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는 뜻의 라틴어 femina에서 유래. 남녀는 평등하므로 본질적으로 가치가 동등하다는 이념. 생물학적인 性으로 인한 모든 차별을 부정하며 남녀평등을 지지하는 믿음에 근거를 두고, 불평등하게 부여된 여성의 지위·역할에 변화를 일으키려는 여성운동이다.
페미니즘은 여성들의 권리회복을 위한 운동을 가리키는 말로 189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이나 관점, 세계관이나 이념이기도 하다.
여성억압의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고 여성해방을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페미니즘은 자유주의, 마르크스주의, 급진주의, 사회주의 등 여러 사상이나 이론에 의해 뒷받침되거나 더불어 발전했다. 1960년대부터 현대의 페미니즘을 지칭해 '여성해방운동'이라는 용어로 대체되어 쓰이기 시작했다.
페미니즘이 권리와 평등의 개념을 사용하여 사회를 정적으로 보는 관점이었다면 여성해방운동은 억압과 해방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사회를 더욱 역동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2. 페미니즘의 다각적 측면
·발생배경: 18세기말, 19세기초의 유럽은 신분제적 장애가 제거되는 과정에 있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농노의 권리를 박탈하였던 법적 장애가 점진적으로 제거되었고, 개인이 자유롭게 스스로의 직업을 선택하고 장래를 결정하고, 재산을 보유할 수 있는 기회도 허용되기 시작하였다.
지위 면에서 농노나 유대인들과 다를 바 없었던 여성들도 당연히 이러한 변화를 자신들에게까지 확장시키고자 하였다. 19세기초까지 여성들은 선거권·피선거권은 물론이고 공직에 참여할 수도 없었고 정치단체 가입이나 집회참여도 허용되지 않았다.
이런 전통적인 제약이 페미니즘 사상의 태동을 자극하였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산업화가 수반한 정치·사회적 변화가 페미니즘의 대두를 도왔는데, 우선 가족제도의 변화, 즉 여성이 가사노동과 생산노동을 동시에 수행하던 가내생산적 대가족제도가 소가족제도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노동에서 축출, 가정으로 밀폐되었던 중산층 여성의 반발이 그것이다.
그러나 더욱 본질적인 요인은 계급구조의 변화이다. 시민계급의 급속한 성장과 더불어 개인의 능력이 강조되었고 상업, 산업, 행정 분야에서 전문화가 진척되었다. 이것은 전문교육을 받을 기회가 허용되지 않던 중산층 여성의 지위를 급속히 하락시켰다. 페미니즘의 첫 함성이 중산층 여성으로부터 터져나온 것은 이런 까닭에서이다.
①자유주의 페미니즘: 페미니즘 사상의 최초의 지적인 자극제가 된 것은 '메리 월스톤크래프트'의 <<여성권리의 옹호>>라는 교육용 소책자였다. 이후 월스톤크래프트보다 더 깊은 인상을 전세계의 교육받은 여성들에게 남긴 사상가는 '존 스튜어트 밀'이었다.
그에 의해 씌어진 <<여성의 종속>>은 1869년에 출판된 이후 페미니스트들의 성서가 되었다. 밀은 여성의 해방이 구체적으로 여성에 대한 법적 불평등을 제거하고 모든 직업을 여성에게도 개방하고 이에 합당한 자질을 갖추도록 그들을 훈련 교육하고, 법률상 남편에게 용인되는 아내에 대한 지나친 권위를 제거하는 것을 통해 실현될 것으로 파악하였다.
초기 페미니스트들이 인간의 존엄, 자율성, 동등한 기회, 그리고 개인의 자유성취라는 자유주의 사상에 고무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닌 형식적 평등성의 한계를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유주의 아래에서 좋은 사회는 개개인에게 이성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고, 진리나 도덕성을 자율적으로 해석할 권리를 부여하고, 각자에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기에 국가는 야경국가의 성격을 가질 뿐이었다.
그러나 20세기에 이르러 국가의 성격이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자유방임적 자유주의와는 구별되는 신자유주의는 경제적 분배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복지국가 이론을 발전시켜갔다.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의 등장은 복지정책의 확장과 더불어 여성의 지휘향상에 어느 정도 기여하였다. 이제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여성들이 형식적인 평등에도 불구하고 성에 따른 차별을 받고 있음을 강조한다.
