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님께서 글을 보내 주셨습니다.
- 12년을 딸과 살다, 건강을 생각해서 독립해서 막상 나가게 되니 두려움도 외로움도 겹쳐 오며 마음도 축축해 옴을 느끼는 시간들~~
용기와 담대함을 주시리라 주님께 기도로 청합니다. 감사와 즐거움과 행복한 마음으로~~~ 공기 좋은 조용한 청정지역으로 내려가 조용히
기도로서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려고 사랑이 많으신 주님께 청해 봅니다.^^
받은 후 하루 정도 묵혀 두었다가 오랜만에 장마가 물러 간 늦은 저녁, 테크 테이블에 커피를 준비하고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은하수 결을 보며 읽었습니다. 그리 긴 글도 아닌데 도입부에서 맺음 까지 읽는 시간이 참 오래 걸렸습니다. 은하 빛이 고운 은하수를 넘으려 징검다리 찾는 시간이 때문에 많이 지체된 것 같습니다 양 손에 꼭 쥐고 읽어 내려가던 손전화기를 조심스럽게 밀어 놓고 사색의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란 무엇인가?로 시작한 사색의 단초는 시간이 갈수록 깊고 넓어져 갔습니다. 피의 나눔으로 맺어진 혈연관계 속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애정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기본적인 인간관계가 바로 부모와 자녀의 관계입니다.
부모는 살아가는데 중요한 의, 식, 주를 비롯하여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한 생활환경을 자녀들에게 제공하여 결국에는 독립된 인격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 것이 바로 부모입니다. 자식들이 성인이 되어 혼인을 맺어 주고 허전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수년을 텅 빈 자식의 주거 공간을 맥없이 바라보며 시름을 달래는 시간을 갖는 것도 부모입니다.
자식들에게 또 자녀가 생기면 손주라 하며 자신의 몸으로 태어난 아이보다 더 큰 관심과 사랑으로 마음의 공을 들이며 다가서는 것도 부모이지요. 혹시나 바람결이라도 자식들이 지니고 사는 가정에 흉한 이야기라도 전해지면 전전긍긍하며 가슴 앎이라도 하는 것도 부모 마음이지요. 이 마음은 아무리 자녀들이 나이가 많고 제대로 자리를 잡고 살아도 변함이 없답니다. 어떠한 작은 부담이라도 주지 않으려 하고 무엇하나라도 생기면 주고 싶어 하고 안부가 끊어지면 당장 달려가고 확인 인하고 싶어 안달도 부리기도 합니다. 어쩌면 가까이서 늘 모듬고 살아야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일이 자녀에 대한 일이랍니다. 이러한 심정은 아비보다는 모성 쪽이 강하지요. 아무래도 잔정은 어머니가 늘 가슴에 안고 살기 마련입니다. 아주 오래전 을지로 입구 광교 부근에 사업을 시작하여 번창의 길로 접어든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특히 어머님에 대한 효심이 지독하게 큰 친구였습니다. 5월 어머니의 날을 잡아 직원들의 어머니를 초대하여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당시만 하여도 대단한 발상이었습니다.
