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명 승찬대사 / 보우스님 역
1.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음이요 오직 간택함을 꺼릴 뿐이니
미워하고 사랑하지만 않으면 통연히 명백하니라
털끝만큼이라도 차이가 있으면 하늘과 땅 사이로 벌어지나니
도가 앞에 나타나길 바라거든 따름과 거슬림을 두지 말라
5.어긋남과 따름이 서로 다툼은 이는 마음의 병이 됨이니
현묘한 뜻은 알지 못하고 공연히 생각만 고요히 하려 하도다
둥글기가 큰 허공과 같아서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거늘
취하고 버림으로 말미암아 그 까닭에 여여하지 못하도다
세간의 인연도 따라가지 말고 출세간의 법에도 머물지 말라
10.
한가지를 바로 지나면 사라져 저절로 다하리라
움직임을 그쳐 그침에 돌아가면 그침이 다시 큰 움직임이 되나니
오직 양변에 머물러 있거니 어찌 한 가지임을 알 건가
한 가지에 통하지 못하면 양쪽 다 공덕을 잃으리니
있음을 버리면 있음에 빠지고 공함을 따르면 공함을 등지느니라
15,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더욱 더 상응치 못함이요
말이 끊어지고 생각이 끊어지면 통하지 않는 곳이 없느니라
근본으로 돌아가면 뜻을 얻고 비춤을 따르면 종취를 잃나니
잠깐 사이에 돌이켜 비춰 보면 앞의 공함보다 뛰어남이라
앞의 공함이 전변함은 모두 망견 때문이니
20
참됨을 구하려 하지 말고 오직 망령된 견해만 쉴지니라
두 견해에 머물지 말고 삼가 쫒아가 찾지 말라
잠깐이라도 시비를 일으키면 어지러이 본 마음을 잃으리라
둘은 하나로 말미암아 있음이니 하나마저도 지키지 말라
한마음이 나지 않으면 만법이 허물 없느니라
25,허물이 없으면 법도 없고 나지 않으면 마음이랄 것도 없음이라
주관은 객관을 따라 소멸하고 객관은 주관을 따라 잠겨서
객관은 주관으로 말미암아 객관이요 주관은 객관으로 말미암아 주관이니
양단을 알고자 할진댄 원래 하나의 공이니라
하나의 공은 양단과 같아서 삼라만상을 함께 다 포함하여
30.
세밀하고 거칠음을 보지 못하거니 어찌 치우침이 있겠는가
대도는 본체가 넓어서 쉬움도 없고 어려움도 없거늘
좁은 견해로 여우같은 의심을 내어 서두를수록 더욱 더디어지도다
집착하면 법도를 잃음이라 반드시 삿된 길로 들어가고
놓아 버리면 자연히 본래로 되어 본체는 가거나 머물름이 없도다
35,자성에 맡기면 도에 합하여 소요하여 번뇌가 끊기고
생각에 얽매이면 참됨에 어긋나서 혼침함이 좋지 않느니라
좋지 않으면 신기를 괴롭히거늘 어찌 성기고 친함을 쓸 건가
일승으로 나아가고자 하거든 육진을 미워하지 말라
육진을 미워하지 않으면 도리어 정각과 동일함이라
지혜로운 이는 함이 없거늘
40.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얽매이도다
법은 다른 법이 없거늘 망령되이 스스로 애착하여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쓰니 어찌 크게 그릇됨이 아니랴
미혹하면 고요함과 어지러움이 생기고 깨치면 좋음과 미움이 없거니
모든 상대적인 두 견해는 자못 짐작하기 때문이로다
45;꿈속의 허깨비와 헛꽃을 어찌 애써 잡으려 하는가
얻고 잃음과 옳고 그름을 일시에 놓아 버려라
눈에 만약 졸음이 없으면 모든 꿈 저절로 없어지고
마음이 다르지 않으면 만법이 한결같느니라
한결같음은 본체가 현묘하여 올연히 인연을 잊어서
50,
만법이 다 현전함에 돌아감이 자연스럽도다
그 까닭을 없이 하여 견주어 비할 바가 없음이라
그치면서 움직이니 움직임이 없고 움직이면서 그치니 그침이 없나니
둘이 이미 이루어지지 못하거니 하나인들 어찌 있을 건가
구경하고 궁극하여 일정한 법칙이 있지 않음이요
55,마음에 계합하여 평등케 되어 짓고 짓는 바가 함께 쉬도다
56.여우같은 의심이 다하여 맑아지면 바름 믿음이 고루 발라지며
57.일체가 머물지 아니하여 기억할 아무것도 없도다
58.허허로이 밝아 스스로 비추나니 애써 마음 쓸 일 아니로다
59.생각으로 헤아릴 곳 아님이라 의식과 망정으로 측량키 어렵도다
60.바로 깨친 진여의 법계에는 남도 없고 나도 없음이라
61.재빨리 상응코자 하거든 둘 아님을 말할 뿐이로다
62.둘 아님은 모두가 같아서 포용하지 않음이 없나니
63.시방의 지혜로운 이들은 모두 이 종취로 들어옴이라
64.종취란 짧거나 긴 것이 아니 한 생각이 만년이요
65.있거나 있지 않음이 없어서 시방이 바로 눈앞이로다
66.지극히 작은 것이 큰 것과 같아서 상대적인 경계 모두 끊어지고
67.지극히 큰 것은 작은 것과 같아서 그 끝과 겉을 볼 수 없음이라
68.있음이 곧 없음이요 없음이 곧 있음이니
69. 만약 이같지 않다면 반드시 지켜서는 안되느니라
70.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이니
71.다만 능히 이렇게만 된다면 마치지 못할까 뭘 걱정하랴
72.믿는 마음은 둘 아니요 둘 아님이 믿는 마음이니
73.언어의 길이 끊어져서 과거 미래 현재가 아니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