즉 이것은 개개인의 욕구, 이익, 능력에 관계없이 여성 일반에게 특정의 제약들이 부과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궁극적으로 여성들을 가정 밖의 공적 영역에 완전히 통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자유주의적 페미니즘 이론은 몇 가지 한계점을 지닌다. 정신과 육체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육체의 중요성을 경시하면서 이성이나 정신적 가치를 과도하게 주장하는 자유주의의 이원론은 '여성은 자연과 육체, 남성은 문명과 정신에 더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결론으로 유도되기가 십상이다.
더욱 본질적인 것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인간관이 여성평등의 철학과 양립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이다. 기회균등과 능력사회는 양립하기가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이 사상은 국가와의 관계설정에도 곤란에 부딪히게 된다.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여성억압을 가장 먼저 포착하여 쟁점화하였을 뿐 아니라, 경험적 차원에서 법적 제도적 관행적인 불평등을 해결하였다는 점에서 큰 역사적 공헌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성차별을 부분적인 제도, 관행상의 결함으로 파악할 뿐, 그것을 구조적인 시각에서 총체적으로 파악하는데는 실패하였다.
②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전통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여성문제를 보는 관점은 자유주의자들과는 사뭇 다르다. 전자는 인간을 합리적 행위자이기보다는 생물학적 種의 하나로 간주하고, 인간존재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이성이나 의식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고 본다. 여성억압도 생물학적 구조와 사회간의 변증법적인 상호작용, 즉 성별 노동분업이나 계급사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여성해방은 계급의 폐지, 즉 자본주의의 종식을 통해 달성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후기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자의 기본틀 안에서 분석을 시도하되, 문화, 이데올로기, 담론 등이 현대사회에 지니는 비중을 중요하게 여긴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는 기존의 마르크스주의자가 주로 연구해 온 여성노동 외에도 가족, 국가, 성, 가사노동 등에도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전통적인 견해의 도식적인 설명을 극복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마르크스주의 여성해방론의 주된 관심은 여전히 여성억압의 기원을 둘러싼 논의와(자본주의하의 여성억압과 관련된) 여성노동의 분석에 있다. 인간사회의 최초의 분업이라고 할 생물학적 차이에서 비롯된 성별 노동 분업이 사회적 분업으로 확대되자, 남성은 바깥일, 여성은 집안일이라는 공·사 영역의 분리로 고착되면서 거기에 차별성이 부여되었다.
가사노동은 가족의 구성원들이 다음날 건강한 노동력으로 다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재생산에 기여하나, 지불되지 않는 노동인만큼 남편의 임금지불에서 제외되고, 자본은 그만큼 이득을 보게 된다. 동시에 자본은 여성에게 가사노동 전담자라는 이유를 붙여 다시 여성노동을 남성의 절반가격으로 활용함으로써 이중의 이득을 취한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속에서 다양한 분석과 대안이 펼쳐지기는 하지만 대체로 그것은 가사노동의 사회화, 여성의 생산노동 참여와 그 내부에서의 평등성 확보, 경제적 단위로서의 일부일처제 폐지를 지향한다. 그러나 이런 요구들은 자본제 아래에서는 달성될 수 없기 때문에 마르크스주의 여성해방론은 궁극적으로는 사적소유나 계급제도의 폐기를 지향한다. 그런 점에서 그 논의는 다양화 될지라도 마르크스주의 여성해방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목표로 하는 법적 평등이나 정치적 권리의 확장이라는 단편적인 문제해결방식을 지양하고, 여성억압을 구조적인 차원에서 접근, 총체적인 분석을 시도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재생산이나 성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제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재생산에 대한 여성노동의 사회적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그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결여하고 있다.
또한 생명생산이라는 성분업을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자연적 고정적 과정으로 이해함으로써 성별분업의 폐지 가능성을 사실상 포기하였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르크스주의 여성해방론이 원론을 반복하면서, 급변하는 세계현실에 부응하는 구체적 대안을 제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③급진적 페미니즘: 급진적 페미니즘은 1960년대말 나우·신좌파·민권, 그리고 반전운동에서 갈라져나와 여성차별에 근원적으로 저항하고자 하는 중산층 백인여성의 소집단에서 출발하였다. 이들에게 '급진적'이라는 용어는 여성억압의 뿌리에 해당하는 원인찾기와 여성억압이 모든 억압의 뿌리라는 두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급진적 페미니스트에게서 여성억압은 가장 근원적인 억압의 형태이고, 그 근저에 놓인 것은 어떤 특정한 계급이나 사회세력이 아니라, 바로 남성집단의 여성지배 욕구였다. 남성에 의한 여성지배체제를 급진적 여성해방론자들은 가부장제라 불렀다. 이 가부장제야말로 총체적인 지배체제인데, 왜냐하면 제국주의, 인종차별주의, 계급사회를 통해 일군의 남성들이 서로를 지배하기를 시도하지만, 이들 모두는 특징적 형태의 억압으로 고통 당하는 모든 여성을 지배하려 하기 때문이다.
