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 모든 내용, 한 폭에 담다
中둔황 장경동서 발견된 대형 불화
‘화엄경’ 7처9회 설법회 모습 담아
혼란기에도 붓다 향한 신심 확인돼
그림① 둔황 장경동에서 발견된 '화엄경칠처구회도'. 10세기 초에 조성됐다. 현재 프랑스 기메국립아시아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나라가 혼돈한 시기에도 붓다를 향한 간절한 마음은 더욱 불타올라 문화의 꽃을 피워냈다. 지난 연재에 이어 중국 역사상 다섯 나라가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혼돈했던 오대시기에 그려진 〈화엄경칠처구회도〉(그림①)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화엄경칠처구회도〉는 둔황 장경동에서 발견된 대형 견본화 중 하나로 현재 프랑스 국립아시아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이 그림에는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데, 불상의 자태는 풍만장엄하다. 필선은 세밀하고 유연하며 색채가 아름답고 구도도 치밀하고 엄정하다. 각 섹션의 상단과 두 면에는 아름다운 비천이 그려져 있는데 옷자락이 하늘하늘 가볍게 날리고 있다. 이 그림이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은 천 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여전히 색채가 선명하고 우아하며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이는 둔황 회화 중의 최고 수준의 걸작으로 당시의 역사를 잘 말해주고 있다.
불교의 가장 중요한 경전 중 하나인 〈화엄경(華嚴經)〉은 세 가지 주요 번역본이 있다. 이 그림은 우전국(于?國)의 삼장 실차난타(實叉難陀)가 번역한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에 의거해 7처9회 즉, 붓다의 7곳에서의 9차례의 법회 장면을 묘사한 80〈화엄경〉을 한 매의 그림으로 압축 묘사한 흥미진진한 7처9회의 ‘화엄불화’라고 하겠다. 땅(地上)에서는 3곳(적멸도량, 보광명전, 서다림)에서 5번, 하늘(天宮)에서는 4곳(도리천, 야마천, 도솔천, 타화자재천)에서 4번 설법했는데 땅의 보광명전 한 곳에서 3번이나 설법한 것은 보광명전의 중요성을 잘 알려주고 있다. 화면은 크게 3단3열로 구성됐고, 상·중·하단에서 설법하는 장면인데, 순서에 따라 △제1회 보리도량회 △제2회 보광명전회 △제3회 도리천회 △제4회 야마천궁회 △제5회 도솔천궁회 △제6회 타화자재천궁회이며. 제7·8회는 같은 보광법당회, 제9회 서다림회 장면이 묘사되고 있다. 지면 한계 상 독자의 이해를 돕도록 화면의 구성 분포는 별첨했다. 9회분은 표처럼 순차적으로 배치됐음을 밝혀둔다.
화면은 퀼팅(quilting) 장식을 통해 9개의 장면으로 구분하였고, 각 장면은 본존 비로자나불 중심의 칠처구회이다. 비로자나불 양옆의 협시는 문수·보현보살과 그 뒤에는 수보리와 사리불의 두 제자가 있으며, 주위에는 법문을 듣는 보살중(衆)과 성중이 주존을 향해 공손히 경청하고 있는 모습이다.
제1회 보리도량회는 붓다가 보리수 아래에서 최초로 정각을 이룬 장면이다. 도량은 무량 오묘 장엄하고, 금강좌상의 노사나불은 만덕(萬德) 원만하다. 시방세계 미진수의 보살은 물론 금강역사, 제신, 제천 등 각자 무량공덕을 갖춘 이들이 한 시에 모여들어 저마다 붓다를 찬양하며, 모든 화장 장엄세계 바다중의 모든 세계도 마찬가지로 붓다의 경지에 들어있다. 제1회 내용은 ‘세주묘엄품(世主妙嚴品)’ 제1부터 ‘비로사나품(毗盧遮那品)’ 제6까지다.
제2회 보광법당회는 붓다가 보광명전 연화좌에서 신변(神變)을 보이고, 시방 보살들이 모두 모여있는 장면이다. 문수사리보살은 붓다의 위신력을 계승받아 뭇 보살들에게 붓다의 명호를 설하고 있데, 중생의 각기 다른 견해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이름으로 여래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제2회 주요 내용은 문수보살 선설(宣說)의 ‘여래명호품(如來名號品)’ 제7에서부터 ‘현수품(賢首品)’ 제12까지다.
제3회 도리천궁회는 붓다가 보리수 아래에서 수미산 제석궁전으로 올라가는데, 제석 장엄 궁전에서 붓다를 영접해 자리에 앉히시고, 제천과 함께 붓다를 찬탄하는 장면이다. 제3회는 ‘승수미산정품(升須彌山頂品)’ 제13에서부터 ‘명법품(明法品)’ 제18까지의 내용이다.
제4회 야마천궁회는 붓다가 야마천궁으로 올라가는데 야마천왕이 장엄전으로 붓다를 영접해 모시고 붓다를 찬양하는 장면이다. ‘승야마천궁품(升夜摩天묵品)’ 제19부터 ‘십무진장품(十無盡藏品)’ 제22의 내용이다.
