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개신교의 배교
신국주의 사상은 한국에 수출되기 전 이미 일본개신교를 초토화시키고, 완전항복을 받아낸 마귀적 국가관·종교관이다. 한국이 신사참배를 하기 전에 이미 일본개신교는 이 신국주의를 수용하고 현인신(顯人神)인 천황에게 경배하고 신사참배의 박해에 굴복을 하였다. 일본의 개신교도들은 성경을 통해서 확실한 신앙을 소유하고 진실한 신앙고백을 하기도 전에 이미 엄청난 영적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연약한 신자들이 감당 못할 시험을 당했다는 해석을 제기하면서 불가항력(不可抗力)이라고 변명하는 주장들이 있을 수 있으나, 성경적 근거가 약하다. 야고보서1:13에 의하면, ‘사람이 시험을 받을 때에 내가 하나님께 시험을 받는다 하지 말지니 하나님은 악에게 시험을 받지도 아니하시고 친히 아무도 시험하지 아니하시느니라!’고 하셨고, 고린도전서10:13은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 하셨다. 하나님이 주신 시험이 아니라면 궁극적으로는 마귀, 직접적으로는 세상과 인간의 제도(신국주의와 신사참배 등)를 동원하여 시험하는 것이니 그 정체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릴 필요가 없고,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당시 일본과 한국개신교는 배교의 핑계를 대거나 배교강요를 애써 모르는 척 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이지(明治)정부의 종교정책은 이중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왕정이 복고되자 신기관(神祇官)을 부활하여 제정일치를 목표로 하는 신도(神道) 국교화 정책을 내세고 신불분리(神佛分離)와 기독교 금지를 명하였다. 그러나 서양열강의 반대로 1873년 기독교금지는 해제되고 신교의 자유보장이라는 근대국가의 원칙이 수용되었다. 신기관(댓글1)에 의한 신도국교화 정책은 불교 측의 반대와 신도 내부의 역량 미흡으로 인해서 좌절되고 ‘국민교화정책’으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신사신도에서 종교성을 없애버리고 황실신도와 융합시키는 것으로 말미암아 국가신도가 형성되었다. 이로써 국가(國家)신도와 신사(神社)신도로 분리시키는 정책이 확립된 것이었다(댓글2). 그런데 신도(神道)에서 종교성을 없애니 오히려 천황을 직접숭배 하는 더욱 강력한 국가적 종교성이 확보되는 기현상(奇現象)이 발생한다. 이는 신국주의와 신도(神道)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다.
신사참배와 관련한 많은 선행연구들은 위 사실을 조금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종교로서의 신도가 아니라, 국민의례 또는 국가종교가 된 신도가 오히려 종교성이 강해지고, 천황이 제정일치의 제사장이 아니라, 제사와 경배의 대상인 신 - 즉 우상(偶像) - 이 된다는 사실을 잘 파악해야 한다. 여기에 일본 신사참배의 비밀이 숨어 있다. 다른 모든 신비주의나 사이비종교와 달리 ‘근대화’의 ‘문명성’, ‘물리력’, ‘정치제도’와 ‘우상숭배’가 교묘히 화학적 결합을 하여서 가장 강력한 시스템의 우상숭배 제도가 시행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김일성 우상숭배가 북한의 헌법으로 명시되지는 않았다. 이슬람의 칼을 통한 강제선교도 마호메트를 신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신국주의의 일본천황은 근대법이 헌법으로 명시한 신, 문명이 발달하고 세계를 두렵게 만들 정도의 국력을 가진 근대국가가 최고상위법인 헌법으로 ‘천황은 인간이 아니라 경배의 대상이 신이다.’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일본 신국주의와 신도(神道)의 묘한 비밀이 숨어있다. |
신사는 종교가 아니라는 명분 아래 천황제에 포섭된 형식으로 신교의 자유와 정교분리가 인정된 것(댓글3)은, 교회사에서 가톨릭·성공회 등 어떠한 박해자도 도입하지 않았던 매우 교활하고 효과적인 배교강요 책략이다. 이러한 마귀적 종교정책은 중세나 고대가 아닌 근대화 선진국인 일본국에서 헌법으로 명시되었다.
“1889년 대일본제국헌법은 만세일계(萬世一系)의 천황의 통치(제1조)와 천황의 신성불가침(제3조) 명시하는 것으로 말미암아 명치국가의 종교성을 표명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신교의 자유(제2장 28조)를 보장한다는 양면성과 모순을 내포하는 결과로 나타났다.”(댓글4) |
일본의 천황은 미개국의 사이비종교가 아닌 근대국가의 최고법에 의하여 신성불가침의 존재, 즉 신인(神人)으로 종교와 숭배의 대상이 된 것이다. 천황경배를 종교로 인식하고 거부하는 자에게는 비(非)종교의 국민의례라고 합리화하고, 이를 종교로 정확히 이해한 자에게는 여느 종교보다 더 확실한 순종을 요구하고 배교를 강요하는 기가 막힌 종교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첫댓글 댓글1
신기관(일본어: 神祇官 진기칸[*])은 일본의 고대 율령제의 국가 기관 중 하나이다. 고대 기록에서만 나타나다가 메이지 시대에 다시금 설치되었다. 신기관의 "신기"(神祇)는 천신지기(天神地祇)를 줄인 것으로서, 하늘과 땅의 신을 뜻한다. 고대 율령제에서의 신기관은 제사를 담당하는 기관이었다.
https://ko.wikipedia.org/wiki/%EC%8B%A0%EA%B8%B0%EA%B4%80
고대국가의 종교직분인 신기관을 현대국가에 부횔시켰다는 것이 참 기이합니다.ㅠㅠ
@노베 공감합니다.
댓글2
구라타 마사히코, 「일제의 한국기독교 탄압사」(기독교문사, 1991), 32-33.
댓글3
村上重良, 「天皇制國家と宗敎」, 80-81. : 구라타 마사히코, 「일제의 한국기독교 탄압사」, 33. 재인용.
댓글4
村上重良, 「天皇制國家と宗敎」, 126-127. : 구라타 마사히코, 「일제의 한국기독교 탄압사」, 33. 재인용.
구라타 마시히코님은 일본인데도 신사참배 연구를 정직하게 하신 것 같습니다.
이전 회차를 찾기 쉽게 링크합니다.
신국주의 굴복한 일본개신교 1 -- https://cafe.daum.net/1107/Y4PR/37
신국주의에 굴복한 일본개신교 2 -- https://cafe.daum.net/1107/Y4PR/39
신사참배를 한 분들에게 무안을 줄 성구를 저도 제시합니다.
야고보서 2:26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
명심하겠습니다.
단순한 국민의례라고 해도 그 안에 이미 우상숭배적 요소가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대교회 때 로마 황제 숭배의식이 기독교인들을 괴롭혔습니다. 사도들도 이를 우상숭배로 보았고, 신실한 기독교인들은 기꺼이 죽음을 맞이하곤 하였습니다.
일본 신국주의를 보면 로마 정부가 기독교를 국교로 수용하면서 로마 가톨릭교회라는 괴물이 탄생한 것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일본 민족성의 부정적 단면을 교활하고 야비한 것으로 보아 왔었는데, 일본 제국주의 하에서의 행태가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좋은 내용의 댓글에 공감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