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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태자마마께서.. 아직 각성을 하지 못하셨다는 말인가? 이상하
한 일이로다. 분명 태자마마께서 느껴지는 기운은 각성을 하지 않고서
는 불가능한 기운이거늘. ‘
“태자마마.. 소신을 몰라보시겠습니까? “
“몰라! 내가 처음 본 할아버지를 어떻게 알어? 근데.. 할아버지는 우리
사부랑 되게 비슷한 기운을 가지고 있네? "
노인은 강운의 말을 듣고는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짚고 말았
다. 천제의 명령으로 자신이 직접 강운을 데리러 왔건만 아직 각성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였던 것이다.
광계의 명을 받들자면 자신은 이대로 돌아가야 할 것이나 뭔가를
걱정하는 듯한 근심 가득한 강운의 눈을 쳐다본 노인은 고개를 가로젖
고는 표정을 굳혔다.
“태자마마! 아직 각성을 하지 못하셨다면.. 일단 천계로 돌아간 후에
천제님을 만나 뵈신다면 모든 게 해결될 것입니다. 우선은 천계로 돌아
가셔야 합니다. 인간계는 지금 너무나 위험합니다. 자.. 소신을 따라
가시지요. “
강운은 비록 처음보기는 했지만 매우 친숙한 느낌의 노인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얼마 전까지만 했었어도 노인의 말을 듣고는
좋아라 하며 따라갔었겠지만 지금은 사부의 생사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할아버지 따라가고 싶긴 하지만.. 안돼! 지금은 사부가 어디있
는지 모르니까.. 사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 “
“사부라 하심은.. 원래 이곳에 살던 인간을 말하는 것이옵니까? “
강운은 뜻밖에도 노인이 사부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노인의 소매를 붙잡고 늘어졌다.
“할아버지! 사부 어딨는지 알어? 어딨는데? 응? “
노인은 강운이 매달려 오자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인간이 태자마마의 사부였었다니.. 흠.. 태자마마! 소신을 따라오
시면 그를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래? 그럼 가야지. 백호야 너두 갈 거지? “
강운은 사부의 행방을 알 수 있다는 생각에 흔쾌히 허락을 했고 뭔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노인을 쳐다보고 있는 백호에게도 의견을 물었
다.
[나는 잘 모르겠다. 운아! 나는 저 할아범이 뭔가 의심스러워.. 그냥
따라가지 말구 여기서 나랑 같이 그 영감탱이 올 때 까지 기다리자.
처음보는 저 할아범 말을 어떻게 믿어? ]
“음.. 그렇긴 하지만.. 저 할아버지 그렇게 나쁜 사람같진 않거든..
그럼, 나 혼자 갔다 올 테니까 백호 너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
강운은 백호의 대답도 들어보지 않고 바로 고개를 돌려 노인을 바라
봤다.
“할아버지! 가요. “
노인은 자신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백호를 보고 가볍게
헛웃음을 지은후 강운의 손을 잡았다.
“태자마마! 잘 생각하셨사옵니다. 그럼.. 천계로 갈 터이니 그냥 마음
편안히 계시면 되옵니다. “
노인은 말을 끝내고 강운의 손을 붙잡고 하얀 구름 속으로 스며들듯
이 사라져 버렸고 노인과 강운이 사라져버린 하얀 구름도 그들이
사라짐과 동시에 소멸되어 버렸다.
* * *
마계!
피의 궁전안에 바닥에 머리를 쳐박고 마왕에게 무언가를 보고 하고
있는 노인이 있었다.
“전하! 소, 송구하옵니다. 암흑계와의 연락이 두절되었고 또한 인간계
로 통하는 차원의 문이 강제 폐쇄 당하였습니다. “
바닥에 머리를 쳐박고 있는 노인에게서 흘러나온 한마디에 마왕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암흑계 놈들이야.. 진작부터 그런 기미가 있었지. 허나, 인간계에서의
일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구나! 소상히 말해보거라! “
“예.. 전하! 저희들은 차원의 질서를 위배하고 강제로 인간계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 문을 통해 마물들을 집어넣어 주변 일대를 장
악하려 하였지만 천계의 태자가 환생했다고 보아지는 인물에 의해
강제로 문이 폐쇄 되었습니다. “
“그럴 리가 있느냐!! 아무리 천제라 해도 차원의 문을 함부로 폐쇄할
수는 없는데.. 광계의 인물이 아니고서는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마왕이 분에 겨워 노호성을 질러 버리자 피의 궁전 전체가 흔들렸으
며 마계의 모든 마물들이 순간 공포에 질려 떨기 시작했다.
