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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8. 02
지난 7월 14일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가 명왕성에서 1만2500㎞ 떨어진 궤도에 접근했다. 명왕성으로 향한 인류 최초의 무인 탐사선으로, 2006년 1월 19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아틀라스-V 로켓으로 발사한 지 9년6개월 만이다. 먼 곳에서만 보던 명왕성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명왕성은 미국의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1906~1997)가 1930년 발견했다. 발견 당시에는 태양계의 9번째 행성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불행히도 뉴호라이즌스가 발사되고 약 7개월 뒤, 76년간 지켰던 태양계 행성 자리를 박탈당했다. 명왕성의 현재 신분은 왜소행성 ‘134340’. 왜소행성은 태양(항성) 주위를 공전하지만 행성 주위를 돌지 않는 천체를 말한다. 지구에서 60억㎞ 떨어진 명왕성까지는 빛의 속도로 난다 해도 4시간 반쯤 걸리는 거리다. 그렇다면 뉴호라이즌스는 얼마의 속도로 날았기에 9년 반이 걸렸을까.
명왕성은 평균 표면온도가 영하 230도인 춥고 어두운 행성이다.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의 분류에서 쫓겨난 이유는 크기가 달의 3분의 2 정도로 작고, 궤도가 8개의 행성과는 매우 다르게 긴 타원이라는 점이다. 즉 자신의 궤도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국제소행성센터(MPC)로부터 인정되어, 134340이라는 번호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NASA는 지금도 명왕성의 명성 회복을 위해 노력 중이다. 뉴호라이즌스의 발사 또한 그 일환이다.
뉴호라이즌스의 발사속도는 시속 5만8000㎞. 현재 가장 빠른 우주 탐사선이다. 지구를 출발하는 보통 우주 탐사선의 40% 이상 빠른 속도다. 더구나 목성 궤도를 지나면서부터는 목성의 중력을 이용하여 7만5200㎞의 속력으로 날아갔다. 우주선이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행성의 중력을 이용한 ‘스윙바이(swing-by)’ 기술이다.
▲ 미국 항공우주국의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와 명왕성 상상도. 2006년 발사된 뉴호라이즌스호는 지난 7월 14일 명왕성에 가장 가깝게 접근했다. / ⓒphoto 미국 항공우주국
로켓은 인간이 만든 물체를 지구의 중력 가속도를 이기고 우주로 띄우기 위한 추진체이다. 즉 로켓 자체에 어떤 부가기능을 갖는다기보다 좀 더 효율적이고 빠른 속도로 우주선을 지구 중력권으로부터 탈출시키느냐가 최대의 과제이다.
하지만 우주선은 자체에 가속할 만한 어떤 추진력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로켓이 우주선을 실어 우주로 발사해 주면, 관성의 법칙에 따라 탐사선은 로켓이 발사한 속도로 이동한다. 그러다가 우주선이 목성 같은 큰 행성 곁을 가까이 지나가게 되면 행성의 중력에 끌려들어 그 행성과 함께 공전하게 되면서 속도가 빨라진다. 이때 우주선의 고도를 적절히 유지하면 우주선은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미끄러지듯 행성 궤도 바깥으로 튕겨 나가 다른 행성으로 갈 수 있는 새로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행성에 빨려 들어가기 직전, 연료를 한 번 더 분사해 그 행성을 빠져나오면 행성에 진입하기 전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탈출한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속도를 얻는 효과를 얻게 된다. 마치 우리가 무빙워커에서 걸으면 빠져나올 때 걸음이 보다 빨라지는 것과 같다. 행성의 큰 중력을 이용해 비행 방향을 바꾸고 우주선의 속도를 가속시키는 이 기술을 ‘스윙바이’라고 한다.
1970년대 초반까지는 우주선 자체의 추진력에만 의존했기에 목성 너머로 갈 수 없었다. 하지만 1973년 발사된 파이어니어 11호는 ‘스윙바이’를 활용해 1979년 토성에 도달한 첫 우주선이 되었다. 2004년에 발사된 후 10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혜성에 착륙(지난해 11월 13일 도착)한 유럽우주국의 탐사선 로제타는, 지구로부터 5억1000만㎞ 떨어진 혜성에 착륙하기까지 ‘65억㎞’를 나는 동안 지구와 화성의 중력을 모두 4차례 역이용하면서 에너지를 절약했다. 그만큼 인류의 우주 개발 기술이 성장했다는 의미이다.
물론 로제타에는 자신의 몸무게 50%에 이르는 추진제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12년 동안 자세와 궤도 조정에 사용할 연료라 가속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모든 탐사선은 먼 거리를 항행하면서 목표 행성으로 향하는 세밀한 궤도 수정을 위해 약간의 연료만 탑재하고 있다.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도 마찬가지다.
