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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싸움
-김덕남
귀신을 속이지 나를 속여! 어림없지
아나 여깃다 이거나 묵고 떨어져라
니들이 암만 그래싸도 씨도둑은 못 잡지
청단 홍단 그기 뭐라꼬, 모지리 허깨비지
쭉데기도 모이면 재산이고말고 안 그냐?
흑싸리 모다 묶어봐라, 동네 영감 다 쓸어온다
할매요 똥광을 그리 던지면 우짭니꺼?
요새는 광을 잡아야 아파트 산다니까요
일없어! 삐까번쩍하던 그 양반도 감옥 갔어!
-생생한 시그널
곰실곰실 펼쳐 놓은 작은 화투판이 큰 판 저리 가랍니다. 꼼짝없이 늙고 나서야, 네모 속에 핀 꽃을 가운데 두고 서로를 향해 기울어진 자세가 됩니다. 꽃 보면서 잊고, 잊으면서 꽃을 당깁니다. 우아한 꽃놀이가 아닌 건 맞지만 가장 사치스러운 판을 펴고 그들만의 속도로 꽃놀이를 즐깁니다. 꽃싸움을 하는데 꽃가슴에 꽃바람이 붑니다.
밖의 봄이 아직 서투른 대신, 사랑방의 봄은 주단을 깐 듯이 맛있는 수다와 예쁜 주접이 팔랑팔랑합니다. “삐까번쩍하던 그 양반도 감옥” 갔겠다 재미있는 입방아 사이로 아픔들이 씻깁니다. 재롱부리듯 던진 훈수는 자발맞은 봄을 감전시킵니다. 변화는 있지만 변함은 없습니다.
깨소금 뿌리듯 뿌려 놓은 사투리가 웃음 데시벨을 한층 높입니다. 시조의 멋은 말맛이기도 하니까요. 이제는 농담처럼 살아도 괜찮겠지요? 어쨌든 삼월은 꽃달입니다.
김경미 시조시인
출처 : 영주시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