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낚시 수준입니다.ㅋ
끝까지 읽으시고 댓글 좀 팍팍 달아 주세요.
지난 3일간 통역을 하면서 느낀 점입니다.
일본어 공부하시는 분들에게 필요할 것 같아서요.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저는 통역이 전공이 아닙니다.(문학이 전공이예요)
일본 유학 당시 아르바이트로 법정통역인을 삼년 간 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자주는 아니지만
일년에 서너번은 회의 통역, 학술대회 통역등의 일을 해와서(보수가 아주 좋습니다^^:).....
나름 일본어 프로페셔널리스트라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일 동안의 통역은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형태의 통역이라...아주 힘들었습니다.
하루에 4인의 인터뷰를 3일 간 통역을 하는 건데요.
1인당 시간은 한시간 정도..1시간 동안 다섯 사람이 한 사람의 인터뷰 심사를 하는 겁니다.
제 역할은 누가 하는 말이던 모든 말을 일본어로 혹은 한국어로 동시통역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인 회사라 일본인 사장과 면접관은 일본어로 질문하고
한국인은 한국어로 질문과 대답을 하는 형태입니다.
쉬지 않고 혼자서 1시간 동안 일본어로 말했다가 한국어로 말했다가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면 일의 강도를 아시겠죠?
다양한 발음(전라도 사투리,경상도 사투리)을 가진 분들의..
긴장으로 인한 빠른 말을 자동으로 옮겨 내는 일은 상상 이상의 체력을 요구했습니다.
열두 사람 전부 종사하는 파트가 달라 전문 용어들도 다 달랐고요.
사전에 미리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첫 날 세 번째 사람 때는 진짜 통역하다가 토할 뻔 했습니다.
통역하다 현기증이 난 건 처음이었습니다.
체력적으로 무리한 일을 맡았다는 후회를 했지만..엎질러진 물이니...
먹을거 좀 달라고 해서 쉬는 시간 10분 동안 허겁지겁 먹고 네 번째 사람 통역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하루 경험해 보고 둘째 날은 공부도 보충하고...아침도 많이 먹고 먹을 것도 잔뜩 챙겨갔습니다.
통역은 무사히 했습니다만..
집으로 돌아오면서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저는 일을 하면 오히려 기분이 상쾌해지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편인데..
이번만은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혀 모르는 분야의 전문 용어이니 그 정도면 잘한거다...내가 못하면 아무도 못하는 일이다.(죄송~^^:)"고 생각해도...
영 기분이 그랬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저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통역은 단어를 번역해 주는 <자동 번역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전달하는 <전달자>인데....
공업 계열의 다양한 12분야 업종(제조, 구매, 전기, 기술, 품관, 품보 등등) 통역이다보니 ...
사전준비를 할 때 일본어에 대한 준비만 한 것입니다.
단어를 옮기는 준비만 해 갔기 때문에
이틀 동안 제가 한 통역은 <자동 번역기> 수준 정도의 통역이였던 겁니다.
그래서 저녁에 집에와서 마지막 네 사람 프로필을 들고 새로운 방법의 공부를 했습니다.
일본어는 생각하지 않고 그사람들이 하는 일을 이해하기 위해 노트를 펴고 정리를 했습니다.
고등학교 시험 준비 할 때 노트에 교과서 내용 정리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선 긋고 항목 별로 나누고 정리하니
신기하게도 사람들의 업무가 조금씩 파악 되었습니다.
시간은 엄청 걸렸지만요...
자동차부품 회사의 업무에 관해 궁금하시면 제게 물어보세요.
그 결과...세 째날도 힘들긴 마찬가지였지만 <전달자>의 통역을 할 수 있게 되어 만족스러웠습니다.
체력의 한계로 마지막 사람 통역은 다시 <번역기>통역이 되긴 했지만요.
너무 길어... 읽다 그만 두신 분 있을 것 같은데 이제 진짜 결론입니다.
일본어로 이야기 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단어를 일본어로 바꾸는 것이 회화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일본어로 하는 것이 회화이니..
일본인과 이야기 할때는 문법이나 문장구조 같은 것은 잊어버리고 ..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게 맞습니다.
그러면 문법이 틀려도 단어 발음이 좀 틀려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분명히 전달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인과 <말>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공부하는게..
일본어 회화의 지름길 아닐까요?
<ps> 가끔 제 경제사정을 걱정해 이번엔 제대로 받았냐고 묻는 분들이 계신데..
