강장으로 들어서자 대리석 기둥과 고풍스런 조명이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1호선 치노르(Chinor) 방향으로 Amir Temur Xiyoboni역 다음 역이 Mustaqillik Maydoni역(독립 광장역)으로 이곳 승강장에 내리니 하얀 대리석 기둥과 우아한 조명이 우즈베키스탄 독립을 축하하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킬 정도로 매우 아름답다. 이 지하철 위가 독립 광장이다.
Mustaqillik Maydoni역 다음 역이 Paxtakor역으로 Paxta는 우즈벡어로 면화를 뜻하는데 이곳 플랫폼에는 우즈베키스탄이 세계적 면화 생산국임을 표현하는 모자이크 장식이 승강장 양쪽 벽면을 예쁘게 장식하고 있다.
Paxtakor역에서 환승통로를 따라 가면 2호선 Alisher Navoiy역이 나온다. 이 역 승강장에선 이슬람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아치가 끝없이 이어지고 둥근 천장에는 꽃무늬와 기하학적 문양이 가득해 마치 이슬람 사원에 온 듯하다.
Alisher Navoiy역에서 Dostilik 방향 지하철을 타고 두 번째 역이 Kosmonavtlar역인데 Kosmonavtlar는 우주비행사들이란 뜻이다. 플랫폼 벽엔 소련 최초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 세계 최초 여성 우주비행사 발렌티나 테레시코바를 비롯한 우주비행사들의 부조가 이어지고 푸른색 벽면과 천장이 밤하늘처럼 보이며 대리석 기둥들은 우주선 내부를 연상시킨다.
<토시켄트 역 승강장 벽면 부조>
토시켄트 역(Toshkent Station) 각 입구에는 이 도시의 2,200년 역사의 상징이 눈에 띄게 표시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국가의 문장인 국장의 모자이크, 즉 이 나라의 두 가지 주요 작물인 목화와 밀로 둘러싸인 날개를 활짝 펼친 후마 새가 있다. 역의 나머지 부분에는 우즈베키스탄의 일상 생활을 담은 그리스 부흥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다.
지하철역 투어를 마치고 기왕 지하철 표를 산 김에 초르수 바자르(Chorsu Bazzar)로 향한다. 초르수 역은 Kosmonavtlar역에서 Beruniy역 쪽으로 네 번째 역으로 처음 Amir Temur Xiyoboni역에서 산 지하철 승차권이 있어 지하철역 투어와 초르수 역까지 모두 표 한 장으로 해결하니 돈을 번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