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감정평가사 1차 경제학 시험 총평
조경국
먼저 수험생 여러분들께 그동안 1차 시험준비로 고생 많이 하셨고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합니다.
올해 경제학 시험은 그야말로 수리적·기하적 모형에 입각한 계산문제가 완벽하게 지배한 시험으로서 엄밀한 수리모형을 등한히 하고 암기에만 치중한 수험생들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올해 경제학 40문제 중 계산문제는 24문제로서 6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론형 말문제를 가장한 계산문제를 포함하면 25문제로서 62.5%의 비중이었습니다.
작년의 경우 경제학 40문제 중 계산문제는 12문제로서 30%의 비중을 차지하였습니다.
올해 시험에서 계산문제의 비중이 무려 2배 넘게 증가하면서 많은 수험생들이 문제풀이에 시간적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며 이로 인해서 문제의 실제난도보다 시험장에서 시간제약하에서 직접 느끼는 체감 난도는 훨씬 높았을 것입니다.
올해 시험은 매우 단순한 이론형 말문제·계산문제는 상당부분 배제되었으며 대신에 수리모형에 입각해서 주요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나아가 이를 응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묻고 있는 세련된 문제가 다수였습니다.
따라서 올해의 경우 경제학 시험을 준비하면서 원칙에 입각하여 논리적·수리적·기하적 모형의 삼위일체를 정석적으로 공부한 수험생들과 그렇지 않고 대충 기출문제의 선지를 암기하고 얄팍한 스킬에 의존한 수험생들 간에 점수 편차는 매우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각론별로 출제비중을 살펴보면 미시경제파트에서 20문제, 거시경제파트에서 17문제, 국제경제파트에서 3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첫째, 미시경제파트의 경우, 20문제 중에서 수요공급이론 3문제, 소비이론 4문제, 생산이론 5문제, 시장이론 4문제로서 미시경제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초가 되는 파트에서 16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강의시간에 늘 중요하다고 강조한 부분인 미시 2,3,4,5장(조경국 경제학교재 기준)에서 미시 20문제 중 16문제, 80퍼센트가 출제되었습니다.
미시경제학의 주요이론 중 경제학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소비이론파트는 4문제로서 꾸준히 출제되고 있습니다. 소비이론에서는 변형된 효용함수가 출제되었는데, 이는 수업시간에 강조드린대로 문제의 난도를 올리기 위해서 효용함수를 어떻게 변형해서 포장하고 이를 해체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었다면 매우 쉬운 문제였습니다.
올해는 생산이론과 시장이론에서 무려 9문제가 출제되었고 특히 생산이론에서는 가장 중요한 쌍대성 문제가 올해도 빠짐없이 출제되었습니다.
특기할만한 것으로는 시장이론에서 독점에 대한 다양한 규제가 동일한 이슈로 2문제나 출제되었는데 추측컨대 미시경제-산업조직론-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전문성을 가진 분께서 출제위원으로 위촉된 것으로 보입니다.
생산요소시장의 경우 1문제가 출제되었으며 대부분의 수험생이 어려워하는 요소수요독점 문제가 간단한 계산형 문제로 출제되었습니다. 작년의 경우 요소수요독점 문제가 이론형 말문제 형태로 1문제 출제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균형-효율-후생이론은 복잡한 모형이나 계산없이도 기초적인 개념 정도만 숙지하면 풀 수 있는 수준으로 2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시장실패파트의 경우 공공재나 외부성의 본격적인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고 단지 시장실패의 원인을 묻는 총론적인 문제만 출제되었습니다.
둘째, 거시경제파트의 경우, 17문제 중에서 고전학파-케인즈 2문제, IS-LM 4문제, 실업과 인플레이션 2문제, 경제성장론 2문제로서 거시경제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초가 되는 파트에서 10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강의시간에 늘 중요하다고 강조한 부분인 거시 2,3,4,5,9장(조경국 경제학교재 기준)에서 거시 17문제 중 10문제, 59%가 출제되었습니다.
