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선 아 리 랑
말 없음표
남해 금산에 잘 앉은 보리암,점점이 박힌 한려수도,그런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문장 속에 들어가는 온갖 부호를 다동원해서 찍고 삽입해도 흡족한 표현이 안될때
가 있다, 표현의 한계가 느껴질 때는 말없음표와 같은 묵묵부담이 최적임을 느낀다,
골마다 얽히고 설킨 산의 무수한 입김, 운무 서린 바다쪽으로 천지상조 되듯이
발산되는 빛들을 바라보니 막힌 가슴이펑 뚫린다, 키 작은 산 죽을 휘말며 넘나드는
고지의 바람들, 이끼를 흡빨고 있는 산 같은 바위의 무던한 굄성, 비바람에터진
속살을 감추지 못하는 아름드리 크기의 소나무 기둥에서 흘러간 세월이 무색하고
당당하다, 나무 사이로 흔적 없이 왔다가 산바람에 휩쓸려 뜀 박질해도 인간은
아무래도 자연에게만은 불가항력이다,
해돋이를 방해하는 양털 구름이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시야로 빨려 오는 것 모두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미세한 움직임에 환한 하루가 열린다,순간순간 변해 가는 빛의
굴절을 누구도 감히 어쩌지 못하고 생각을 놓고 바라본다, 수용의 자세만 허락할 뿐
붉은 우주의 눈부심과 코끝에 와 닿는 신선한 냉기는 망부석이 된 바위 한테도 생명
을 불어넣는 힘을 느낀다, 우주의 에너지에 욕심난다,
남해의 보리암에서도 우리나라 지도의 호랑이 꼬리 부분의 구룡포,호미곶,대보항
으로 발길을 옮긴다,육당 최남선 선생이 조선 10경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
장소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 새 천년에는 온 국민이 서로 화합아여 잘살자고육지에
왼손, 바다에는 오른손을 서로 마주보게 하여 무한을 향해 도약의 힘을 치밭들고
있는 상생의 힘을 보라,
풍어를 기원하는 포항의 동해별신굿과 고기잡이 나갔다가 죽은 사람을 위한 사령
(死靈)굿과 오구굿도 바다를 생활 터전으로 여기는 피맺힌 한이 예사롭지 않다,
연오랑과 세오녀의 일월지(지금은 해병 부대 안에 위치)에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전설, 호랑이 꼬리라 불리는 곳에 장기곶 등대, 망망대해가바위를 잘금잘금 갉아
먹고 있어도 누구 하나 안타까이 여기는자 없다,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한 것이니
그 혜택을 입고 살면서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다,주어진 만큼만 누리며 욕심하고
는 거리가 먼 어촌 사람들의 마디 굵은 손에서 험난한 파도같은 알짜배기 삶의 흔적
을 본다,진한 사랑 냄새다,집집마다 허물어져 가는 담벼락에 오징어 피대기가 집을
지키고있다, "영일만 친구"가 넘실대는 향수 짙은 곳,포항제철의 웅장한 기계음이
동해를 잠식한다,굽실거리며 밀려오는 음흉한 파도는 문명 앞에서 멈춘다,
대도시 같은 불바다를 이루고 있는 포철, "아주까리 포항 부두"는 시절 따라 분위기
좋은 찻집이즐비하고 짠해 오는 노래 구절이 온천과 민속박물관이 옛이야기를
하듯 버젓이 몸 놓고 있다,이끼 핀돌에 새겨진 가사 한 자 한자의 가락들이 흐르는
세월에만 지워진 것이 아니라 무관심과 약삭 빠른인간 심성에 애절한 사랑까지
잊으버린 것이아닐까,
연락선 떠나면서 울어 버린 고등어
어이해 한숨이냐 어이해서 눈물이냐
실버들 세월 따라 떠나 버린 그 사랑이
아주까리 포항 부두 울어울어 날 부르네
아주까리 포항부두가 세월에 묻힌 숨은 사연을 말해 무엇하리,애잔한 여인네의
치마꼬리 놓으면서 험한 파도 헤치며 생사를 내 맡기며 떠나가야 하는 남정네의
절절한 품에 고이는 눈물을 누가 알아 닦아주리, 이제는 눈물 젖은 연락선의 고통
소리도 없다, 아주까리 포항 부두의 낡은 이름이 전설인 듯 무심한 발길로 스쳐가는
흔적 흔적들, 잊고 사는 것에 숙달된 삭막함,유명무실함, 명목아래 만끽하고 사는
우리네,
깊이와 폭도 없이 단순한 생활에 푹 젖어 맛있는 음식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일상
에서 헤어나지 않으려고 발길을 막는 자신들, 현대인들은 고뇌하는 것 자체를
스트레스라 착각하고 단호히 거부한다, 얼마간의 부를 충족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을 성공의 잣대라 믿는 계층들, 산과 바다는 이 모두를 말없이 방종하고 있다,
문무대왕 수중묘를 지나 강구, 영덕,후포 동해안을 따라 늘비한 항구에는 밤새 작업
한 어족들을 풀어`내리느라 닻을 내린 고깃배들, 해돋이도 아직 먼데 낮 밤이 따로
없이 촉을다투며 생물을 정리하는 분주한 삶의 현장,막 건져 있을 일만 아니다,
포구의 인심과 웃음을 덤으로 엊어 주며 갯바람과한 몸이 된 그들, 넓고 평탄한 모래
들처럼 후덕하고 흥정도 경매 보듯 화끈하다, 영덕게, 고래고기, 새우, 소라등을
발길멈추는 곳에서 삶고, 굽고, 끓인 안주에 해풍을 방석 삼아 한잔하고 남해 금산
에서 해수관음보살의 미소 한 자락 슬 쩍해 온 것을 말없이 휘이휘이 뿌린다,
해무를 헤치고 아주 다소곳한 남해의 일출과 동해의 일출이 한순간 불쑥 올라온
밝음의 세계. 순간과 순간이 곧 영원이니 나는 순간에 살고 영원에도 살고 있다,
수평선 위에 여러 개의오색무지개 띠가 행주치마 두른 엄마처럼 든든하고 푸근하다,
산이나 바다나 아늑함 천지에 가득하니 몽롱한 환상이 잠시 무릉도원이다,
동해의 해돋이는 출렁이는 물결로 멀미가 난다, 자연 앞에서는 조용히 말문 닫고
순응과 겸손한 자세만이 최상의 현명함이다, 인간이 아무리 강한 척 하려 해도
자연 앞에서는 부인 못한다, 파도와 산 죽 바람이 휩쓸고 가버린 모래 바닥과 아찔
한 바위 앞에서 작은 발자국 하나 남겨 두고 나는 뒷걸음친다, 금새 파도가 밀려와
그 흔적조차도 휩쓸어 가 버린다, 인간의 흔적은 물거품임을 바다가 증명 해준다,
그래도 한 세상 살다 간다고 나무와 물과 의연하게 동화된 이 순간만은 잔잔한 바다
표면처럼 한없이 편안하다,
산과 바다를 접하고 살지만 그 품에 안길 때마다 늘 새롭게밴덕 심사를 지닌 인간
이지만 이런 행운을 안고사는 게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우르르 밀려와 마음 풀어
놓고 훌적 떠나 버리는 한려의 물 부스러기나 동해의 거친 파도를 보면서 마음
한가운데 뭉텅한 연필심에 침묻혀 말없음표를 꾹 찍어며 자리를 뜬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