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집에 앉아 텔레비전 채널을 돌린다. 뉴스는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신선하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채널을 돌리다가 MBC 〈나 혼자 산다〉를 봤다.
혼자 어떻게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취미도 없고 그렇다고 늙은 나이에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기에 홀로 태양을 매일 서산으로 넘기는 게 힘들다.
고독과 외로움, 쓸쓸한 노인이 어디 나뿐이겠는가.
마음 기댈 곳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돌봄을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많은 사람이 노년의 삶의 가치를 올바로 세우는 게 과제일지도 모른다.
‘외롭지 않을 권리’가 특정인에게만 주어진다면 불공정한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늦은 감은 있지만 2014년부터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인 ‘생활 동반자법’은 생활 동반자 관계를 맺은 사람이 국가에 등록하면, 이에 따라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복지 혜택을 보장한다. ‘생활 동반자법’은 고독과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돌봄’에 대한 법이다. ‘생활 동반자 관계’란? 두 사람이 합의로 함께 살며 서로 돌보자고 약속한 관계다.
혈연이나 혼인으로 맺어진 전통 가족 관계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세대와 관계없이 1인 가구는 개인주의, 자유, 독립성 등의 키워드(key word)와 함께 논의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자료에는 ‘혼자 생활하는 것보다 가능한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좋다’는 질문에 66.2%가 ‘매우 동의’ 한다고 답했다.
홀로 산다는 게 외롭고 쓸쓸하다는 이야기다.
1인 가구는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에 1인 가구는 222만 가구로 전체의 15.5%를 차지했는데, 2017년에는 562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28.6%가 되었다. 2015년 이후부터 1인 가구는 대한민국의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다. 인구 대비로는 국민의 11.6%가 혼자 산다. 2000년에 5.0%가 혼자 살았는데 17년 만에 232% 증가한 것이다.
1인 가구 하면 흔히 20, 30대를 떠올린다. 그러나 통념과 달리,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늘어나는 세대는 65~ 75세 이상 노인층이 절대적으로 많은 수를 차지한다. 2019년에는 1인 가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25.1%인 150만 가구에 달했지만, 그 수는 가파른 속도로 증가했다. 20, 30대 1인 가구는 수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1인 가구 전체 중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노인 세대가 늘고 있다.
특히 중노년층은 결혼 포기, 사별, 저소득으로 인한 이혼 등 자신이 원하지 않은 이유로 1인 가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는 수 없이 혼자 살다 보니 박탈감과 정서적인 공허함을 더욱 크게 느낀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는 고독사는 노년 1인 가구에서 주로 발생한다.
2018년 7월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있었다. 혼자 살던 76세 남성이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소방관이 문을 따고 들어간 집안에는 플라스틱 소주병 수십 개가 이불과 함께 나뒹굴고 있었다. 그의 집 우편함에는 전기요금 미납으로 전기 사용이 제한된다는 고지서와 카드대금 독촉장이 쌓여 있었다. 단절된 인간관계, 사회적 고립, 경제적 위기, 의식주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무기력, 알코올의존으로 이어지는 1인 가구 돌봄 공백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노인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일본 역시 2050년이면 독거노인 가구 비율이 전체의 20%를 차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오는 2050년엔 1,080만 명의 일본 노인이 혼자 살게 돼 전체 가구의 20.6%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독거노인 비율은 2020년 기준 13.2%를 차지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50년에는 남성 고령자 중 59.7%, 여성 고령자 중 30.2%가 독거노인으로 보았다. 형제, 자매, 자식이 있더라도 2050쯤에는 기혼, 사별, 별거 등 '나 홀로 어르신' 가구 비율이 증가하고 형제나 자매의 수도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나라는 인구 소멸 국가 1위다. 저출산 1위, 인구 감소 1위, 노인 증가율 1위, 노인빈곤율 1위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