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문살(喪門煞)
2002년 초가을. 구 주민병원 장례예식장의 동료 상가에 문상
을 다녀온 시간이 저녁 9시 경. 잠을 자는 중 한 자정쯤은 되
었을까. 갑자기 온통 검은 옷을 입은 젊은 여자들(두 명 같기
도 하고 3명 같기도 하고)이
“나는 귀신이다”
하면서 차례로 내 몸 속으로 쑤욱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
러자 내 몸은 차가운 한기를 느끼며 깨어났는데 어찌나 추운
지 이불 속에서도 덜덜 떨게 되었다.
그로부터 이상한 공포심에 휩싸인 나는 여러 사람들 있는 곳
에 나가기가 싫고, 어쩌다 사람들에게 말이라도 하려면 말이
떨리고 불안증이 와서 입이 마르고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런 증상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하여 시시각각으로 증세가
도질 때는 누가 잡으러 올 것처럼 안절부절못하게 되며 가슴
이 터질 것 같이 중압감에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러다 집사람이 딸내미 혼사문제가 걱정이 되어, 마침 용하
다는 만신이에게 물어보려 간다는 사람을 따라 함께 갔다. 그
런데 거기서 무당이 느닷없이 우리 집사람을 보고
“당신 딸 문제보다 가장(家長) 상문살이 더 급하다”
라고 했다는 것이다.
내가 원체 식구에게 말을 하지 않고 혼자 앓고 있던 참이었
고 집사람도 그런 미신을 깊게 믿지 않는 터였으므로 바로
잊고 말았다.
한 4개월 정도를 나는 그렇게 버티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집사람에게 불안과 공포증을 이야기하였다. 그 때서야 집사
람이 무당 찾아갔던 일을 이야기하며 함께 무당을 찾아가보
자는 것이었다.
마음이 내키지 않아 이리 저리 미루다 너무도 격렬한 가슴
답답증에 금방 미칠 것 같이 되어 나도 모르게 차를 몰고
제천향교 앞 어느 무당을 찾아갔다.
막 방문을 들어서자마자 무당이 고함을 치는 것이 아닌가.
“아유 가슴이야. 당신 상문살 입었구나. 지독하게 입었네.
보통사람 같으면 벌써 죽었을텐데 워낙 신앙심이 깊어 죽음
만은 면했네.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위험하니 굿을 해야 해”
하는 것이었다.
이제 상문살 입은 것을 두 명의 무당에게서 똑같이 알게 되
었으므로 즉시 송화사에 가서 천도재를 올려 주었더니 가슴
답답하던 중압감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러나 강하게 받은 상문살이라 후유증이 아직까지 남아 있
어 여럿 앞에서 말을 할 때 입이 바작바작 마르는 증세에 시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