급진적 페미니즘의 여성억압에 대한 비판이 내밀한 관계에서의 성적지배에 집중하다 보니, 사회변화를 위한 그들의 대안모색은 공적, 정치적 영역보다는 흔히 말하는 사적 세계의 재조직화에 집중되었다. 장기적인 목표로 여성 자신의 문화에 기초한 새로운 가치, 새로운 사회를 창조할 것을 주장한다. 이런 목표아래 억압당하는 집단으로서의 열등감을 극복하고, 여성의 단결력을 회복하기 위해 분리주의를 내세웠다.
'여성은 근본적으로 남성과 다르고, 여성의 문화적인 행동·체험·가치체계 또한 지배적인 가부장제 문화와는 조화를 이룰 수 없다'는 문화적 분리주의를 고집한다. 분리된 여성공동체의 설립 외에도 이들은 내밀한 관계에서의 분리주의, 즉 레즈비어니즘을 내세운다.
그들에게 결혼은 여성을 억압하는 원초적 기구이다. 그러나 결혼제도보다 더 확고한 것은 이성간의 성관계이다. 이는 각 여성을 남성에게 고착시키고, 가부장제는 이를 문화적 규범으로 제도화하기 때문이다. 레즈비어니즘을 통해서만이 여성은 성행위에서 자기결단을 할 수 있고 그래서 이것은 여성해방의 열쇠로 받아들여졌다.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급진적 여성해방론은 사적인 세계나 여성의 몸에 관심을 갖고, 이를 정치적 지배관계의 영역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뛰어난 공헌을 하였다. 또한 급진적 여성해방론이 여성억압에 작용하는 심리적 기제를 구명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이 과정을 통해 급진적 페미니즘은 남성지배가 얼마나 뿌리깊고,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까지 침윤되어 있는가를 성공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급진적 페미니즘은 그 성격이 공상적이고, 이론적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그것은 스스로 이론 자체를 배격하고 단순한 행동주의를 주장하다 보니 가부장제를 관통하는 원리를 제공하지도 못하고, 여성의 상황에 대한 체계적 이해도 결여하고 있다. 자본주의 아래서 여성공간의 대중적 확산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므로 분리주의로 대변되듯 남성과의 협력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으로 성차별 없는 사회로의 이행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급진적 페미니즘이 여성간의 단결력을 높이고, 여성만의 저변문화를 형성, 확대하는 데에 기여하였으나, 동시에 여성운등을 비정치화하는데에도 일조를 하였다.
④사회주의 페미니즘: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급진적 페미니즘과 마르크스주의의 통찰을 종합하는 동시에 두 입장의 문제점을 극복할 정치이론과 실천운동의 개발을 모색하려는 시도이다.
전통적인 마르크시즘이 여성해방을 위한 투쟁을 계급투쟁에 종속시키고, 반면에 급진적 페미니즘은 여성해방을 위한 투쟁을 모든 종류의 투쟁에 선행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면,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자본주의·남성지배·인종차별·제국주의 등을 분리할 수 없을 만큼 착종되어 있는 문제라 파악하고, 자본주의체제와 남성지배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위해서는 이들 사이의 긴밀한 관계에 주목할 것을 요구하였다.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그 내부에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여성억압의 근원을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에서 찾는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그래서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여성해방의 전제조건들이 마련되나, 그 자체가 여성해방은 아니므로 성별분업과 가부장제의 철폐를 위해 별도의 혁명이 수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들의 실천운동은 한편으로는 사회주의적 변혁을 지향하여, 기존의 계급별 운동이나 사회운동과 연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모든 계급여성을 망라하는 여성들만의 독자적인 조직을 고집한다. 구체적으로 여성에게 부여된 생물학적 한계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공동체에 의한 출산과 양육의 부담 외에도,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성적 자유의 실현, 정신·육체 노동의 차별화와 성별 분업의 극복, 여성노동자들의 독자적인 조직화를 요구한다.