“마, 마왕이시여! 하지만 사실이옵니다. 대비책을 세워야 합니다.
저희 마계가 먼저 차원의 규율을 어겼으니 다른 계에서도 곧 반응이
나타날 것입니다. “
마왕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모습으로 노인을 강렬하게 노려
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냐? 제깟 놈들이 감히 마계와 대응하겠다는 말이냐?
그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
“다른 계라면 몰라도 천계에서는 전면전으로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신중히 생각하셔야 합니다. “
노인은 마왕이 곧 잠잠해 질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그의 생각은 커다
란 오차가 있었다.
“그래? 올 테면 오라고 해라! 모든 마물들에게 나 마왕의 이름으로
명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 천계와의 전면전을 선포한다. 모두
전면전을 준비하라! 크하하하하하! “
마왕이 커다란 광소를 터트리며 전면전을 선포하자 마계의 각지에 흩
어져 있던 마물들이 꾸역꾸역 피의 궁전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노인은 마왕의 말도 안 되는 명령에 절망감이 가득 들어찼다.
노인과 함께 천계로 들어선 강운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위를 둘러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할아버지! 여기가 천계? “
“그렇습니다. 이곳이 바로 천계이지요. “
강운은 노인의 말을 듣고 자신이 지금껏 돌아다녀본 어느 곳 보다도
화려하면서 아름다운 천계라는 곳을 둘러보았다.
강운은 천계라 하면 자신의 사부처럼 산 구석탱이에 자그마한 초가집
이나 하나 짓고 살아가는 곳인 줄만 알고 있었는데 사실을 알고 보니
이곳보다 화려한 곳이 또 있을까 싶었다.
“와.. 멋있다. 할아버지 근데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
강운은 자신이 말을 하는 사이 어느새 공간이 일그러지며 새로운 곳
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노인에게 물어보았다.
“태자마마! 천제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지금 그곳으로 가고 있는
것이지요. “
“어? 나는 천제인가 뭔가 하는 사람 몰라. 빨리 사부 만나게 해줘. “
“허허허.. 태자마마! 천제님을 만나시게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
니 조금만 참으십시오. “
강운은 노인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사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잠자코 노인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기
만 했다.
“태자마마! 다왔습니다. “
노인과 함께 도착한 곳은 감히 인간 세상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웅장한 궁전이었다.
강운은 그 엄청난 크기에 기가 질려 입을 딱 벌리고 노인이 이끄는
데로 끌려다니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느라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
지도 몰랐다.
한참동안 그렇게 끌려다니던 강운은 노인이 멈추는 바람에 고개를 돌
려 앞을 바라봤다.
“이곳은..? “
분명 처음 보는 곳인데도 너무나 익숙한 느낌이 든다고 생각한 강운은
애써 고개를 가로젖고는 노인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이곳은 태자마마께서 인간계로 내려가시기 전에 마무시던 곳이옵니
다. 뭔가 떠오르는 것이 없으십니까? “
노인은 일부러 강운이 자주 다니던 곳을 돌아다니며 그의 기억이 돌
아오기를 기다렸으나 강운은 혼란스러운 표정만 지을뿐 별다른 반응
이 없었다.
‘흠.. 도대체 어찌 된 것일까.. 태자마마께서 이미 천계에 발을 들여놓
으신 이상 기억이 돌아오는 것이 당연해야 하거늘.. ‘
노인은 다시 한번 강운을 조심스럽게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강운은 혼
란 스러운 표정을 지을지을 뿐 각성이 이루어진 것 같지는 않았다.
노인은 마침내 최후의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강운을 천제가 있는 곳으
로 이끌고 갔다.
노인은 강운을 이끌고 어느 방 앞에 도착해서는 강운에게 당부의 말을
하였다.
“태자마마! 안에 천제께서 계십니다. 소신은 여기서 기다리겠으니
들어가 보십시오. “
강운은 뭔가 알 수 없는 것들이 자신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는 생각에 한껏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으.. 할아버지 알았어.. “
똑!똑!똑!