일이 일이었던 만큼 꽤 두둑하게 받았습니다.
자판기 커피라면 일년동안 팍~팍~쏠 수 있습니다.^^*
첫댓글 진짜로 엄청 고생하셨나보네요.^^* 센세~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저도 일본사람과 말을할때 문법이 틀리지 않을까? 문맥은 맞는 것인지? 생각하다보니 말끝이 흐려지고 자신이 안생기더군요. "하고싶은 이야기를 일본어로 하는것" 이 될수 있도록 이마까라 간바리마스~ 도우모 아리가또우고자이마스 ^^*
먼저 센세의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에 존경의 마음 금할 수 없군요. 저도 센세의 발뒷꿈치라도 따라갈 수있도록 더욱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고생하셨고 좋은 이야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왜 이러시남요? 저야 말로 윤사마의 노력에 언제나 감탄하고 있는걸요.
센세~수고하셨습니당..
회화를 하다 보면.. 문법에 맞춰서 하기가 어렵고.. 제가 아는 범위내에서...하다보면..
틀릴때도 많고.. 문장이 완성 되지 않아서 가끔..주눅들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못해도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자신감있게 할수있을꺼같네용~
세정아~~~ ㅋ 봄에는 진짜 열심히 할 것 같은 분위기네. 기대 만땅이다.^^*
구구절절 와닿습니다. 번역도 그렇고 통역도 그렇고, 결국은 한사람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100프로까진 아니더라도 99.99 퍼센트까지 전달하는게 좋은 번역이고 좋은 통역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을 배우는데 있어서 문화가 중요하고 때론 역사가 중요할때도, 그 말을 누가 쓰는가도 중요한거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댓글 좀 구걸했더니 다들 왜 이리 진지한 댓글을 다는지...ㅋ 잘지내지? 곧 개학이네.
고생하신 것보다 일의 열정에 새삼 머리가 숙여집니다.
소~~데스네~ 마다 니쥬~다이데스노데 데끼루닷또오모이마스!^^*
센세~타이로쿠가 회복되셨나보네요. 다행이네요 New가 번쩍이니... 너무 반갑습니다.^^*
타이료쿠는 아직 젠젠 회복 안되었구요. 집에서 조용히 자료 만들고 책읽고..안 믿기시겠지만 직접 요리해서 맛나게 먹는게ㅋㅋ 체 체력 회복 방법입니다.
드디어 다음주 월요일 입니다. 그때가지는 문제 없겠네요~~
이해가갑니다.자동차관련 제품생산공장이었던것 같네요.분야마다 주로사용하는 단어가 다를테니까요.
저는 직장다닐때 주로 공장용어만 사용을 많이해서 정반대현상이에요.문학적인 단어가나오면 영아니거든요.
더구나 옛날드라마같은데 나오는 단어들은 정말잘모를겠더라구요.공장에서 하는통역이라면 바쁘실때 절시키시죠^^*
자원봉사 해드리죠.^^*ㅋ
저는....'일을하면 오히려 기분이 상쾌해지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쪽????' 여기서 바로 두손 들었습니다.
항상 많이 배웁니다.
너무 멋진 말입니다
회화는 단어를 일본어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말을 일본어로 하는 것
감동적인 글이었습니다
아 이글을 왜 7년이 넘어서야 보게되죠
그래서 일본어가 늘지 않았군요 ㅠㅠ
요새 좀 뜸 하시네요
잘 계시는지요^^*
여름은 잘 나고 계시는지요^^*
항상 건강 잘 챙기셔요
아~ 이글을 가을 문턱에서 읽게 되었군요. ^^ 덕분에 여름 잘 보내고 가을도 잘 보내고 있습니다.
아 저는 이글을 왜 이제야 읽고 있을까요? ㅠㅠ 다시 마음을 다잡고 노트에 작성해가면서 2002년도의 공부자세로 돌아가겠슴다^^ 교수님!! 정말 훌륭한 프로이십니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ㅋㅋㅋ
일본어 공부하는 데에 무척 큰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고맙습니다.
좋은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일본GO 카페를 나침반 삼아 일본어 공부 열심히 해 볼 작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언어를 이해해서 통역을 한다는것은 정말 어려운일 같습니다. 하나 하나의 상황을 설정해 놓고 공부하는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내용감사합니다
우리도 한자를 혼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