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7. 20
농구계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한동안 무소속이었던 전 데이원 선수들에게 소속팀이 생겼다. 하루빨리 거취가 해결되길 기대해왔는데, 소노인터내셔널에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함께 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급여도 제대로 받지 못했음에도 묵묵히 새 시즌을 준비해왔던 선수들에게 고생했다고 전하고 싶다. 지난 시즌 선수들의 플레이는 감동, 그 자체였다. 많은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왔던 그 플레이를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승기 매직’이라 불렸던 김승기 감독의 리더십도 다시 볼 수 있다. 그동안 한국프로농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공격적인, 혹은 극단적인 플레이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는데, 이번 시즌에는 또 어떤 카드를 꺼낼지 궁금하다. 힘든 일이 많았던 만큼, 이제는 더 좋은 일들만 일어나길 응원한다.
7월의 절반이 훌쩍 지나가고 이제는 많은 분들이 기다려왔던 국가대표 평가전이 다가왔다. 우리 대표팀은 7월 22일과 2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일본과 평가전을 갖는다.
지난해 6월, 무더위를 날려줬던 필리핀 평가전이 기억난다. 안양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웠던 팬들의 함성, 그리고 그 함성에 보답하기 위해 끝까지 멋진 플레이를 펼쳤던 선수들의 플레이가 눈에 선하다.
이번 평가전은 작년보다 더 무게감이 느껴진다. 상대가 일본이기 때문이다. 한일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은 선수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굉장히 중요한 경기인 만큼, 선수들이 느끼는 책임감도 남다를 것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일본팀들과 경기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일본 선수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다. 다만, 7월에는 선수들의 컨디션이 최상으로 올라오지 않았을 시기이기 때문에 다소 경기력이 떨어져 있을 수 있다.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가짐과 의지는 그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현역시절이 기억난다. 일본과는 연습경기도 참 많이 가져봤다. 앞선 움직임이 굉장히 빠르고 민첩했다. 우리와는 리듬이 좀 달랐기에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팀으로는 마치 기계가 움직이듯, 잘 짜인 틀에서 정확히 가져가는 움직임이 기억에 남았다. 이는 굉장한 장점이 되기도 했지만 때로는 다음 움직임이 예상됐기에 오히려 패스 길을 미리 계산하고 서있으면 일본 선수들이 고전했던 걸로 기억난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준결승 당시 우리는 일본을 상대로 지역방어를 사용해 효과를 본 적이 있다. 상대가 패스를 어디로 할지, 어떤 플레이를 할지 예상이 됐기에 상대를 더 괴롭힐 수 있었다.
사실 지역방어를 서는 입장에서는 상대가 지역방어를 어떻게 공략할지 대략적으로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팁을 주자면 수비가 예상하는 방향을 조금만 틀어서 공략한다면, 수월하게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하이포스트에 볼을 투입하는 것이 지역방어를 깨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배운다. 하지만 하이포스트에서 공을 잡는 선수는 4번이나 5번이 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공이 가운데 위치한다는 것이다. 드라이브 인을 해서 수비를 모을 수도 있고, 4번의 스크린을 받아서 가운데로 치고 들어가 수비를 끌어 모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수비는 공의 위치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3-2 지역방어를 공략할 때도 마찬가지다. 앞에 3명의 수비가 서게 되는데 공격이 그 수비 라인에 맞춰 3명이 서게 되면 수비를 편하게 해준다. 하지만 2명이 코너에, 2명이 로우포스트에 서게 되면 뒷선 2명이 이 4명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게 공격자를 우리가 배운 대로만 세워놓고 공격할 게 아니라 여러 창의성을 발휘한다면 수비의 수를 넘어설 수도 있기에 많은 연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시 일본과의 옛 기억을 되살려보자면, 일본은 슈터들의 움직임도 굉장히 좋았다.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고 슛 던질 때 밟는 스텝도 경쾌하고 빨랐다. 때문에 잠시라도 집중력을 잃으면 실점을 허용하곤 했다.
현재 한국농구에서 ‘명슈터’라 불렸던 선배들처럼 슛을 던지는 선수는 전성현 선수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스크린을 받아 45도에서 원 투 스텝을 정확히 밟고 흐트러짐 없이 던지는 선수는 잘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문경은 KBL 경기본부장께서 선수 시절 보여준 스텝이 최고라 생각이 든다. 굉장히 안정된 하체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든 흐트러짐 없이 던지는 3점슛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가드로서 패스할 맛이 났던 선수였다.
물론 우리 선수들이 그런 스텝으로 슛을 던지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하. 그저 예전 일본 선수들을 생각하다가 문경은 감독님이 생각났을 뿐이다.
나는 여전히 우리나라 남자 농구가 일본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격차가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굉장히 오랫동안 손발을 맞추며 대표팀이 운영이 된다. 그리고 많은 투자도 이루어지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 노력들이 우리나라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어쩌면 언젠가는 우리가 쫒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예전에도 일본 농구가 우리나라 턱 밑까지 쫒아 왔다고 얘기가 나올 때 우리 선수들은 더 힘을 모아 경기에 임했고, 지금도 일본과의 경기는 그 어떤 결승전 보다 큰 경기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한다.
곧 있을 일본과의 평가전은 어쩌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현 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 진천선수촌에서 땀 흘리면 이 평가전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이 어떤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을지 누구보다 잘 안다.
부담도 많이 되고 설레기도 하겠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팬분들이 대표팀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그리고 이번 평가전에서 꼭 우위에 있다는 것을 꼭 보여 줬으면 한다. 무엇보다 부상 없이 경기를 잘 마치기를 바란다.
김태술 / 전 프로눙구 선수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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