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길
일자 : 2019년 5월 9일(목) 오월은 신의 예지와 자애가 담긴 찬연한 예술작품이다.
봄꽃은 부지런해야 제대로 구경할 수 있다. 연이은 초여름 더위 탓에 꽃의 개화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매화와 살구나무, 사과나무와 배나무, 겹복숭아(잎.녹색)와 겹벚꽃(잎.적갈색) 등 과일나무의 정감 있는 봄꽃들이 피는 시기나 색깔들이 비슷하여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매화와 살구나무는 서로 아주 가까운 근연종이기 때문에, 상호 교잡이 가능하다. 때문에 순수매실, 살구성매실, 중간계, 매실성살구, 순수살구로 구분될 정도로 잡종이 많다. 중국은 사막화를 막는 방법으로 황토고원에 매년 살구나무를 심고 있다. 황토고원은 일년 동안 내리는 비가 아주 적은 곳이다. 그래서 이 곳에 심는 나무는 건조한 기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종류라야 한다. 살구나무가 그런 나무이다. 살구나무가 척박한 곳에서 잘 살 수 있는 것은 仁, 즉 씨앗 덕분이다. 杏仁은 연꽃 씨앗처럼 아주 어려운 환경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만큼 강인하다. 살구나무의 씨앗(杏仁)이 나무를 키우듯, 仁은 또한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仁은 하늘이 모든 존재에게 준 씨앗이다. 仁은 어질다는 뜻이다. 살구 꽃은 한자로 杏花라고 한다. 살구 꽃은 술집과 인연이 있다. 杏花村이라고 하면, ' 살구 꽃이 피어있는 마을 ' 이라는 뜻도 되지만, 그것보다는 술집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淸明시절 비 부슬부슬 내리는데, 길 가는 나그네 마음 쓰리게 하네. 술집이 어디에 있는냐고 물으니, 목동은 저만치 杏花村를 가리키네. - 杜牧 - 꽃자루가 길다. : 벚꽃, 배꽃, 사과꽃, 자두꽃 - 꽃자루가 매우 짧다. : 매화, 살구꽃, 앵두꽃, 복숭아꽃개살구나무는 줄기에 두터운 코르크층이 잘 발달해 있다. 개살구나무로 만든 목탁은 그 소리가 맑고 은은하여 청아함이 뛰어나다고 한다. 개복숭아는 야생복숭아, 돌복숭아, 약복숭아라 불리며, 여러가지 탁월한 효능 때문에 약용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개살구와 개복숭아나무는 꽃과 열매가 아름다워 조경수로서의 가치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만개한 목련만큼 사람의 시선을 자극하는 꽃은 드물다. 마법 같은 꽃, 그 고결함과 높은 품격이 돋보인다. 목련은 1억 4천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해온 소중한 꽃이다. 천리포수목원은 700여 종의 목련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목련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라일락(수수꽃다리)의 향기는 참으로 강렬하다. 깊은 숨을 들이쉬게 하는 향기로운 향이나 허브의 향기는 어디에서 흘러나오나. 향기는 精油(에센셜 오일)에서 나온다고 한다. 정유는 식물의 꽃, 잎, 줄기 등에서 나는 향기가 강한 휘발성 기름이다. 수수꽃다리는 꽃이 마치 수수 꽃처럼 피어있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개회나무, 털개회나무와 같은 여섯에서 여덟 종의 형제 나무를 거느리고 있다. 이 식물들의 특징은 너무 닮아서 전문가가 아니면 분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옛사람들은 따로 구분하지 않고 정향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우리 자생종 수수꽃다리와 중국의 紫丁香 그리고 유럽의 라일락은 겉모습만 봐서는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자세히 보아도 구분하기 힘들다. 라일락은 뿌리 부근에서 새 가지(맹아지)가 나오는 분열 특성이 있지만, 수수꽃다리는 맹아가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열매로 염주를 만들 수 있는 나무를 보리수 나무라고 하는 경향이 있다. 피나무과에는 보리자나무, 찰피나무가 있고, 무환자나무과에는 모감주나무, 무환자나무가 있다. 인도 보리수와는 전혀 별개의 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보리수라는 이름의 네다섯 가지 나무에 대하여 각각의 정확한 명칭을 쓴다면 혼란을 줄일 수 있을 듯하다. 