제5회 도솔천궁회에는 붓다는 또 도솔천에 오른다. 도솔천왕이 장엄전에 붓다를 맞이해 붓다의 공덕을 찬양하고, 붓다는 좌정하고 있다. ‘승도솔천궁품(升兜率天묵品)’ 제23부터 ‘십회향품(十回向品)’ 제25의 내용이다.
그림② 향수해 중앙 연화장세계 하단 부분도.
제6회 타화자재천궁회는 붓다가 자재천궁 마니보전에 있을 때 제방세계 제대보살들이 모두 모여 있는 것을 서술하고 있다. 이때 금강장보살은 붓다의 위신력으로 대지혜 광명삼매에 들어 제불의 칭송과 마정(摩땅)을 받았다. 그는 처음부터 십지의 명칭을 사람들에게 설했다. 해탈월(解錮月) 등 제보살이 해설을 부탁했으며 붓다가 방광하며 신통력을 보이자 금강장보살은 대중들에게 깊이 있는 십지법문인 〈십지품(十地品)〉 제26을 연설하였다.
제7회 보광법당회는 붓다가 보광명전에 계실 때 보안보살이 붓다를 향해 보현보살이 삼매의 경지에 든 묘한 행적을 묻자, 붓다는 그에게 보현보살에게 직접 묻도록 하였다. 이때 대중은 보현보살을 보고 정중히 예절을 갖췄으며 보현보살은 비로소 신통력으로 나타나 10대 삼매의 깊은 법문십정품(十定品) 제27을 널리 설했다. 이어진 ‘여래출현품(如來出現品)’ 제37까지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붓다는 미간에서 빛을 비추니 이름하여 여래출현광(如來出現光)이다. 여래성(如來性)을 일으킨 묘덕보살은 붓다를 향해 대법을 물으니, 붓다는 또 보현보살 입에 빛을 비추니 보현보살은 곧 붓다의 십무량법 출현과 십무량 백천 아승지겁 성취를 널리 설했다.
제8회 보광법당회는 붓다가 보광명전에 계실 때를 서술하고 있는데, 보현보살은 불화장장엄삼매(佛華藏莊嚴三昧)에 들어 삼매로부터 보살의(菩薩依), 보살행 내지 붓다가 보여주는 열반 등 200개 문제를 보현보살은 일문십답(一問十答)하고 각각 2000법문을 설했다. 제불이 현전하여 찬탄하고 보현보살은 다시 보살 공덕행처 ‘이세간품(離世間品)’ 제38의 게송을 강조하여 설하였다.
제9회 서다원림회는 붓다가 서다원림에 계실 때 문수 보현과 같은 오백 대보살, 대성문, 무량세주가 모여있었다. 붓다는 대자비로 사자빈신삼매(師子頻申三昧)에 드셨고, 장엄이 시방세계에 두루 퍼져 헤아릴 수 없는 보살들이 모여 각기 신변(神變)을 드러내 공양의 경지에 이르렀다. 제대성문들은 부지(不知) 불견(不見)이다. 십대 보살은 붓다를 칭송하고 찬양한다. 보현보살은 이 사자빈신삼매의 10가지 법구를 연설한다. 붓다는 또한 각양각색의 신변, 각양각색의 법문, 각양각색의 삼매 등의 모습을 드러내고, 문수보살은 찬양하며 제보살은 수많은 대비법문으로 시방세계의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였다.
문수보살과 대중은 붓다의 남행을 알았으며 사리불존자와 육천비구 또한 붓다의 위신력으로 남행을 하게 된다. 그들은 복성동(福城東)에 이르러 장엄한 당파라림(幢婆羅林)의 대탑묘에서 법을 설하였는데, 이때 선재동자 등 2000명이 와서 정례하고 법문을 듣고 발보리심을 내었으며 그중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보살도를 구하여 칭송하고 가르침을 물었다.
문수보살은 그에게 선지식을 찾아가 배움을 구하라고 지시하였다. 선재동자는 남행하여 덕운비구와 미륵보살 등 53명의 선지식을 참방하여 수많은 감로법문을 들었으며 마침내 보현보살을 만나 보현보살이 제행(諸行)원해(願海)를 펼쳐보임으로서 결국 법계에 들었음을 입증하였다.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이 붓다의 공덕을 찬양한 ‘입법계품(入法界品)’ 제39의 내용이다.
〈화엄경칠처구회도〉의 맨 아래 바다에는 큰 연꽃이 있고, 꽃에는 수많은 집이 있는데 이는 ‘연화장세계’를 의미한다.(그림②)
실차난타 역 〈화엄경〉 제8권에서 소개하는 연화장세계는 “이 향수 바다에는 큰 연꽃이 있는데, 각양각색의 광명 약향당(藥香幢)이 있다. 꽃은 장엄한 세계 바다를 그 안에 숨기고, 사방은 균등 평등하고 청정 견고하며, 금강륜산으로 둘러싸여 땅과 바다는 뭇 나무로 구분하고 있다”고 기술한다. 각각 다른 화장 장엄세계의 바다 위에는 해변 위치와 유사한 수많은 채운으로 이루어진 우주로, 이는 선재가 보현을 참배할 때 본 대천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