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정태수 열사 10주기를 맞아 유가족과 활동가들이 1일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김병태 회장이 10주기 추모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장애해방을 위해 헌신했던 정태수 열사 10주기를 맞아 유가족과 장애인활동가 1백여 명은 3월 1일 늦은 5시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강당에서 '정태수 열사 10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이날 추모제에서 매년 으뜸 활동가나 단체에 주어지는 정태수상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이 공동 수상했다.
이날 추모제에서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김병태 회장은 "정태수 열사가 우리 곁을 떠나기 10년 전의 활동은 장애해방의 주춧돌을 놓기 위한 준비 시기였다"라면서 "그로 인해 우리는 지난 10년 길거리에서 많은 투쟁을 진행했고, 한강대교와 강변북로를 기어가면서 우리가 요구한 법안을 현실화해낼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10년은 영화 '도가니'로 말미암아 재조명된 장애인 시설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탈시설을 통해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지역의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것이 향후 10년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정태수 열사의 형 정근수 씨는 유가족 인사에서 "10년 전 태수를 보낼 때 마석 모란공원에는 눈보라가 몹시 불었었다"라고 회상하면서 "10년이면 짧지 않은 세월인데 이렇게 태수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에게 유가족 대표로서 감사드린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추모사를 맡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추모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장애인복지관이 저와 태수가 처음 만난 곳이었다"라면서 "이 복지관에서 태수를 만나 장애인운동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소개했다.
박 상임 공동대표는 "돌아보면 태수가 남기고 간 장애인 차별 철폐 정신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현장에서 투쟁해오고 있지만,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던 태수의 마음은 이어받지 못한 것 같다"라면서 "올해에는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나보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전국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연대 김명운 의장은 "10년이라고 하면 길게 생각되는데 장애인에게 지난 10년은 정신없이 투쟁하고 관련 법안을 만들어내는 등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라면서 "이제 앞으로의 10년은 앞만 보지 말고 옆과 뒤도 돌아보며 정태수 열사가 분노했던 이 땅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사회 전체의 모순을 바라보고 이 땅에 고통 받는 민중들과 함께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열사를 기억하고 있는 선후배 활동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정태수 열사의 형 정근수 씨. |
▲추모제가 진행되는 동안 연신 눈물을 훔친 열사 유가족. |
한편 이날 추모식에서는 올해 정태수상 시상식이 열렸다. 10회 정태수상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경기장차연)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아래 발바닥행동)이 공동 수상했다.
10회 정태수상 수상단체로 선정된 경기장차연은 지난 2006년 9월 경기도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제도화투쟁농성을 시작으로 수원역 리프트 추락 참사 규탄 기자회견 투쟁, 경기도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조례제정 투쟁 등을 벌여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김문수 도지사를 상대로 이동권과 교육권 등 경기도장애인생존권확보를 위해 두 차례에 걸쳐 90여 일간 수원역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공동수상 단체인 발바닥행동은 지난 2005년 '장애인시설인권실태조사' 참가, 2006년 성람재단 비리 관련 종로구청 앞 노숙투쟁,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과 시행령, 시행규칙 마련을 위한 활동 등을 벌였다. 또한, 지난해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투쟁에 함께하는 등 지속적으로 시설비리투쟁과 중증장애인의 탈시설, 자립생활 운동에 헌신해왔다.
정태수상심사위원회 박래군 심사위원(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은 "경기장차연은 의정부, 오산 등 한곳에서 집결하기 어려운 지역적인 한계에도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90일 천막농성을 벌였고, 자치단체별 이동권 투쟁을 진행하는 등 모범적인 활동을 펼쳤다"라고 소개했다.
박래군 심사위원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은 성람·석암 재단 비리척결 노숙투쟁과 미신고 시설 실태조사, 탈시설 장애인 주거권 투쟁, 사회복지서비스 변경 신청 등을 진행하고 탈시설네트워크 '이음'과 탈시설정책위원회에도 함께하며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정태수 열사 정신을 계승했다"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정태수상 심사위원인 인권재단 사람의 박래군 상임이사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여준민 활동가에게 10회 정태수상을 주고 있다. |
▲10회 정태수상을 받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형숙 대표. |
경기장차연 이형숙 상임대표는 "경기장차연이 스스로 평가하기에 작년의 투쟁은 성과 면에서 미약하다고 판단했다"라면서 "그러나 성과도 중요하지만,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고 동지들이 경기장차연의 활동을 기억해 준다는 것에 더욱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발바닥행동 여준민 활동가는 "과거 우리의 투쟁은 여러 단체의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면서 "민주통합당이 올해 총선공약으로 탈시설·자립생활 중심으로 장애인정책을 전환한다고 발표했는데, 자립생활과 관련해 발바닥행동이 더욱더 가열차게 관련 내용을 준비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참가자 1백여 명은 열사의 제단에 헌화와 분향을 하는 것으로 이날 추모제를 마무리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노동가수 박준, 지민주 씨가 열사를 추모하는 노래로 함께했다.
한편 정태수 열사 10주기를 맞아 1일 이른 11시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는 활동가 80여 명이 열사 묘역을 참배했다.
▲정태수 열사 영정에 헌화하며 눈물을 흘리는 열사의 부모. |
▲유가족과 활동가들이 줄지어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
▲이어지는 헌화 행렬. |
▲정태수 열사 영정에 쌓인 국화와 촛불들. |
▲정태수 열사 10주기를 맞아 이른 11시 마석 모란공원 열사 묘를 찾은 활동가들. |
▲정태수 열사 유가족과 선후배 활동가들이 열사 묘에 헌화했다. |
▲줄지어 헌화하고 있는 활동가들. |
▲분향과 헌화를 마친 정태수 열사 묘역.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