노인이 가볍게 세번의 노크를 하자 방안에게 위엄 있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들어오너라. “
강운은 머릿속이 욱신거리는 바람에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강운이 방안에 들어오자 하얀 수염을 허리까지 기른 자상해 보이는
노인한명이 강운을 반겼다.
“태야.. 어서오너라. 그 동안 고생이 많았다. “
강운은 방문을 열고 노인을 쳐다보는 순간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노인의 말을 다 듣고 난 강운은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의 비명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악! 저리가! “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는 강운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던 천제는 비명소리를 듣고 방안으로 달려 들어온
노인에게 손을 들어 제지시켰다.
“가만 있게. 아직 각성이 이루어지지 못했었구만. 지금 태의 사념이
저 아이의 사념을 제압하고 있을 테니.. 좀 기다리게나. “
천제는 이런 일이 있을줄 예상을 했다는 듯이 말을 했고 노인은
놀란 얼굴로 반문을 했다.
“천제시여! 허면 인간으로서의 태자마마의 사념은 사라지는 것이
옵니까? “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태가 인간으로 환생했을 때 태의 영혼을
지배하던 사념은 이제 곧 태의 사념에게 제압당해 소멸되게
될 게야. 어쩔 수 없는 일이야. “
강운은 한동안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지르다가 이내 몸이 축 늘어진
상태로 혼절하고 말았다.
“천제시여! 태자마마를 방으로 모셔가야 하지 않을지.. “
“오래 걸리지는 않을걸세. 그냥 지켜보는 게 좋겠군. “
노인은 천제의 말을 듣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걱정스러운 표정으
로 강운을 쳐다봤다.
한편, 혼절한 강운은 지금 너무나 생소하지만 어떻게 보면 원래부터
자신과 함께 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친숙한 어떤 무엇과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꺼져라! 인간! 더 이상 내 영혼을 지배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
마침내 강운의 의식의 저편에서 자신과 똑 같은 모습이지만 너무나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나타나 강운을 핍박하기 시작했다.
[넌 누구야? 왜 나를 괴롭히는 거지? ]
강운은 그 기세에 밀리지 않고 자신의 의식 속에 나타난 사람처럼
모습을 형상화 시켰다.
[오호! 제법이군! 하지만 좋은 말로 할 때 당장 사라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너 같은 미천한 것들과 상대할 내가 아니다. 나는 천계의
태자이다. 너 같이 미천한 인간과 상대할 만큼 한가하지가 않아!]
어두컴컴한 공간에 강운과 또 다른 강운의 모습인 태자가 서로를 노
려 보며 대치하고 있었다.
[웃기는 소리! 너야 말로 당장 사라져 버리란 말야! ]
강운은 태자에 대한 알 수 없는 적개심에 지금껏 누구에게도 써보지
않았던 자신의 모든 기운을 개방하여 태자에게 압력을 가했다.
태자도 강운의 엄청난 기운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순식간에 모습을 감
추어버렸고 간발의 차이로 태자가 머무르던 공간이 그대로 조각조각
균열이 생기면서 소멸되어 버렸다.
한참 뒤에야 모습을 드러낸 태자는 가슴에 주먹만 한 구멍을 낸 상태
로 강운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쿨럭.. 미, 믿을 수 없다! 어떻게 네까짓 놈이 이런.. 큭 ]
무릎을 꿇은 태자는 허망한 눈빛으로 강운을 노려보았다.
[내가.. 그동안 네 놈 때문에 의식 저편에 갇힌 상태로 그 오랜 세월
을 이날이 오기만을 참고 기다렸었는데.. 어찌.. 어찌 이럴 수 있단 말
이냐!! ]
태자는 이성을 상실했는지 앞뒤 가리지 않고 빛의 구를 만들어 사방
으로 쏘아붙였고 곧 이어 엄청난 굉음을 내며 폭발하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태자의 공격은 분명 위협적인 것이었지만 이미 이성을 상실해 마구잡
이로 뿌려대는 공격에 맞을 만큼 강운이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강운은 무심한 눈길로 발광을 하고 있는 태자를 쳐다보다가 손을
들어 올린 상태로 입을 열었다.
[너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사라져 줘야겠어. ]
강운이 말을 끝내자마자 강운의 손끝에서 생겨난 광선이 태자를 향
해 긴 선을 그리며 쏘아져 나갔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