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 순례 - 도장만 찍지 말고 신앙 선조들 믿음 마음에 새겨야
평화신문 [이땅에 평화 커버스토리], 2015, 9.13[1331호]
○ 「한국 천주교 성지 순례」는 성지 순례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은 성지’가 재조명되는 효과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순례의 진정한 의미를 모른 채 확인 도장을 찍기 위해 성지를 찾아다니는 ‘스탬프(도장) 순례자’를 양산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 스탬프 순례자 문제점 지적
지난 6월 수원교구 죽산성지에서 열린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 전국성지담당사목자회의에서는 스탬프 순례자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성지 순례보다 확인 도장을 우선으로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 한 사제는 “도착해서 단체 사진을 찍고 사무실에서 도장을 받은 후 바로 성지를 떠나는 이들도 있다”면서 “기도나 미사를 하지 않고 하루에 성지 네다섯 곳을 ‘순례’하는 게 적절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제는 “다른 일행은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한 사람이 「한국 천주교 성지 순례」 6권을 사무실에 들고 와 도장만 찍고 간 경우도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2. 순례가 야유회?
스탬프 순례자 문제가 전부가 아니다. 성지 순례를 마치 ‘야유회’, ‘단합 대회’로 생각하는 신자들도 있는 게 현실이다. 성지 안내 봉사자로 활동하는 한 신자는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지방 성지로 단체 순례를 갈 때 버스에 술을 싣고 가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성지 순례를 관광으로 생각하는 신자들이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 「한국 천주교 성지 순례」를 들고 국내 111개 성지를 네 번 완주한 김윤배(판크라시오, 75)씨는 “김범우 순교자(경남 밀양) 묘소를 순례하면서 기도를 하고 있는데, 묘소 바로 밑에서 단체 순례객들이 음식을 먹으며 큰소리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 적이 있다”면서 “심지어 순교성지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도 봤다”고 말했다.
○ 물론 일부 순례객의 사례겠지만 성지 순례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순례를 해야 하는지, 제대로 모르는 신자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최근 발간된 「한국 천주교 성지 순례」 개정판에 순례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넣었다. 적어도 30분 이상 성지에 머무르면서 순례를 하고, 기도를 바쳐달라는 내용이다. 밤늦은 시간이나 너무 이른 시간에 도장을 받기 위해 문을 두드리지 말아 달라는 부탁도 있다.
○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회에서 16년째 성지안내 봉사를 하고 있는 김영숙(리디아)씨는 “순례를 떠나기 전 준비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순례할 성지에서 현양하는 순교자의 삶, 한국교회 역사 등을 공부하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 김씨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성지 순례도 마찬가지”라며 “미리 공부하고, 성지에 가서 순례를 함께하는 사람들과 순교자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면 의미 있는 순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될 수 있는 대로 미사를 봉헌하고, 최소한 사도신경, 주모경, 성인 호칭 기도는 바쳤으면 한다.”고 권했다.
평화신문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 순례자들을 위한 조언
1. 순례 전 한국 교회사, 순교자(성지)에 대해 공부한다.
2. 단체 순례를 할 때는 성지로 가는 차 안에서 기도한다.
공부한 신자가 성지를 미리 안내해 주면 좋다.
3. 정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복장을 단정히 한다.
4. 성지에서는 잡담을 삼가고 한나절 가까이 머물면서 기도
(주모경, 사도신경, 성인 호칭 기도 등)를 바친다.
5. 순례 후에는 자신이 성지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되새겨본다.
6. 성지 미사를 봉헌하지 못했다면, 인근 성당ㆍ공소에서라도 미사를 봉헌한다.
7.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도 순례 여정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여흥을 즐기거나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첫댓글 와! 우리는 절대 그러지는안는데...덤으로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