총체적으로 평가하자면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급진적 페미니즘과 전통적 마르크스주의 여성관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여성억압과 사회문제를 종합적으로 고찰함으로써 여느 여성해방이론보다도 포괄적인 설명틀을 제시한 점에서 큰 이론적 공헌을 하였다.
그러나 이 이론은 자본제 분석과 가부장제 분석을 기계적으로 결합하는 절충론적인 면모를 극복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계급적 불평등이 상당히 완화되고 실질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정착된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 출발한 이론이어서, 제 3세계에 비해 성적 억압에 그 비중이 더 실린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철폐를 동등하게 내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전자에 훨씬 집착하고 있다.
·최근의 페미니즘 조류
①정신분석학적 페미니즘: 정신분석학적 페미니즘은 프로이트의 여성심리에 대한 해석에서 중요한 자극을 받았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데카르트 이후 상정된 '이성을 지닌 합리적 인간상'을 전복한다. 그는 인간의 무의식을 강조하고 유아의 성애(sexuality)가 성인의 성기적 성애를 규정한다는 학설을 제기함으로써 기성관념에 충격을 던졌다.
특히 여성과 관련하여 프로이트는 여성으로서의 불만족이 차별적인 사회문화적 지위보다는 남근의 결핍 그 자체에 기원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여성이 결함이 있는 것처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프로이트를 재관찰하는 과정에서 대다수의 여성학자들은 그의 입론과 단절하게 되지만, 정신분석학적 접근 그 자체는 유용한 방법론으로 수용한다. 특히 '디너슈틴'이나 '초도로우'는 성심리의 추적을 통해 남성지배의 근원을 찾고자 한다. 이들은 여성억압이 여성에 의한 양육의 독점에서 기인한다고 확신하고, 그 해결책으로 양친에 의한 양육을 제시한다.
이들과는 조금 다르게 '길리건'은 남성은 정의감을 잘 발전시키는 반면에 여성은 그렇지 않다는 프로이트적 통념에 도전하면서, 남녀는 도덕성에 대한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남성적 도덕관은 정의의 윤리인 반면에, 여성의 그것은 돌봄의 윤리라는 것이다.
②실존주의 페미니즘: 실존주의 페미니즘은 '보봐르'가 발전시킨 여성을 위한 실존주의를 지칭한다. 보봐르는 남성들이 자신을 자아로, 여성을 주체이기보다는 대상화된 타자로 불렀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이를 통해 본질적인 남성, 비본질적인 여성이라는 시각이 여성에게 내면화된다.
영원하고 본질적인 여성성은 존재하지 않음으로 여성은 자신의 여성성, 제 2의 성을 만들어야 하고, 타자가 아니기 위해서는 그녀의 길을 가야한다. 보봐르는 이를 위해 ①여성도 사회적 노동에 참여하고, ②스스로를 위한 변화의 전위, 지식인이 되고, ③사회주의적 변혁에 참여해야 한다는 세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정신분석학적 페미니즘이 여성억압의 심리적인 측면에 치중함으로서 여성억압의 외적조건을 도외시하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 , 실존주의 페미니즘은 너무 추상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이론들은 그것이 제공하는 새로운 시각과 더불어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의 형성에 기여한다.
③포스트모던 페미니즘: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은 라캉, 데리다, 푸코 등의 포스트 구조주의와, 보드리야르, 료타르, 로티 등의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남성중심주의를 공격하고, 여성해방적 문제제기를 정교화 할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논리는 두 가지로 발전한다.
우선 그 하나는 보봐르가 내세우는 타자성을 받아들이되, 그것을 거꾸로 세워 그 이점을 주장하는 것이다. 즉 타자성이라는 조건은 여성들이 지배적인 문화와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이 자신에게 부과하려 하는 개념, 가치, 관행들을 비판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타자성은 더 이상 억압받고 열등한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개방성, 복수성, 다양성, 차이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입장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핵심사상인 일체의 이분법과 자기 정체성에 대한 비판을 여성에게도 적용하여, 여성이라든지 여성성의 범주 자체를 해체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여성이라는 범주 자체는 남녀라는 이분법을 잔존시키는 것이고, 이는 주체를 상정하는 본질주의적 사고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남성과 여성의 대립관계보다 여성 내부의 차이나 다양성, 그 속에서 형성되는 여성의 정체성 등에 관심을 보인다.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이 내세우는 다원주의의 강조는 현재 페미니즘 뿐 아니라 사회각계에 폭넓에 수용되고 있다. 우선 이 사상은 남성 중심적, 계몽적 합리주의에 짓눌렸던 여성들이 당당히 자기 표현을 하고, 자신의 상황을 분석적으로 이해하고, 변화에 앞장 설 수 있도록 하는 자극을 제공함으로써 여성 주체를 회복하는데에 크게 기여하였다. 또한 여성 내부의 '차이'에 대한 주목을 유도한 공헌도 지적되어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이것이 여성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너무 자의식적으로 주목하게 함으로써 여성들의 유대감을 해치는 결과를 낳으며, 이는 여성운동의 실천력을 약화시키는 데에 한 몫 거들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또한 인간 주체의 다중성을 치밀하게 다루지 못하다 보니 다중의 억압체계들을 무분별하게 나열하게 된다.