산에서 만나면 찰피나무, 사찰에서 만나면 보리자나무이다. 보리자나무는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절에 많이 심는다. 보리자나무를 절에서는 흔히 보리수라고 한다. 진관사, 선운사에도 심어져 있다. 법주사의 수령 500여 년 보리자나무, 괴산군 각연사의 수령 350년 보리자나무, 고성 옥천사 250년 찰피나무가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리수나무(뽕나무과)는 스리랑카, 스리 마하 보디사원에 있는 수령 약 2,300년 된 나무이다. 마침 집 밖에서 만난 초등 5학년 손녀와 함께 집 근처에 피어있는 꽃나무들을 구경하면서, 그들의 이름을 가르쳐주었다. 보랏빛 박태기꽃, 보리수나무, 라일락, 겹벚꽃, 살구꽃, 홍매, 철쭉, 조팝나무, 앵두나무, 새순이 돋은 느티나무 등 꽃과 나무들의 이름을 알게 되면, 앞으로 자연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지겠지. 향기와 추억은 연결되어 있다. 먼 훗날 손녀가 보리수나무와 라일락 향기를 맡게 되면, 지금의 할아버지를 기억하게 될까. '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가고도 남는다. ' 오월은 철쭉의 달이다. 곳곳에서 철쭉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철쭉은 전 세계적으로 3,000여 가지의 종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수종만 해도 300여 종이 넘는다고 한다. 영산홍은 일본에서 산철쭉을 개량한 원예종을 총칭한 것으로 왜철쭉이라고 부른다. 영산홍은 국가 표준 식물 목록에 학명의 異名이 25개나 나와 있을 만큼 많은 품종이 있어, 계통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영산홍 품종은 가장 많이 심는 조경수이며, 조경수의 15%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관상용 철쭉은 색깔에 따라 연보라색, 자주색의 자산홍, 자산홍보다 꽃의 크기가 좀 작은 진홍색의 영산홍, 그리고 백철쭉의 3종류로 나누며, 대개 이들을 함께 군식으로 섞어 심는다. 자산홍을 흔히 철쭉이라 부른다. 자색꽃이 1개월 이상 지속되어 조경용으로 최적이다. 지금 아파트 단지 내 풍경은 철쭉의 향연을 그린 한 폭의 수채화를 방불케한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길섶에는 노란 민들레가 지천이다. 잣나무그늘 얼룩진 땅에는 보랏빛 제비꽃(여러해살이)이 무리 지어 피어있고, 노란 애기똥풀(두해)이 더 큰 무리를 이루고 있다. 양지 녘에 여러해살이 풀꽃들이 활짝 피었다. 양지꽃, 뱀딸기꽃, 자홍색 꽃잔디(지면 패랭이꽃), 짙은 자주색 할미꽃은 전형적인 양지식물이다. 노란 유채꽃(두해)도 산책로 옆 사면에 한창이다. 작고 노란 풀꽃인 양지꽃과 뱀딸기꽃은 꽃과 잎의 생김이 비슷하고 꽃받침이 두 겹으로 되어 있다. 뱀딸기 꽃은 부꽃받침이 주꽃받침보다 크고, 부꽃받침들이 각각 세 갈레로 살짝 갈라져 있는 반면 양지꽃은 부꽃받침이 작고 뾰족하여 쉽게 구분이 된다. 뱀딸기 꽃이 특이하고, 예상보다 품위 있고 예쁘다. 관목인 매자나무, 화살나무, 사철나무에도 앙증맞은 꽃들이 무더기로 달려있다. 화살나무(홑잎 나무)는 가지에 화살 깃털을 닮은 회갈색의 코르크 날개를 달고 있다. 아파트 경계, 산책로 벚나무 아래 등에 생울타리용으로 많이 심어져 있다. 이른 봄에 햇순을 따는 여자들이 있었다. 햇순은 나물로 식용하며, 그늘에 말려 차로 먹어도 좋다고 한다. 최근 항암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가을에 붉게 물든 단풍은 꽃으로 착각할 정도로, 장하고 화려하다. 일본인들은 화살나무, 단풍나무 그리고 은방울꽃나무를 ' 세계 3대 단풍나무 ' 라고 부른다. 오월 초, 배나무와 아그배나무(사과꽃과 비슷)의 흰 꽃들이 지고 말았다. 흰 꽃들이 떨어져 눈처럼 하얗게 덮고 있다. 늦은 봄을 장식하는 참으로 매혹적인 나무들이다. 산사나무, 마가목, 팥배나무는 화사한 흰 꽃, 잎의 모양, 붉은 열매, 단풍이 모두 아름다워, 가히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산사나무는 한자이름인 山査木에서 따온 이름이며, 순우리말로 아가위 나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오월에 꽃이 피므로 Mayflower 라고 한다. 산사나무 잎은 단풍나무 잎을 닮았으며, 가장자리는 깃처럼 갈라지고, 밑부분은 더욱 깊게 갈라진다. 