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위해 생각하라, 질문하라!
1.
나는 부럽다. 딸 셋인 친구가 제일 부럽다. 딸이 셋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부러울 따름이다. 주변에 아들만 셋 있는 선교사 가정이 둘 있는데, 그들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딸을 셋이나 둔 그 친구는 진정한 승자(winner)이다. 그런데 딸이 아닌 아들로 인해 부러운 사람이 있으니, 바로 이 책의 저자 김기현 목사님이다.
<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요>는 아버지(김기현 목사)와 아들(희림)이 주고받은 편지글이다. 고 3인 희림이가 아버지에게 기독교 신앙의 여러 주제들에 대해 편지로 묻고, 아버지가 그에 답장하는 형식이다. 신앙과 삶에 대해 이 정도로 사유하고 질문할 수 있다는 게 놀랍고 기쁘다. 그의 독서력을 보면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말이 틀린 게 아닌가 보다. 아들의 편지를 보며 아버지는 얼마나 흐뭇하고 대견스럽고 기뻤을까! 입가에 미소짓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2.
이 책은 총 10개의 주제를 다루는데, 재미있게도 아래와 같이 배열해볼 수 있었다.
악
기적
인간
기도
종교다원주의
성경
예정
돈
과학
천국
악과 천국, 기적과 과학, 인간과 돈, 기도와 예정, 종교다원주의와 성경. 이렇게 짝을 지어보면 분산된 주제들이 각각 노는 것이 아니라, 상호 관계 속에서 더 깊은 내용들을 생각하게 해준다. 희림이의 질문 주제들 중에서 핵심을 꼽으라면 ‘종교다원주의’와 ‘성경’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오늘의 현실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종교다원주의)이고 그 현실을 살아가는 나침반(성경)이기 때문이다.
3.
오늘날 청소년 사역은 교회 사역에서도 3D 업종이라 할 수 있다. 찬양 시간에 핸드폰을 보고, 예배 시간에 자고, 분반공부 시간에 귀찮으니까 말시키지 말라고 하는 등, 존경과 권위는 기대도 안하는데, 듣는 시늉도 안하니 미칠 지경이란다. 다 독사의 자식들이 된 것인가, 이 세대와 함께 교회는 망하고야 말 것인가. 한국 기독교는 서구 기독교처럼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인가하는 비관이 무섭게 엄습한다고 한다.
희림이는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준다. 청소년들이 묻고 있는 질문, 듣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악의 문제에 침묵하고 계세요...하나님께서는 왜 이렇게 마냥 보고만 계실까요? 하나님께서는 도데체 언제쯤이나 악을 무찔러주실까요?” 세상의 악을 보면서 침묵하고 외면하며 개인적이고 내적인 영성에만 치우쳐 살아온 어른 세대에 비해 요즘 청소년들은 과감히 묻는다. 그렇게 그들은 하나님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교회는 그러한 청소년들의 질문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무조건 믿으라고 한다. 그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믿음이라고. 그러면서 뭔 말인지 이해도 안 가고 재미도 하나도 없는 교리를 그들의 머릿속에 주입하려고만 애써왔다.
그러나 기독교는 Dogma가 아니다. 한 자도 틀림없이 외워야 하는 주문도 아니다. 질문할 수 있다. 의심할 수 있다. 함께 토론할 수 있다. 당장 시원하고 완벽한 답을 주지 못해도 상관없다. 그들의 질문에 귀 기울여주고,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들이 “하나님께서 결코 침묵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라갈 것이다.
4.
이 책의 제목처럼 청소년들은 ‘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고 대놓고 말한다. 그런 하나님이란 어떤 하나님일까? 악과 고난의 문제 앞에서 침묵하시는 하나님,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하나님, 폭력적인 교회의 하나님, 악을 예정하신 하나님 등이다. 누구도 이런 하나님을 믿고 경배할 마음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오늘날 교회는 종교다원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바야흐로 기독교 우위의 시대는 지나갔다. 다양한 종교와 이념, 사상 등이 각각 제 목소리를 내는 시대에 유일하신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이 어리석게 보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일방적인 외침으로 기독교의 유일성을 주장한들 외면당하기 일쑤이다. 무례한 기독교는 결국 버림받을 것이다. 게다가 무신론의 강력하면서도 달콤한 목소리가 많은 사람들을 신앙에서 멀어지게 유혹하고 있다.
답은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성경의 요구에 적절한 반응을 하는 것에 있다” 기독교의 도그마가 아니라 성경의 내러티브를 재해석하고 진실한 실천과 순종으로 하나님의 이야기를 살아내고 그 이야기의 일부가 되는 삶이어야 한다.
5.
오늘날의 청소년은 물질적 풍요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경험하는 가난은 상대적 빈곤이지 사실 대부분은 먹고 사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그들이 겪는 진정한 가난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생각의 가난이다. 삶과 신앙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질문하지 못한 채 맹목적 믿음으로 교회에 머무는 것은 정말 가난한 삶이다. 생각하지 않는 열정과 순종은 또 다른 아히히만을 낳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생각하고 질문하는 신앙을 발견한다. 그럼으로써 적극적으로 삶과 신앙에 대해 사유하는 청소년, 청년, 장년의 인문학운동이 교회 안에서 일어나길 바라면서, 다음 번에는 <미움받을 용기>나 <묻고 답하다>처럼 두 부자의 대담형식으로 다이나믹한 대화를 나누는 책을 내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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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