여성용품을 전문적으로 생산 판매하는 사업이다 보니 여러 가지 사안들을 설정하여 내린 결론이었겠지만 파 격적이었습니다. 당시에 친구는 저에게 전화를 걸어옵니다. 이러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데 내용이 어떠하냐에서부터 30분 정도 어머니란 존재에 대하여 강연을 부탁해 온 것입니다. 여러 차례 고사하다 결국 친구 의지에 꺾여 요구에 응하게 됩니다. 여러 날 주제에 대한 고심 끝에 어머니의 잘못 하나라는 내용을 주제로 정한 후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당일 식사 전 30분 동안 어머님의 존재성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살아생전 자식들과 관련하여 바르고 정의로운 의식의 전달자이시며 보편적 사랑으로 일관하신다는 이야기를 여러 가지 선례를 제시하며 이야기를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자식에게 그 많은 사랑을 헌신적으로 주시었지만 딱 한 번 자식에게 원망의 일을 하시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사랑하는 자식을 이 세상에 남겨두고 홀로 떠나시는 일입니다. 이 이야기를 끝으로 어머님의 존재성에 대한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보내 주신 글의 영향으로 옛 추억을 소환하여 이 이야기와 저의 어머니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추측하건데 부군을 잃고 외짝이 되자 고심 끝에 딸과 한 살림을 만드셨고 이런저런 제2의 삶이 진행되셔서 지금껏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자연환경적으로 점점 열악해져 가는 도시생활환경은 사실 연세가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은 부담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갈수록 근력도 모자라고 생각과 행위에 대한 전반적인 현실도 녹녹하지 않는 것이 노년의 삶인데 홀로 떨어져 지낸다는 사실이 달갑지 않은 부분이 있을 법한 일인데... 용기를 내셔서 그러한 일을 결정하셨다는 결심에 경외심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홀로 지내는 일이 심적으로 위축되기도 하고 여러모로 불편함과 고독에 갇힌 정체성도 고약한 일이 될 수 있겠지만 홀가분한 자유로운 여백이 긍정적인 노년의 삶의 기회가 될 수 있으니 다행스럽고 행복한 요소가 있을 법한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외로움과 그리움이 스스로를 정화시킬 묘약이라는 점도 기분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척에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 천진암이 있고 그 중심에 있던 정약용 형제들이 태어나고 자란 마재가 강 건너에 보이고 특히 교난의 영향으로 형제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평신도 회장직을 열심히 수임하다 순교한 정약종 일가는 마재로부터 분가하여 나와 설던 곳이 남종면 분원리가 바로 옆에 있으니 선택지가 더할 나위가 없는 곳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퇴촌 성전도 그리 멀지 않아 신앙의 빛이 한결같이 좋으니 행복한 결정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 든든한 아들 내외와 예쁜 손주가 있어 오고 가시며 혈의 인연 또한 든든하십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힘! 그리고 심적 육체적 의지처이신 당신께서 함께 하시니 늘 지켜 주실 것입니다. 걷지 않으면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것처럼 생각이 없고 행위가 뒤따르지 않으면 새로움을 만날 수도 없습니다. 새로운 생활로서 모든 것이 치유되는 기회가 분명 되실 것입니다. 정리가 완료 되시는 대로 초대해 주시면 찾아뵙고 축하인사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장마도 지났으니 축축함을 내려놓으시고 여름향기와 더불어 여름밤의 은하수처럼 시작하시기를 소원하며 응원해 드립니다. 아네스 자매님 아자, 아~~자 파이팅! 주님! 성모 마리아님, 주님의 은총이 더욱 더 빛을 발하시는 일상이 되시도록 또한 자비가 모든 것을 넉넉하게 될 수 있도록 아네스 자매님을 이끌어 주옵소서~~^&^. 아멘.
첫댓글 감사 합니다.
생각지도 않았든 글이
카페에 올라와서~~
읽어 내려가는 내내
든든함과 용기를 주십니다.
언제나 사랑으로 보살펴 주시는
주님이 곁에 계시니
또한 힘과 의지가 솟아 나네요.
맑고 공기좋은 곳으로
인도해주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의 마음 뿐입니다.
일주일 후에 짐싸서
내려가 정리가 되면
천진암 계곡으로
모시겠습니다
늘 감사 드리며
건강 하시기를요.^^ 하트&
다정도 병이라 했던가요? 12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만 지금은 하루만에 강산을 바꾸는 세상이 되었지만 12년 이란 세월, 작지 않은 세월입니다. 12년을 함께 동행해 준 둘 째 따님과 사위와 외손들이 착한 이들입니다. 지금, 엄마의 독립을 지켜 보는 따님과 그 식구들은 만감이 교차될 것입니다. 따님을 잘 위로해 주시고, 휴가를 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시고 자매님은 잠시 새로운 실험적 여행과 삶의 피정을 떠난다는 생각으로 홀연하시기 바랍니다. 아자 아자!! 아네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