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월)
6월부터 친구와 일주일에 한 번씩 부산지역 성당을 돌며 미사를 보기로 하였다.
둘 다 주일 미사나 겨우 다니는 열정 없는 농땡이 신자이다.
칠십이라는 나이를 코앞에 두고 더 나이 들기 전에 부산지역의 성당 구경도 다니며 그 부근에 가볼만한 곳도 찾아보며 하루를 보람과 즐거움을 가져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하였다.
주로 수요일 평일미사를 본다.
미사 시간과 버스로 가는 시간을 측정하여 일찍 만나서 여유 있게 성당을 찾아간다. 성당을 찾느라 시간 소비하지 않고 일찍 당도하면 성당 마당과 성전 안을 돌아본다. 성모님상이 있는 마당이 성당마다 다르게 꾸며져 있고 성전도 다 다르게 꾸며져 있다. 여러 모양의 뜰 안과 성전을 느긋하게 감상하며 구경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다.
어쩌다 성당을 찾는데 시간이 걸려서 미사 시간이 바로 맞닥뜨리면 미사 먼저 보고 나오며 성당을 구경한다.
때로 신부님이나 교우들과 인사도 나누고 자판기 커피를 대접 받기도 한다.
7월에 갔던 다대포 성당 신부님은 언제 그 많은 성당을 다 돌겠냐며 걱정도 해주셨다. 그 때 신부님께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6번째 성당이라 하였다.
시작이 반이라 하였으니 이미 반은 한 셈이라며, 정해진 마침 날자가 없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하려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벌써 15번째 성당을 돌았다.
미사를 집전하시는 신부님도 다 다른 모습이고, 전례 모습도 큰 틀은 같으나 소소한 부분은 달라서 늘 새롭다. 제대 중앙에 모신 십자가의 예수님상도 여러 모습이고, 양 쪽 벽을 따라 설치된 [십자가의 길] 14개 처도 각기 다른 형태로 꾸며져 있다. 성당마다 다른 특별한 여러 가지를 감상도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미사를 보고 나오면 그냥 마음이 뿌듯하고 무슨 큰 일 한 가지라도 한 듯 기분이 좋다.
강론도 처음 뵙는 신부님이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말씀을 어떻게 해주실까 설렘과 궁금증을 가지고 긴장하며 듣게 되니 언제나 신선하고 귀에 쏙 들어온다.
성당을 나와서는 그 주변의 돌아볼 곳들을 찾아 나선다.
[동대신 성당]을 가서는 대신공원을 돌았다. 가까운 곳에 그렇게 좋은 숲이 있는 줄 몰랐다. 키 크고 덩친 큰 편백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있는 향기로운 숲은 절로 탄성이 나왔다. 산책로를 따라 돌며 내원정사도 가서 경내도 돌아보며 절의 분위기에 숙연해져 잠시 철학적인 생각에 머물기도 하였다.
[이기대 성당]에 가서는 우리 신부님께서 계셨던 성당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교우들이 우리성당에 지붕보수 건축헌금도 보내주고, 또 가슴에 우리 성당과 같이 이름표를 달고 있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며 큰집 성당에라도 온 것 같았다. 미사 후에는 이기대 공원을 돌았다.
차로 휙 한번 돌았던 적이 있는 공원 숲과 바닷가를 곳곳을 눈여겨보며 걸었다.
울퉁불퉁 기기묘묘한 바위와 절벽이 끊임없이 몰아치는 파도와 만나는 장관을 해안로를 걸으며 탄성을 질러대기도 하였다.
[다대성당]을 나와서는 다대포 해변을 돌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여름 해수욕을 왔던 추억이 많은 곳인데 오랜만에 갔었다.
많은 시설들이 들어서고 변했지만 백사장의 유난히 고운 모래는 그대로였다.
물이 한참 나가고 모랫벌이 드넓게 들어났는데도 발 벗고 들어갈 생각은 접은 채 해변만 돌고 나왔다. 어느새 몸이 먼저 귀찮은 일은 하기 싫어하는 할머니가 되어있다. 일몰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장소인데도 저녁까지 기다릴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탁 트인 수평선과 짭조름한 갯내음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몰운대 성당] 미사를 보고 나와서는 바로 앞에 있는 아미산 전망대에 올랐다.