거시경제파트에서 특기할 만한 사항으로는 예년과 달리 17문제 중에서 계산문제의 비중이 12문제로서 무려 71%를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거시를 주로 이론형 말문제 중심으로만 대비한 수험생의 경우 매우 고전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많은 수험생들이 케인즈모형과 제대로 구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고전학파모형 문제가 계산형 문제로 출제되었습니다. 정부지출의 변화가 이자율과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인 수치로 구해내야 하는 문제로서 기존의 이론형 말문제 뿐만 아니라 수리모형에 대한 대비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IS-LM모형에서는 작년의 5문제에 이어서 올해도 4문제나 출제되었습니다. IS-LM모형에서 가장 중요한 유형으로 늘상 강조했던 균형의 도출, 균형의 변화, 이에 대한 역산이 그대로 계산문제 3문제로 출제되었습니다. IS-LM모형은 케인즈 단순모형에서 도출됨과 동시에 AD-AS모형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케인즈모형, IS-LM모형, AD-AS모형 3개의 파트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앞으로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실업-인플레 파트에서 출제된 실업률의 측정 문제는 기존의 천편일률적이었던 단순 계산수준을 넘어서 실업률의 개념을 정확하게 적용하고 응용해야 하는 문제로서 실업률의 사각형 frame을 활용했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GDP와 물가의 측정 파트에서는 일부 아쉽게도 선지에 약간 불명확한 점들이 있어서 수험생들이 혼동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다른 선지가 매우 명확해서 답을 고르는데는 지장이 없었겠으나 일부 수험생의 경우 불명확한 선지로 인해서 당황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정책 파트의 경우 출제위원이 최적정책의 비일관성을 묻고 싶지만, 아직 그 정도 수준까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래 계속 출제되는 것이 손실함수라고 출제의도를 분석해 드린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올해도 손실함수의 기초적인 문제가 출제되었으며 이는 미시에서 배운 최적화 모형을 통해서 쉽게 구해낼 수 있었습니다.
경제성장론의 경우 평이하게 출제되었으며 여전히 솔로우 성장이론의 전형적인 개념과 모형이 주로 빈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균제상태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서 균제상태로의 조정과정이 출제되었으며 매우 바람직한 출제경향으로 보입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경제성장론의 수리적·기하적 접근을 어려워해서 버리고 가는 경향이 있는데 기본적인 내용만 숙지하더라도 일정점수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챙겨가시기를 권합니다.
셋째, 국제경제파트의 경우, 국제무역론에서는 출제되지 않았고 국제금융론에서만 3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작년의 경우 무역론 1문제, 금융론1문제, 총 2문제가 출제되었고 너무나도 평이한 나머지 어찌보면 수준 미달의 문제였는데 올해의 경우 기본이론을 숙지하고 나아가 응용까지 요하는 난도로 출제되었습니다.
환율문제 중 구매력 평가설의 경우 단순암기로는 접근이 어려웠으며 모형의 수리적 접근과 엄밀한 논리적 추론과정을 통한 이해가 필요한 문제였습니다.
또 하나의 환율문제 중 피구방정식, 구매력 평가설, 이자율 평가설을 모두 적용하는 문제는 양국의 실질이자율이 같아진다는 결론을 숙지하시라고 항상 말씀드렸던 것으로서 쉽게 풀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작년까지는 국제경제파트에서 어려운 문제가 나온 경우는 매우 드물었지만 올해부터는 문항수도 늘고 난도도 점차 오르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국제경제파트에 대한 보다 전향적인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끝으로 수험생분들께 간단한 당부를 드리며 총평을 마칩니다.
모든 수험공부가 그렇겠지만 특히나 경제학은 기초를 탄탄히 다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초를 정립하지 않고서는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과목 특성이 매우 강합니다. 올해 시험을 통해서도 미시와 거시 모두 가장 중요하고 기초가 되는 파트에서 미시문제의 80퍼센트, 거시문제의 59퍼센트가 출제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초파트를 먼저 정복하는 것이 면과락과 고득점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명심하고 기초이론의 체계적인 이해에 힘을 쏟으시길 바랍니다. 이해없는 맹목적 암기와 얄팍한 스킬은 경제학 실력향상과 합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경제학은 누구에게나 매우 어려운 과목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분량도 매우 방대합니다. 이로 인해 많은 수험생들이 전략적으로 일부 파트 예를 들면 생산요소시장이론, 균형-효율-후생이론, 경제성장론, 국제경제학 등을 소위 가성비가 안좋다는 이유로 공부하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해당 파트는 쉬운 문제가 출제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기본적인 개념과 모형만 숙지하더라도 어느 정도 풀어낼 수 있습니다. 출제경향을 살펴보면 해당 파트는 수험생들의 일반적인 편견과는 달리 매우 가성비가 좋은 파트이므로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챙겨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