잎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마가목은 봄에 피어나는 새순이 하늘을 향해 기운차게 뻗어가는 모습을 보고 하늘의 정원수라 일컫기도 한다. 잎은 긴 타원형이며, 잎의 밑부분이 좌우 비대칭이고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겹톱니가 있다. 팥배나무는 열매가 팥알만큼 작고, 꽃은 배꽃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잎은 타원형이며,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잎에 규칙적인 물결 모양의 잎맥이 뚜렷하고, 잎의 뒷부분에 측맥이 돌출되어 한층 돋보인다. 장미과에 속하는 산사나무, 마가목, 팥배나무는 나뭇잎의 특징만 살펴보아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늦은 봄에서 초여름에 걸쳐 아주 작은 하얀 꽃들이 모여 우산모양을 이루며 소담하게 피어있다. 가막살나무는 ' 까마귀가 먹는 쌀 ' , 덜꿩나무는 ' 들꿩이 좋아한다. ' 고 해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덜꿩나무와 가막살나무는 꽃과 잎모양이 아주 유사하고, 높이 2~4m의 키 작은 나무로 수형도 비슷하여 구분하기 어렵다. - 덜꿩나무, 가막살나무 : 연복초과(인동과), 산분꽃나무속, 낙엽관목어떤 대상이든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게 되면, 이제껏 보이지 않았던 것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어린이날 연휴를 보낸 강원도 양양 법수치는 바람소리, 法水소리, 이따금 산새소리만 들리는 곳이다. 산은 침묵하며, 그 엄숙한 침묵만큼 울창한 밀림을 이루고 있다. 바람결 따라 산빛이 변한다. 은빛 꽃이 군락을 이룬 듯한 환상적인 광경이 연출된다. 산자락에 있는 네이처 펜션 주위에는 흰 민들레, 흰 미나리냉이, 노란 산괴불주머니가 자생하고 있고, 아름다운 주머니를 닮은 분홍색의 금낭화, 꽃받침은 보라색, 꽃잎은 연한 노란색인 매발톱꽃이 피어있었다. 탱자나무 울타리에는 흰 꽃들이 아기가 손발을 벌린 듯, 귀엽고 천진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탱자나무는 주로 영, 호남에 분포한다. 전국 최고령은 540년이 된 천안향교 탱자나무이다. 강화도가 탱자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선이라, 강화도 사기리와 갑곶리에 있는 약 400년이 된 탱자나무가 각각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마가목, 불두화, 으름덩굴 꽃들이 만개하였고, 개화하기 직전의 산사나무와 층층나무에는 흰 꽃봉오리가 우산살 꽃자루 위에 뭉치를 이루며 달려있다. 불두화와 나무수국의 하얀 꽃송이가 잘 구별되지 않는다. 나뭇잎을 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불두화의 잎은 세 갈래로 갈라져 있고, 나무수국은 잎이 타원형이다. 어름 덩굴은 야생 과일나무이다. 향토식물인 어름은 꽃과 열매가 특이하다. 큰 암꽃과 작은 수꽃이 한 그루에 핀다. 꽃잎은 없고 보라색의 꽃받침이 3장이며, 향기가 은은하다. 열매는 바나나맛이 나며, 익으면 가운데가 벌어진다. 조선 바나나라고 한다. 음나무는 엄나무라고 부르기도 하며, 새순은 개두릅이라고 한다. 이른 봄날 유난히 큰 새싹을 내민다. 새 가지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둘러싸고 있으며, 큰 잎은 단풍나무 잎모양과 거의 같다. 음나무는 장수하는 나무이다. 삼척 궁촌리 수명 1,000년 된 음나무, 청원군 공북리 700년 된 음나무가 천연기념물로 보존되고 있다. 손녀가 먼저 발견한 회색 구름 사이에 나타난 영롱한 무지개가 또한 자연이 준 기억에 남을 선물이 되었다. 숲에 있으면, 우리의 삶에 어떤 불행도 닥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맨땅에 발을 디딘 채 상쾌한 공기로 머리를 씻고, 무한한 공간을 올려다보면, 우리의 모든 비루한 이기심은 사라져버린다. 그곳에서 나는 투명한 눈동자가 되고, 無가 되어 모든 것을 본다. 우주적 존재의 흐름이 내 몸을 관통한다. 나는 신의 한 부분, 신의 한 조각임을 느낀다. - 에머슨, 신의 정원에서 |
첫댓글 지금 마치 tv 방송 " 영재발굴단 " 을 보고있는 느낌입니다 ! 정말 대단허십니다 !!!
정길이는 전문가가 되었네,
식물학 박사다.
아니, 만물박사다.
그리고, 석용태!
오랫만이구나.
잘 있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