초현대적 건물의 멋진 외관이 특이하여 올랐더니 을숙도와 낙동강 하구언과 건너편의 가덕도와 명지마을이 한 눈에 훤히 들어왔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달콤한 [고구마 라떼]도 한 잔씩 마시며 강 가운데 생성된 모래톱을 보았다. 예전에 읽었던 요산 김정한 작가의 [모래톱 이야기]가 제목만 떠올랐다.
[송도성당]에서는 본당 신부님 동생분이 다니러 오셨다가 형님한테 잡혀 대신 미사 집전하신 다는데, 젊고 미남이신 분이 어찌나 말씀을 재미나고 쉽게 하시던지 모든 교우가 웃으며 즐거워하였다. 모든 걱정과 근심은 성당에 계시는 예수님께 맡기고 나가서 하루만이라도 행복한 마음을 가지라고 하셨다.
전에부터 하고 싶었던, [남항대교]를 걸어서 영도로 들어왔다. 뜨거운 여름 햇볕이 사정없이 내려쬐였지만 파라솔 그늘 하나 믿고 2km가 넘는 다리를 용감하게 걸었다. 얼굴은 발갛게 익었지만 마음은 상쾌하였다.
산언덕에 있는 [석포성당]은 정문에 배롱나무 꽃이 빨갛게 피어서 반갑게 맞아 주고, 성당 안의 제대는 특별하게 꾸며져 있었다. 이등변 삼각형을 이루고 있으며 그 꼭짓점에 십자가상의 예수님이 계시고, 양 벽면에는 12 사도상이 조각되어 있었다. 빨간색 제의를 입으신 젊은 신부님은 강론에서 청원기도를 제대로 하라고 하셨다.
먼저 성령을 청하고, 다음 공공의 선(불의와 폭력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변화하기를 바라는)을 청하는 기도를 하라고 하셨다. 미사를 보고서는 길 건너에 있는 박물관과 UN공원묘지, 또 그 뒤에 있는 평화공원 까지 가서 많은 나무들을 보았다. 나무마다 이름표가 달려있어서 나무이름들을 외워보다 너무 많아 포기하였다. 늦가을에 [용호성당]에 오며 다시 들리자고 약속했다.
[모라 요한성당]에 갔다가는 그 가까이 있는 삼락공원을 돌아보고, 해운대 신시가지에 있는 [성가정 성당]을 가서는 장산공원을 돌았다. 비 오는 날에 [서대 성당]에 갔다가는 대청동 민주공원에 갔다. 우산을 쓰고 사람이 없는 고요한 공원을 돌며 충혼탑 앞에서 마음을 다해 묵념도 올렸다.
이런저런 구경과 체험을 성당 순례에 따른 부가 보너스로 즐긴다.
점심도 그 지역의 특별한 음식을 요것조것 골라 사 먹으며 보태어 즐긴다.
버스표 왕복 두 장 값으로 환승을 하니 부산 어디든 다닌다.
친구와 같이 다니는 이 하루가 행복하고, 부산 곳곳에 아름답고 구경할 만한 곳이 많다는 것에도 새삼 놀라워한다. 그리고 성당을 정하며 그 주변 가 볼만 곳을 찾으며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도 즐겁다. 낯선 동네에 처음 가보는 성당을 찾아가도 고생한 적이 없으니 좀 신기하다.
앞으로 많은 갈 곳이 있고, 기대하고 꿈꾸는 날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즐거운 성당 순례를 여러분에게 권하고 싶다. 적은 투자로 성당 순례와 내가 사는 지역의 곳곳을 구경할 수 있다. 미지근한 신앙심을 새로운 체험으로 살포시 생기가 돌게도 하고, 친구와 걸으며 도란도란 담소도 즐기고, 하루를 신나게 보내니 영육 간에 건강에도 좋을 듯싶다.