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희 시집 『내 말을 밀고 가면 너의 말이 따라오고』최근 출간 거울을 표절하다
그녀의 목소리를 베끼기 시작했어매끄러운 음절과 엇박자의 매력을 싱그러운 웃음소리도 자연스럽게 섞었지등 뒤의 배경이 아무래도 불안해서지나가는 구름과 저녁놀을 깔아뒀어흥겨운 배경음악에 오른손을 흔들었지누가 온 것 같은데 흔적 없는 마음의 창마스크로 가린 문장은 아무도 눈치 못 채어디서 왔는지 모를 찬바람만 떠돌았지내가 없는 표정과 출렁이는 분위기에사람들이 끝없이 박수를 보냈지이제야 거울 앞에서 네 얼굴의 나를 만나
배꼽의 둘레
내 울음의 뿌리가 어디인지 알았지
지하 방은 좁고 깊어 무엇도 닿지 않아
그림 속 낡은 둘레가깃발처럼 펄럭인다
색의 번진 표정은 도무지 알 수 없어
맨 먼저 닿은 단어를 빵 속에 섞는다
거울엔조각난 내가맞춰지는 중이야
중심이 된다는 건 외로운 일이지
왜 나는 흩어지면서 내면을 겉도는 걸까
모르는 울음의 거처를 내게 다시 묻는다
다시, 극락강역
내게서 벗어 난 길이 십일자로 누워 있다
첫눈이 내린 뒤 눈 속에서 치른 장례
앙상한 이목구비엔 서리가 내렸다
엇갈린 약속이 이토록 간절해서
미쳐 다 품지 못한 당신의 이야기
우리의 마지막 날은눈물처럼 흘렀다
생의 고랑은 넘어가는 낡고 늙은 그림자
맨발로 따라가다 뭉개진 그리움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철길을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