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통행에 관하여
황 평 명예교수(기계IT대학 자동차기계공학과)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인 우리나라에서 왜 이륜자동차 (일반적으로 오토바이, 모터사이클, 바이크)가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려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사실은 왜 달려서는 안 되는 가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 문제를 평소에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또 대다수 관심이 없었기에, 그 심각성을 논의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1968년부터 1972년까지는 250cc 이상의 배기량을 가진 오토바이(당시 명칭, 지금은 대형 이륜자동차)는 고속도로를 다닐 수 있으며, 현재 OECD 가입국 38개 국가 중에서 대한민국만 유일하게 통행이 금지되고 있는 현실은 대부분은 잘 모르고 있을 것이다.
먼저, ‘이륜자동차’는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서 ‘1인 또는 2인의 사람을 운송하기에 적합하게 제작된 이륜의 자동차 및 그와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는 자동차’ 라고 규정되어 있지만 평소 운송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이륜자동차 즉 바이크가 ‘자동차’의 한 종류라는 것이 매우 생소할 것이다.
2022년도 이륜자동차 세계 판매대수는 약 60,057천대로 사륜자동차의 판매대수 80,162천대의 약 75%를 차지하였다. (야노경제연구소 2023년 자료 참조, 이륜자동차에서 킥보드 등 소형 PM은 제외) 한국에서는 2020년도 기준으로 2,289천대의 이륜자동차가 등록이 되어 있어 자동차 등록 대수인 24,370천대의 약 9.4%가 운행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이륜자동차 중 대형으로 분류되는 260cc 이상의 배기량을 갖는 이륜차의 신규 등록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2019년 17,236/111,668대 점유율 15.4%), 이는 대형 레저용 이륜자동차의 사용이 빈번해 짐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보이는 음식배달 혹은 택배 용도가 아닌, 경제적 성장에 따른 레저용 대형 이륜자동차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이륜자동차의 관리는 예전과 달리 대형 및 중소형 이륜자동차(배기량 50cc 이상)는 필수적으로 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배출가스 정기검사를 받도록 법제화 하고 있으며, 최근 국토교통부에서는 이륜자동차의 등록번호인 번호판을 현재의 지자체 허가에서 국가 허가제로의 변경 및 차량폐차 정책을 도입하는 등 이륜자동차의 등록, 운행, 폐지, 폐차 등의 생애주기활동을 국가 행정 시스템 하에 제도적으로 운용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이륜자동차가 제도권으로 편입되어 합법적으로 운행을 하고자 할 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소형 폭주 혹은 배달 이륜자동차에서 보이는 교통위반과 이에 따른 사고 증가이며, 다른 하나는 레저용 대형이륜자동차 사용자들의 오랜 불만 사항인 자동차전용도로 및 고속도로 통행 문제이다. 첫 번째 문제인 교통위반은 현재 앞 번호판, 후방단속카메라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고 있어 조만간 해결될 사안이므로 이 글에서는 두 번째 문제에 대하여 집중 언급하고자 한다,
‘고속도로’ 라는 단어는 ‘어떤 도로가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 이 고속도로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고속도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나라는 일본을 필두로 우리나라와 중국, 대만 정도이다. 자동차산업이 먼저 발달한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도로의 이름으로 Autobahn, Motorway, Highway, Interstate Way, Freeway, Express Way 등이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High Speed Way 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도시와 도시, 주와 주를 연결하고 충분히 제어가 가능하며, 정지신호나 횡단보도가 없는 자동차 전용 도로의 성격을 갖고 있다. 빠른 속도가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것이지 빠른 속도만을 위한 도로는 아니라는 의미이다. 고속도로라는 용어를 확실히 사용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원래의 의미에 맞게 이륜자동차의 통행을 허용하고 있으며,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도 50cc 이상의 소형이륜차들이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륜자동차는 배기량이 적고 차량의 크기가 작으며, 차체가 노출되는 구조를 가졌다고 하여 도로의 통행을 막는 것은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법규이다.
특히 최근에는 많은 국도가 편리성을 위하여 새롭게 구축된 자동차전용도로로 변경되고 있어, 이륜자동차의 통행 시 본의 아니게 바로 고속도로로 연결되어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미국 등의 이륜자동차 교통사고 연구에 의하면 교외 보다 도심, 즉 교차로가 많은 곳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며, 사고의 원인도 사륜자동차에 의한 것이 더 많음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심은 많은 구간(지하차도, 교량 등)에서 이륜자동차 통행 불가 구역이 많고, 표시도 도로에서 잘 보이지도 않아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참고자료의 도로 지도 참조)
2020년 2월 헌법소원심판청구 판결에서 이륜자동차 통행에 대한 보충의견으로 ‘운행문화의 개선이 선행된다면’이라는 조건으로 다소 진전된 결과가 나왔지만, 그 전 4건의 합헌 문건과 함께 다시 기각되었다. 배달이륜자동차 등의 난폭 운전과 일부 몰지각한 대형이륜자동차의 운행 행태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고 개선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OECD 37개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교통정책을 우리만 유일하게 금지하는 것도 시대착오적으로 좌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륜자동차 통행 및 관련 법 제도적 개선은 이륜자동차 관련 산업의 발전을 같이 도모할 수 있는 길이기에 빠른 시간 내 제도권으로 포용하여 이륜자동차의 생애주기와 함께 통행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