보통 인공위성의 발사속도는 우주속도로 결정하는 게 기본이다. 우주속도는 쏘아 올린 물체가 지구 주위를 돌거나 다른 천체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속도다. 제1우주속도, 제2우주속도, 제3우주속도가 있는데 이때 공기저항은 무시한다.
물체가 지구 둘레를 타원이나 원궤도로 비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 속도인 초속 7.9㎞를 제1우주속도 또는 궤도속도(orbital velocity)라고 한다. 고도 200~300㎞ 지구 주위를 원궤도로 도는 인공위성의 속도 또한 초속 7.9㎞이다. 이 고도는 딱히 정해진 게 아니라 이 정도면 대기 마찰이 극히 미미해서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로켓을 지표에 평행으로 초속 7.9㎞ 이상의 속도로 발사하면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인공위성이 된다. 대기의 저항이 없다면 이 속도 이하의 로켓은 지구를 반 바퀴 돌기 전에 지표에 떨어지게 된다. 낮은 고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의 이 속도가 바로 제1우주속도다. 대표적인 것이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약 350~400㎞의 고도를 돌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위성 속도는 초속 7.7㎞. 제1우주속도보다 약간 느린 이유는 ‘높은 고도일수록 중력의 영향이 줄어 위성의 속도가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3만6000㎞ 고도에 위치한 정지위성은 위성 속도가 초속 3㎞에 불과하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저고도 인공위성의 주기는 대략 90분. 제1우주속도를 시속으로 환산하면 시속 2만8440㎞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를 약 450㎞라고 할 때, 약 57초에 갈 수 있는 속도다.
제2우주속도는 초속 11.2㎞.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 다른 행성으로 갈 수 있는 속도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제1우주속도+3.3㎞/sec이다. 지구 표면의 물체가 수평선 방향으로 초속 11.2㎞의 속도로 날아가면, 물체의 공전궤도는 포물선이 돼 아예 지구의 중력권을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속도가 그 이상이 되면 지구궤도에서 탈출하여 다시 지구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태양 인력으로부터는 벗어나지 못해 지구처럼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이 된다. 제2우주속도는 지구의 반지름을 약 6400㎞라고 할 때, 약 한 시간에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속도다.
제3우주속도는 초속 16.7㎞이며 태양계를 탈출할 수 있는 속도다. 그 값의 계산은 복잡하여 이곳에 나열하긴 어렵지만, 지구에서 초속 16.7㎞ 이상으로 물체를 쏘아 올리면 물체는 태양 인력권을 벗어나는 쌍곡선 궤도의 운동을 하며 지구에서 아주 먼 곳을 공전하고 있는 지구의 한 위성에 갈 수 있다. 그 위성의 이름은 바로 ‘달’이다. 이 속도는 지구를 약 40분 정도에 한 바퀴 도는 속도이고, 약 27초 정도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다.
현재의 화학 연료식 로켓 기술은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 다른 행성까지 도달하기 위한, 제2우주속도(초속 11.2㎞) 이상의 속도를 얻는 것도 벅차다. 태양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3우주속도(초속 16.7㎞) 이상의 속도를 내야 한다.
뉴호라이즌스의 속도는 제3우주속도에 거의 근접하고 있기 때문에 지구와 금성의 중력 도움 없이 곧바로 목성까지 날아갈 수 있었다. 목성은 모든 외행성 탐사선들의 제1차 주요 목적지이다. 반드시 목성을 거치면서 중력 도움을 받아야 큰 속도의 가속도를 얻어 더 멀리 날아가고 태양의 중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뉴호라이즌스는 9년 반의 탐사 기간 중 18번의 동면 과정을 거쳤다. 모든 기계의 전력을 끈 채 최대 절전모드를 유지하여 명왕성에 접근해 간 것. 명왕성 궤도에 도착하기까지는 워낙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전력을 아끼기 위해서이다. NASA에서는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는지 몇 개월에 한 번씩 잠에서 깨워 뉴호라이즌스에 내장된 컴퓨터로 지구에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상태를 확인해 왔다.
무게 478㎏(연료 중량은 77㎏)의 비교적 작은 뉴호라이즌스는 100와트짜리 가정용 전등 2개에 소요되는 전력보다도 더 작은 에너지로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77㎏의 연료 중 절반은 목성을 지나면서 궤도를 수정하는 데 사용했다. 뉴호라이즌스의 전력은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RTG)’라는 원자력 전지에서 자체 공급받는다. 탐사선에는 발전기의 연료로 쓰이는 플루토늄이 실려 있는데, 열전기 발전기는 이 방사성 동위원소가 자연 붕괴할 때 발생하는 열을 전력으로 바꿔 에너지를 얻는 장치이다.
