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초청여자농구대회를 관람하러 경남 사천에다녀왔다.
보는 이들은 별로 없었지만 중국 일본 태국 그리고 우리 여자 실업팀들이 참가하고 있다.
첫날 일본의 히타치 팀의 경기에서 벤치에 있는 스텝 한 명이 부지런히 노트북을 만지고 있었다.
궁금해서 하프타임에 가서 살펴 보았다. 경기기록과 간단하게 작전에 쓸 수 있는 자료가 저장됐다.
내용은 이렇다. 노트북에 경기 중 발생되는 개인의 기록과 슛의 시도 지점 등을 터치로 저장하게
해 준다. 이러면 이 기록은 엑셀파일로 자동 저장되어 보기 편하게 정리가 된다. 누구의 파울이 몇 개며 어느 지점에서 득점과 실점이 많이 일어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인가 하고 유심히 살펴보니 그 차원은 아니었다.
‘어디서 개발했느냐, 누가 만들었는지’를 물어보니 일본여자농구연맹에서 개발해서 보급하고 쓰고
있다는 것이다. IT는 우리나라가 강국이고 이 정도 소프트웨어는 우리나라 프로그램 개발자라면
‘새 발의 피’ 일 것이다. 자금 역시 우리나라 농구관련 단체가 뒤지진 않을 텐데 농구를 위한 사업은 일본이 한 발 앞서 있어 씁쓸하다.
이제 여자청소년 농구는 일본이 한국을 훨씬 앞선다고 한다. 왜 그런지는 설명을 더 이상 안 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농구코치를 위한 지원이 없어졌다. 80년 대에 있던
농구코치협회도 없어졌고 농구 강습회 책자는 물론 사업을 주관 할 단체도 없다. 협회나 프로연맹에서 초청하는 외국인코치 클리닉이 가끔 있을 뿐이다. 이제는 장기적인 계획이나 새로운 코치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상시화되어야 한다. 현역을 마친 은퇴하는 선수들이 지도자로서 길을 걷고 싶으면 선수 때 배운 경험이 전부다.
매년 4월 미국대학농구 4강전 파이널포가 열리면 미국농구코치협회(NABC)는 코치들을 위한 클리닉과 코치들을 위한 교육에 힘을 쏟는다. 좋은 선수들은 분명 좋은 코치가 만든다는 원칙에서다.
지난 월요일엔 코치들의 아버지 존 우든 전 UCLA감독이 타계하셨다. 탁월한 성적도 냈지만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아낌없이 글로 남겨 물려주신 분이다.
켄터키대학의 존 칼리파리 감독은 트위터에서 ‘어느 종목의 지도자를 막라해 가장 뛰어난 코치이며 리더였다’라고 표현한다.
농구코치는 치열한 생존경쟁과 승부의 세계에서 터득한 삶의 지혜와 인생의 가르침을 농구로부터
배울 수 있다. 그 만큼 그런 것들이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때문에 코치들에 대한 투자를 인색하게 하면 안 된다. 우리의 많은 선배들이 이루어냈던 업적들을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으면 한다. 단지 농구의 소프트웨어 뿐 만 아니라 한국의 존 우든 같은 선배님들의 업적을 물려받을 수 있는 투자를 했으면 한다.
추일승 (MBC ESPN 해설 / KBL 기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