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소감
더위에 지쳐 입맛이 없어 했더니 딸아이가 복숭아를 사 왔네요. 속이 노란 황도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물다가 뜻밖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메시지까지 확인하고서야 ‘복숭아문학상 대상 심사작’으로 선정되었다는 통화가 꿈이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얼떨떨하던 마음이 잘 익은 복숭아 과즙처럼 달콤해지네요. 부족한 저의 글을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님, 정말 감사합니다.
올해는 지독한 무더위와 긴 장마에 이어, 유례없이 한반도를 수직으로 관통한 태풍까지 몰아쳤지요. 특히 복숭아 농사를 짓는 분들에게 큰 타격을 주는 기후였습니다. 얼마나 노심초사했을까요? 악천후를 이겨내고 농부의 땀으로 잘 익은 황도 복숭아가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제 앞에 놓여있습니다.
한 편의 수필을 완성하여 세상에 선보이는 것도 농사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처음 의도했던 만큼 잘 써지지도 않을뿐더러, 오래 묵은 상처를 들추다가 잔잔한 마음에 태풍이 몰아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진솔한 글이 나오지 않으니 어쩌겠습니까? 젊은 시절, 태풍 같은 거친 삶을 써낸 글이 퇴고를 거듭하면서 고맙게도 심사위원님의 눈에 들었나 봅니다. 이 큰 기쁨은, 악천후를 이겨내고 복숭아를 수확한 농부의 마음에 닿아있습니다.
‘세계 1등 복숭아, 장호원 황도 복숭아’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제15회 복숭아문학상 공모전’을 추진해주신 ‘청미문학회’ 회장님을 비롯한 회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한 식구처럼 서로를 격려하는 ‘세종수필사랑’ 박종희 작가님과 문우 여러분 사랑합니다. 당선 소식을 듣고 나보다 더 기뻐해 준 남편과 딸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식구들의 응원 덕분에 늘 힘이 납니다.
앞으로도 더 깊이 사색하고 정성스레 다듬어서 울림이 있는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김남숙 선생님, 한 편의 수필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과정도 농사 짓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말, 공감합니다. 긴 장마와 폭염 속에서
창작하시느라 정말 애쓰셨습니다. 거듭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