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史記 42회]
☆鴻門之宴☆
홍문지연(鴻門之宴)이란 홍문의 잔치를 말하는데 진나라 함양을 공격하던 중에 홍문이라는 곳에서 항우와 유방이 만나 연회를 했던 이야기입니다.
진나라를 토벌하기 위해 궐기한 세력 중 항우가 거느리는 군사와 유방이 거느린 군사가 가장 강력했고 그 중에서도 항우가 거느린 군사가 강군이었습니다.
거기다 항우는 초나라 귀족 출신이고 유방은 초나라 패현이라는 시골에서 면장 정도하는 말단 공직자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유방은 항우의 기세에 눌러 지내는 수준이었습니다.
다행히 유방의 휘하에는 소하(蘇河)와 장량(張良)과 한신(韓信)이라는 유능한 부하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군사력 동원면에서는 항우에게 약했으나, 진나라 수도 함양은 먼저 점령하는 수완을 발휘하였습니다.
함양을 먼저 점령한 유방은 진나라 마지막 임금인 자영(子瓔)으로부터 항복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여기다 진을 치고 놀아볼까 하는데 장량이 말렸습니다.(원래 유방은 패현에서도 말이 면장이지 건달이나 다름없이 낮술이나 마시고 작부들과 노는 것이 취미였음)
유방의 그런 버릇을 잘 아는 모사 장량이 "비록 초나라 회왕이 함양을 먼저 점령한 장군을 관중왕에 봉하겠다고 하셨지만, 항우는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머물면 항우의 의심을 받게되고 그러면 항우와 싸우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힘을 기르기 전까지는 참아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군사를 함양 외곽인 패상으로 물리고 항우를 기다립시다."라고 건의하였습니다.
듣고보니, 일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영을 옥에 가두어 놓고 아방궁 등 주요 건물은 봉인을 하여 도둑질을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놓고 40리 밖 패상으로 물러나 항우를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 유방은 약법삼장(約法三章)을 발표하여 백성을 위무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평화롭게 살도록 하였습니다.
약법삼장이란 *사람을 죽인자는 죽인다. *사람을 다치게 한 사람은 그만큼 다치게 한다. * 도둑질 한 사람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한다. 이 세가지였습니다.
한달 쯤 지나 항우가 홍문에 도착하였습니다.
항우가 홍문에 도착해보니, 유방이 이미 함양을 점령하고 스스로 관중왕이 되어 우쭐대고 있다는 나쁜 소식을 유방 밑에 있는 조무상이 전해 왔습니다.
항우는 유방을 죽이겠다고 길길이 날뛰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모사 범증이 "유방은 아주 기질이 나쁜자로 금은보화를 다 차지하고 용상에 앉아 왕이 된 것처럼 거드름을 피우고 있습니다. 내일 불러서 죽여 없애야 합니다."라고 활활 타는 장작불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귓전으로 이 말을 들은 항우의 작은 아버지 항백이 그날 밤에 패상으로 달려가 친구 장량을 만나서 범증과 항우가 나눈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깜짝 놀란 장량은 즉시 항백을 대동하고 유방의 침실로 들어가 항백이 전해준 이야기를 하고 대책을 논의하였습니다.
유방은 항백에게 "내가 함양성을 먼저 점령하기는 했으나, 모든 곳간과 궁궐의 문은 폐쇄하여 일절 사람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해놓고 항장군이 오시면 받치려고 기다리고 있소. 그래서 나는 이곳 패상에 물러나 있는 것이 아니오 . 그러니 돌아가시거든 잘 말씀드려 주시오."라고 전했습니다.
항백은 그길로 되돌아가서 항우에게 유방은 전혀 사심이 없고 오히려 귀공에게 받치기 위해 궁문과 곡간을 전부 폐쇄해 놓고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니 그를 죽인다느니 하는 일은 하지않기를 바랍니다."라고 하니 항우는 알겠다며 받아들였습니다.
유방은 이튿날 장량ㆍ 번쾌와 함께 100여명의 경호원을 대동하고 항우가 있는 홍문으로 출발하였습니다.
홍문에 도착한 유방은 항우에게 사죄한 다음 "항왕(항우)과 저는 다 같이 진나라를 무찌르는 일에 협력하여 천신만고 끝에 함양을 점령하는 성과를 달성하였는데 누가 조금 일찍 오고 늦게 오는게 무슨 대수입니까? 저는 먼저 오기는 하였으나, 항왕에게 모든 영광을 드리기 위해 아방궁과 곡간은 만져 보지도 않고 폐쇄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항왕과 저를 이간질 하기 위해 허위보고를 한 불순한 자가 있는 모양인데 이 자를 찾아내어 처벌해 주십시오."라고 역공을 폈습니다.
그러자 순진한 항우는 대단히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귀공의 휘하에 있는 조무상이 나에게 전해준 것이오."라고 말해버린 것입니다.
유방은 이를 갈았습니다.
이 사건을 보더라도 인간사는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상대하는 적도 무섭지만, 내부의 적이 더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둘의 대화가 끝난 후 항우는 유방을 위로하기 위해 연회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항우는 북쪽에 앉고 유방은 남쪽에 앉아 술잔이 오고 가는데 항우의 모사 범증이 항우에게 손을 들어 휘장 뒤에 숨겨놓은 칼잡이들로 하여금 튀쳐나와 유방을 살해하라는 싸인을 세번이나 보냈으나, 항우는 모른척 하고 계속 술만 마셨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항장에게 연회 분위기를 위해 칼춤을 추라고 하면서 귓속말로 춤을 추다가 유방 앞으로 다가가 찔러 죽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항백이 함께 춤을 추겠다고 칼을 들고 연회장 가운데로 들어가 항장과 함께 춤을 추며 항장이 유방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장량은 밖으로 나가 번쾌를 데리고 들어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였습니다. 인상이 험악하고 산돼지 같은 번쾌가 들어서자, 우선 항우부터 기가 질렸습니다.
이때 장량이 유방의 소매를 끌고 화장실 간다는 핑게를 대고 밖으로 나가 빨리 패상의 진영으로 도망가라고 일렀습니다.
자리로 다시 돌아온 장량은 "패공(유방)은 술이 취하셔서 실수 할까봐 인사도 여쭙지 못하고 패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송구하옵니다."라며 준비해 온 선물을 올리고 장량도 빠져나왔습니다.
이 때 모사 범증은 항우를 향해 속으로 "저런 병신 같은 놈을 왕이라고 모시고 있는 내가 바보지, 항우는 반드시 천하를 유방에게 빼앗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유방의 포로가 될 것이다."라며 낙담하였습니다.
패상에 도착한 유방은 조무상을 찾아 목을 베었습니다.
그로부터 몇일 뒤 항우는 함양으로 들어가 이미 항복한 자영의 목을 베고 궁전에 불을 지르니 아방궁은 석달동안 화염에 싸였습니다.
홍문의 잔치는 근ㆍ현대까지 정치판에서 종종 있어왔던 좋지못한 흑역사입니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