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2022년 2월까지 정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엔 도망으로 넘어온 제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나는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이 도망이 운명인 거겠지.
나와 맞는 주파수를 가진 제주.
나는 현재 이곳에서 미래를 그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22년 2월 13일 일요일, 오늘의 제주는 흐림을 유지하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제주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비 오는 날만큼 꺼려지는 것도 없을 것이다. 제주에 살고 있는 나조차도 비 오는 게 극도로 싫은데 여행자라면 어떻겠는가. 일 년에 몇 번 찾기 어려운 제주를 여행하는데 비가 온다면 필자가 겪는 스트레스보다 더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여행할 거라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여행을 멈출 수는 없는 법. 제주에는 비 올 때도 가기 좋은 여행지가 더러 있다. 나는 오늘 여러 실내 여행지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주에서 직접 운영하며 여러 신인 작가와 kim sou (김흥수) 작가의 컬렉션을 만날 수 있는 제주현대미술관. 그곳이 오늘 소개할 여행지다.
제주현대미술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저지14길 35
제주현대미술관은 위치해있는 장소마저 특별하다. 전국의 유명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저지예술마을에 위치하여 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작품들은 선보이는 곳이 바로 이곳 제주현대미술관이다. 이곳은 제주특별자치도의 독특한 문화예술실현의 일환으로 2007년 9월 1일에 개장되었으며, 문화예술과 자연의 아름다움으르 선사한다. 또한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의 적극적 참여와 관심을 통해 지연문화예술 진흥을 도모하고, 열린 공간으로 진 높은 문화예술 향유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KIM SOU, 김흥수의 작품
KIM SOU / 김흥수 작가
1919. 11, 17 - 2014. 06. 09 함경남도 함흥
음양 조형주의, 일명 '하모니즘'이라는 새로운 조형 방법론을 제시하며 새로운 방법론을 주창한 그는 한국의 현대미술계는 물론 세계 미술계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은 한국현대미술 1세대 작가이다. 인생의 전반기에 일제강점기와 광복, 전쟁과 피난이라는 질곡의 한국현대사를 겪었지만, 예술에 대한 열망과 의지를 꺾지 않고 일본, 프랑스, 미국으로 유학과 국내외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이어가 꽃을 피웠다. 그는 1977년 '하나의 화면에 구상과 추상이라는 이질적 화면의 공존'을 내세우는 하모니즘이라는 새로운 조형 방법론을 주창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06년 2월 김흥수는 제주특별자치도로 통합되기 이전 옛 북제주군에 작품 20점을 기증하였고, 이는 제주현대미술관 건립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제주현대미술관은 2007년 개관과 동시에 김흥수 상설전시를 운영해오고 있으며, 2022년 현재 국내 공립미술관으로서는 가장 많은 수의 김흥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제주현대미술관 여행기
비 내리는 제주
주말이면 대부분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나기에 오늘도 친구와의 여정을 기획했다. 하지만, 날씨는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 법. 오름을 오르려 했던 우리의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다. 그래서 무얼 하면 좋을까 계획을 하던 차에 실내 여행지로 눈길을 돌렸다. 어디를 가면 좋을지 고민을 한 우리는 미술관이라는 테마를 잡았고, 한 장소로 입을 모았다. 바로 '제주현대미술관'. 대부분의 미술관을 섭렵한 우리에게 현대미술관은 아직은 가보지 못한 공간이었고, 현대미술에 대해 조금씩 눈을 뜨고 있는 찰나라 더욱 가고 싶어졌다.
이해하는 게 맞아?
현대미술은 아직 내게는 어려운 영역이었다. 제주현대미술관의 작품들은 너무나도 좋았고, 영감을 떠올리게 할 만한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하기엔 어렵다. 그래서 나는 현대미술을 볼 때면 이런 마음으로 다가가곤 한다. "현대미술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자"라는 마음가짐. 그렇게 다가가면 한결 수월하다. 또 그렇게 다가가면 나도 모르게 이해를 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 방법을 현재까지 고수한다. 근데 이 감정을 친구도 느꼈나 보다. 친구는 내게 "야, 이거 이해되냐?"라고 물었고, 나는 위 방법대로 말했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여."
몇 개의 작품
김흥수 작가의 컬렉션을 보고 난 뒤, 2021 신소장품 전 '기꺼이 가까이' 전시가 되어있는 기획전시실로 이동했다. 이곳엔 내 눈을 사로잡는 몇 개의 작품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위 사진 중 가장 첫 번째 조형물이었다. 소 모양을 하고 있는데, 쭈구려 앉아있고, 손에는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다. 그 조형물의 작품은 '너는 늙어 봤느냐 Ⅳ'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 소개 글은 이러했다.
'이 작품은 사람들의 먹잇감으로 태어나 살다 가는 소의 이미지를 나타낸 것이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 속에서 소는 수명대로 살 수 없는 문명이지만 주름살과 약해진 치아를 보이며 웃고 있는 나이가 든 역설적 이미지로 형상화되었다. 동시대에 가장 고통받는 존재인 동물을 필두로, 사회 공동체 안에서 소외받는 모든 존재들이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받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흙을 손으로 빚어 만드는 핀칭 기법과 코일링, 속파기 기법이 병행된 도자조형 형식을 취한다.'
사실 나는 그저 보이는 작품의 형상에 더 눈이 갔다. 하지만, 소개 글을 읽으니 이 작품의 의미가 더해져 현대미술이 이런 재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신비하고, 흥미로운 것. 그게 나한텐 현대미술이었다.
야외 전시
현대미술관은 야외 전시장도 볼거리가 많았다. 기괴한 동물들이 모여있는 이곳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킬만한 것들이 즐비했다. 나는 그 모습이 꽤나 귀여워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는데, 친구는 징그럽다며 빨리 나가자 했다. 현대미술은 호불호가 강한 미술이라는 것을 이곳에서 깨닫게 되었다.
제주엔 이런 볼거리가 풍부한 실내 여행지가 많다. 만약 비가 온다면 좌절하지 말고 이런 흥미로운 여행지로 여행을 떠나보자 아마 꽤나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