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20930)
손톱/문동만
염을 하는데 아이들 손톱이 빠져 있다 했다
꽃물 들일 손톱도 없이 보냈다 했다
며칠을 물살에 잠겨서도 살빛이 너무 좋아 온몸을 주무르던
그런 아비가 있다 했다
함께 울음이라도 울어줄 정부라도 있다면
울음행정부 울음기획처 울음대책본부가 있는 나라
울음주머니가 두툼하게 달린 대통령의
울음보라도 만지며 기대어 울기라도 하는 나라는
없었으므로 아무리 찾아도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았으므로
눈에 가득 손톱을 넣고 산다 했다
눈을 부비면 눈꺼풀을 뚫고 새움이 튼 손톱들
눈썹 같이 자라는 손톱들
오직 눈물로만 깍아지는 손톱들
이제 사는 일에도 쓰는 일에도
당신들의 손톱이 섞여 버렸다
(시감상)
세월호 참극이 일어난 지 8년이 지나간다. 아이들, 손톱이 없어진 아이들, 침몰 되는 그 순간까지 눈을 뜨고 우리를 기다렸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괴롭다. 그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기억들이 리 플레이될 때마다 괴롭다. 무고한 피해자가 더 이상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손 놓고 있는 것 같다. 태풍도, 수해도 모두 보낸 가을빛이 서늘하다. 다가올 연말까지 그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뉴스가 없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프로필
충남 보령, 일과 시 동인, 시집(나는 작은 행복도 두렵다)(구르는 잠),제19회 이육사 시 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