보통 근거리 행성 탐사선들은 커다란 태양 패널을 부착하여 전력을 충당한다. 단기간 우주에 머무는 유인우주선 등은 태양 패널 대신 연료전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아폴로 우주선이나 우주왕복선이 그러한 예이다. 태양 패널은 화성까지는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태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에는 태양빛이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토성에는 지구의 100분의 1 정도만 빛이 도달한다. 이 때문에 지구 궤도의 인공위성처럼 태양빛을 이용한 전지로 동력을 얻는 방법은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명왕성처럼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행성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목성 외곽에 위치한 행성을 탐사하는 장거리 우주 탐사선에는 열전기 발전기가 탑재된다. 일부에서는 방사선 원소 사용에 따른 방사능의 노출을 우려해 이런 탐사선이 발사될 때마다 반대를 많이 하지만 장거리 비행을 위해서는 사용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9년 반이나 걸려 목적지에 도달한 뉴호라이즌스는 고작 2~3일, 그것도 단 몇 시간 동안 명왕성을 아주 가깝게 지날 때 모든 것을 관측해야 한다. 중력이 큰 행성이라면 스윙바이로 추가속도를 얻거나 쉽게 중력권에 사로잡히겠지만, 중력이 약한 명왕성에서는 중력의 도움을 받기도 힘들 뿐 아니라 맹렬한 속도로 달려온 속도에 제동을 걸어 명왕성의 궤도를 돌게 하려면 엄청난 연료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지구와 달리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서는 물체를 감속하거나 멈추게 하는 데 오히려 더 많은 연료가 소모된다. 따라서 감속 없이 아주 짧은 시간 명왕성을 스쳐 지나가면서 단시간 동안 관측할 수밖에 없다. 가끔 탐사선들이 목적지가 아닌 다른 행성을 지나갈 때 주변을 탐색하지 못하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뉴호라이즌스의 절반쯤 남은 연료는 카이퍼 벨트(태양으로부터 약 30~50AU 거리에 천체들이 도넛 모양으로 밀집한 영역)의 작은 외행성 중에서 또 다른 추가 목표를 선정하여 궤도를 수정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뉴호라이즌스는 명왕성 탐사 외에도 카이퍼 벨트를 조사하고, 2038년까지 작동될 경우 태양권의 바깥을 탐사할 예정이다.
명왕성은 1930년에 발견되었지만 알려진 게 거의 없다. 태양빛이 도달하는 데 5시간27분이나 걸리는 태양계 변두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뉴호라이즌스가 그 미지의 영역을 탐사해 명왕성의 신비를 벗겨 줄 것이다. 명왕성의 지형과 대기 성분, 위성 카론 등 짧지만 찰나의 순간에 얻을 생생한 정보들이 기대된다.
그렇다면 적은 연료로 좀 더 빨리 갈 수 있는 우주선은 없을까. 유인 우주선의 경우, 오랫동안 무중력과 우주의 유해광선에 노출되면 사람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게다가 로켓의 화학엔진은 연료 효율이 매우 낮아 연료를 엄청나게 싣고 가야 한다. 우주왕복선의 경우 전체 중량의 95%가 연료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차세대 추진기관으로 연구하는 것이 이온엔진이다. 이온화돼 전기를 띤 분자를 전기장에서 가속시켜 그 반동으로 추진력을 얻는다. 연료 효율이 높아 같은 양의 연료로 화학엔진의 10배에 이르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정도의 추진력이라면 단기간에 화성에서 목성 정도까지의 여행도 가능하다.
NASA가 1998년에 발사한 탐사선 ‘딥스페이스1’은 이온엔진을 주 추진기관으로 사용한 최초의 우주선이다. 2012년 소행성 ‘베스타’를 떠난 탐사선 ‘돈(DAWN)’의 장기 우주여행의 일등공신 또한 첨단 이온엔진이다. 돈은 태양에서 3억∼5억㎞ 떨어진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소행성대를 탐사하기 위해 2007년 9월 지구를 떠나 지금까지 8년째 우주공간을 여행하고 있다. 이온엔진은 양이온을 광속에 가깝게 내뿜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작용-반작용 법칙에 따라 탐사선을 광속 가까이 가속할 수 있다.
NASA는 차세대 이온엔진 ‘바시미르(VASIMR)’를 개발해 국제우주정거장 시험을 앞두고 있고, 2018년에는 화성에 보낼 유인탐사선에 탑재할 예정이다. 바시미르는 플라스마를 분출해서 얻는 힘으로 우주선을 움직이며, 최고 초속 50㎞로 화성까지 5개월 만에 주파할 수 있어 ‘꿈의 엔진’으로 불린다. 꿈의 우주여행을 할 수 있도록 꿈의 엔진의 성공을 기원한다.
김형자 /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