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1일, 대책위의 요청으로 국회 의원회관 김영록 의원실에서 간담회(대책위 박근실 외 5명, 김명노 보좌관, 문봉수 한전 전력계통처장, 지경부 엄찬왕 전력산업과장, 진도군청 직원 2명 등)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2009년 진도 육지부 지중화 발표 당시 HVDC건설소장이었던 문봉수 전력계통처장이 "철탑 가공선로에 비해 지중선로 공사비가 훨씬 싸다고 판단해서 지중화로 갔다"고 말했다. 이는 그 동안 한전과 LS, 하청업체 (주)한백이 '진도군과 대책위가 원해 어쩔 수 없이 철탑보다 수 백 억이나 비용이 더 드는 지중화로 계획을 바꿨다'고 주장한 것과는 배치된다.
문봉수 전력계통처장은 "진도군민들의 민원에 밀려서 철탑에서 지중화로 간 게 아니다. 그 동안은 철탑을 이용한 가공선로를 지중화하려면 24가닥으로 가야 하는 전력구식으로 해야 했지만, 계통을 바꿔 6가닥으로 보내는 게 가능해 지금의 직매식과 관로식을 병행한 방식으로 매설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진도에서 처음 시도되는 지중화 방식은 철탑 가공선로로 가는 것보다 비용도 3분의 1밖에 들지 않는 획기적인 기술이고, 이 아이디어는 내가 냈다"며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문 처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한전이 내세운 '지중화로 가게 된 이유'가 거짓말이었을 뿐만 아니라 LS전선과 하청업체 (주)한백이 주민들을 민·형사상으로 고소하면서 제시했던 근거마저도 거짓인 셈이다. (주)한백은 지난 3월 9일 해남법원에서 있었던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 공판에서도 "철탑에서 지중선로로 가면 비용이 수배 더 드는데도 주민들이 원했기 때문에 우리는 손해를 감수하고 지중화로 갔는데, 주민들이 공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한전은 여러 경로를 통해 철탑보다 지중화 공사비가 수백 억 더 소요된다고 홍보해 왔다.
공사 진척 실적 또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한전과 (주)한백은 주민들의 공사방해로 전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문 처장은 "전체 공정의 80%를 차지하는 해저케이블 설치 작업이 조류와 태풍 때문에 중단되었다. 태풍이 오자 케이블 포설선이 도망가 버려 현재 중국에서 포설선을 섭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이 자신들의 부실 공사 원인을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초고압 케이블에 전자파 차폐 장치 없다">
문 처장은 "전력 케이블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에 대해 차폐한다는 의미일 뿐 전자계(전자파)를 차폐한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동안 한전 관계자들은 지중 매설되는 초고압 케이블이 전자파를 차폐하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전자파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문봉수 전력계통처장이 진도에서 HVDC건설소장으로 있던 2009년 3월에도 당시 진도군대책위 집행위원장에게 지중화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진도군 대책위 관계자는 “전국 200여 곳에서 초고압 송전선로 문제로 분쟁이 일고 있는데, 이처럼 한전과 공사업체가 관리청이나 지역주민들을 우롱하는 곳은 진도뿐”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저들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시공할 수 있다’는 지중선로 공법이 무엇을 말하겠는가? 도시지역에서 안전에게 시공되는 ‘전력구식’이 아니라 전기안전공사에서도 우려를 표명한 싸구려 직매식이 아닌가? 결국 저들은 진도군수와 담당 직원들, 군민들을 속이는 사기공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봉수 전 HVDC건설소장 녹취록>
“진도에 저비용으로 지중화를 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안을 며칠 전에 내가 직접 만들었다. 한전본사와 중부건설처장과 사전에 의논한 사항이 아니지만, 내가 올라가서 자세히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하겠다. 진도군민의 희생을 막는 길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아이디어를 생각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전은 154kv 전력을 진도에 지중화할 예산과 기술이 없었다. 그것은 24가닥인 케이블을 지중화할 수도 없었고, 했을 때 유지 보수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일주일 동안 묘책을 만들려고 많은 고생을 하였다. 24가닥을 6가닥으로 줄여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내가 찾아냈다.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육지 지역의 계통도를 바꾸고 보니 해답이 나왔다. 건설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여서 시공할 수 있으니 본사에서도 특별히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건방지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한전 내부에서 이 분야를 잘 아는 엔지니어는 아주 극소수다. 지난 번 위원장을 만나고 난 뒤로 철탑으로는 도저히 진도를 통과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였고, 숙소에서 잠을 자다가도 일어나 계속 연구를 하였다. 왜 지금에 와서야 이런 방법을 제시하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이것만큼은 믿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