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작성: 박경훈
1. 내용
소설의 첫 페이지는 이렇게 출발한다. 독일의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간염에 걸린 한 허약한 소년이 하교 도중에길에서 ‘구토’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한 여인이 이 소년을 도와준다. 소년은 미하엘 베이크로 15세 고1 학생이고, 여인은 36세 한나 슈미츠로 직업은 전차의 차장이다. 소설은 총 3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는, 소년과 여인의 만남에서 사랑을 맺기까지의 과정과 그들만의 의식을, <책 읽어주기-샤워-사랑 행위-잠시 같이 누워있기> 를 농염하게 묘사한다. 허약했던 소년은 삶의 활기를 찾고 그녀를 만나기 위한 조건으로 제시된 <공부하기>를 열심히 한다. 사랑이 소년의 삶에 의욕을 불어 넣어준다.
부활절 연휴에 둘은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 하루는 미하엘이 한나를 기쁘게 해주려고 탁자에 메모를 남기고 외출하여 아침 식사와 장미를 갖고 돌아왔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그녀는 가죽 허리띠로 소년, 미하엘을 때린다. 왜 이런일 벌여졌는지는 후일 알게된다. 한나의 도발이었다는 것을. 소설이 제공하는 복선이 주는 묘미이다.
미하엘은 한나와의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그녀의 모든 것을 수용한다. 전전긍긍하는 일도 있지만 그저 행복할뿐이다. 그러던 중 위기가 찾아온다. 어느 날 한나가 미하엘이 친구들과 어울려 수영하는 곳에 불쑥 찾아온다. 뜻밖에도 미하엘은 한나를 외면한다. 그는 왜 그랬을까? 한나는 다음날 그녀가 살던 곳을 떠난다. 이들의 불타는 사랑도 여기까지인가.
2부에서 그들의 인연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인간에겐 과거와 역사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적 특징이 있다는 점을 서사화하고 있다. 소년, 미하엘은 그동안 법대생으로 성장하였고 세미나 준비를 하고있다. 한편, 한나는 나치 수용소 감시자의 피고인으로 기소되어 있었다. 두사람은 법정에서 극적으로 운명적인 재회를 한다.
재판장과 한나의 대화에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유사한 장면이 등장한다. 재판장, “당신은 당신이 수감자들을 죽음 속으로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까?” 한나, “아뇨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이 왔고, 이전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해야 했습니다. 재판장님 같으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 한나는 법정에서 자신의 형량을 줄일 수 있는 기회인 필적감정을 거절한다. 문맹이었던 그녀.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끔직히도 싫어했던 한나. 결국, 그녀는 기소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되고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미하엘은 안타까운 마음에 부친인 철학 교수(칸트와 헤겔을 가르치는)와 상담하지만 시원한 답변을 받지는 못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들이 좋아하는 것보다 우위에 놓지마라.”는 부친이 건넨 답변의 의미는 무엇인가.
한나를 이해하려고 슈트르트호프 강제수용소를 찾아가는 미하엘. 운전기사와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나치 전범들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유대인을 죽이든 살리든 관심이 없었다. 그저 죽이는 것이 일이었다.”
3부에서는 미하엘이 감옥에 있는 한나에게 다시 책을 읽어주는 남자가 된다. 정기적으로 책 읽기가 녹음된 테이프를 그녀에게 보내고, 4년 뒤에 그녀에게서 첫 편지를 받는다. 미하엘은 감동한다. 그러나 한편, 미하엘은 한나와의 밀착에 부담을 느끼게 되고, 가깝고도 먼 상태로 한나를 의식한다.
한나는 18년간 감옥에서 수형생활을 한다.사면허가를 받기 일주일 전 교도소장이 미하엘에게 편지를 보내 한나의 출소 후 사회적응을 부탁한다. 출소 전날 한나가 자살했다는 뜻밖의 소식이 전해진다. 미하엘은 교도소를 방문한다. 한나의 책꽂이에는 강제수용소에 관한 책과 글들 그리고 자신의 사진이 놓여있음을 발견한다. 한나의 사랑이 가슴 깊이 스며드는 미하엘. 교도소장은 한나가 미하엘의 편지를 기다렸다는 말까지 전해준다.
한나는 유언을 남겼다. ‘자신이 모은 돈을 본인 기소 건의 피해자 중에서 생존자에게 기탁 해 달라’에 따라 미하엘은 생존자를 찾아간다. 생존자의 권유에 따라 한나의 이름으로 ‘문맹 퇴치를 위한 유대인 연맹’에 송금하며 한나의 유언을 실현시킨다.
말미에 소설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미하엘은 “나는 조그만 벽감 하나를 내주었을 뿐 나의 인생의 어떤 자리도 그녀에게 내주지 않았다.”고 자책한다. (그래서 인지)그녀와 함께했던 시간을 글로 남긴다고.
2. 감상
1) 구토를 소설의 시발로 삼은 것에서 사르트르의 <구토>를 연상케 하는 작가의 의도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이중성과 허위에 대한 고발의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서.
2) 나치 전범의 전력이 있는 연상의 여인을 사랑하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특별한 에로스적 요소를 동원해서
청산되지 않은 과거를 드러내고 알리는 점은 작가의 탁월한
능력이다.
3) 한나 슈미츠는 문맹을 극복하면서 사유하는 인간으로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 그녀의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
- 도서관 운영비용 감축안이 철회될 때까지 단식투쟁을 하고
- 문제가 발생하면 그녀에게 조언을 구하고
- 논쟁에 개입하면 그녀가 내린 결정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참고도서: 베른할르트 슐링크 · 김재혁 옮김, 『더리더』, 이레, 2004년
첫댓글 선배님 글 즐감했습니다.
이 책이 과제로 나왔으면 좋았겠다싶네요.ㅋ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