그 결과 여성억압에 좀더 근본적인 규정성을 갖는 범주들, 예를 들면 그야말로 제 3세계여성들이 자본주의적 착취를 통해 당하는 고통, 제국주의 지배, 전쟁 등이 경시되고, 이성애·이데올로기의 중요성이 더 부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중요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하나, 그것이 지닌 위험 역시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엄청난 기술발전과 고도로 조직화된 현대사회에서 그 본질을 간파하는 데 자신을 잃은 인간들의 도피처로 포스트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던 여성해방론이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 앞에서 살펴본 대로 페미니즘 사상은 계급적 입장에 따라, 그 시대가 제기하는 여러 요구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분화되었다. 각국의 역사발전단계나 사회문화적 맥락도 서로 달라서, 모든 여성운동을 망라하는 단 하나의 대안이 존재할 수는 없다. 결국 여성해방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으나, 어떤 페미니즘 사상에 입각한 어떤 여성운동이 전개되어야 할 것인가는 결국 선택의 문제로 남게되고, 여기에는 각 사회가 처한 구체적인 현실을 고려하는 신중한 자세가 요청된다.
3. 반페미니즘
반페미니즘적인 반발에서 프랑스 노동계급은 프루동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의 생각은 푸리에와 대립되었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은 '주부 아니면 창녀'라는 프루동의 사고를 비판했다. 여러 가지 반페미니즘적인 사고는 여성을 '가정의 영역'으로 몰아넣었다.
반페미니즘은 학문 세계 안에서, 특히 의학과 법학의 영역에서 격렬하게 터져 나왔다. 예를 들어 비엔나 여성들은 1890년대에 의학부 입학을 요구하였다. 내과의사였던 알베르트 교수는 한 악명 높은 팜플렛 속에서 반대의사를 표명했는데, 이 팜플렛은 오랫동안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법학을 공부한 최초의 유럽여성인 켐핀-스피리는 1833년에 취리히 대학에 등록했으나 처음에는 학위가 거절되었고, 나중에는 로마법 교수직에 지원했으나 이 역시 거부되었다. 그녀는 1899년 크게 좌절한 나머지 바젤정신병원의 간부로 취직하고 만다.
이렇게 여성에게 불리한 반페미니즘의 이론을 살펴보자. 그들은 생물학이 여성의 불운한 변하지 않는 운명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의미하는 바는 첫째, 사람들은 남성 또는 여성의 호르몬, 해부적 구조, 염색체를 가지고 태어나며, 둘째,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훨씬 더 견디기 어려운 출산의 역할을 떠맡을 운명에 처해 있으며,
셋째, 남성들은 다른 것이 모두 똑같다면 "남성적인" 심리학적 특징들(예를 들어 "독단성, 공격성, 강건함, 합리성 또는 논리적, 추상적, 분석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 감성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반면에 여성들은 다른 것이 모두 똑같다면 "여성적" 인 심리학적 특징들(예를 들어 "부드러움, 겸손함, 조심성, 지지함, 감정이입, 동정심, 유연함, 간호심, 직감력, 민감성, 비이기성")을 나타낼 것이며
넷째, 사회는 남자들은 "남자답게", 여자들은 "여자답게" 남도록 하여 이 자연의 질서를 유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변하지 않는 특징들 때문에 반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페미니즘운동을 반대하며 페미니즘은 단순한 불평으로 여기기도 한다.
<<참고문헌>>
<<브리태니커세계대백과사전>>. <페미니즘>. 서울: 한국브리태니커회사, 1993.
로즈마리 통, 이소영 역. <<페미니즘 사상-종합적 접근>>. 서울: 한신문화사,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